[Opinion]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서 – carpe diem ! [영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의 인생 강의
글 입력 2021.01.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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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영화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 정확히 말하면 영화가 싫은 게 아니라 집에서 그토록 긴 영상물을 보는 것을 싫어한다. 그 이유는 내가 항상 ‘완벽하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늘 해야 할 일이 있고, 우선순위에 대한 조바심이 있다. 그러다 보면 영화를 보는 일 같은 건 ‘영화 보기’라는 일정이 없는 날 외에는 내게 마지막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를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끊으면서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차라리 그 시간에 짧고 가벼운 사회면 이슈 따위를 보는 것을 택한다.


그러나 내가 영화를 아예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아니 사실 좋아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게 꽤 중요한 취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런 특이한 강박 때문에 최근 집에서 본 영화의 수가 현저히 적다.

 

올해 유독 얼마 못 본 그 몇 편의 영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고전 명작 영화 류다. 이런 영화들은 실패가 없는 편이어서,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강박이 있는 나의 선택을 종종 받았다. 꼭 해야 하는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기도 했고, 가끔은 전공 지식이 늘어난 기분도 들어서 좋았다.

 

*


최근 본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다.


이 영화를 참 늦게도 봤는데, 그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영화 제목이 발목을 잡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 내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지루하게 예상해놓은 줄거리가 머리를 스쳤다. (물론 영화를 이미 본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마음에 드는 제목이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늘 그랬던 것처럼 숙제를 해치우기로 마음을 먹은 그 날 저녁, 동생을 옆에 앉혀두고 아이패드로 영화를 재생했다.

 

“carpe diem” : 현재에 충실해라


한 때 모두의 좌우명일 정도로 유행했었고 그게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을 만큼 고루하고 클리셰적인 이 라틴어 문장이 다시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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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프로의 학생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는 미국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새 학기. 웰튼에는 전통, 명예, 규율, 최고라는 4가지의 아주 전형적이고 완고한 규칙이 있다. 이 고집스러운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 선생이 새 영어교사로 부임한다.


영화는 존 키팅 선생과 반 학생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학생들은 그 나이답게 유독 불완전하다. 저마다 몹시 예민하고, 자주 흔들리며,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리고 나조차도 정의할 수 없는 나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과 상통하고 있다는 점이 나를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존 키팅은 예민한 그들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고, 동시에 내 마음에도 그랬다.

 

키팅 선생은 등장하자마자 학교의 완고한 규율을 부수어 내는 것으로 첫 번째 돌을 던진다. 첫 인사에서 키팅은 자신을 나의 캡틴으로 불러도 좋다고 말하며, 이어지는 수업에서 ‘교과서를 찢어내어 버릴 수 있음’을 가르친다. 교과서에는 시가 평가되는 기준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를 찢어냄으로서 그들은 입시위주의 정보를 기계처럼 학습했던 기존의 관습적인 교육체제에서 탈피하는 법을 배운다.


캡틴 키팅은 학생들이 문학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시가 일정한 방식으로 평가 되고 규정되어 학습의 수단으로 전락할 때 그 가치는 곤두박질친다. 우리가 현재 시를 이용하는 방식처럼 그렇다.

 

키팅의 수업을 들은 반 학생들은 방과 후 시 낭독 클럽을 만든다. 시를 짓고 낭독하고 공유한다. 모여서 마시고 먹고 웃는다. 시의 주제는 꿈이고, 사랑이고, ‘나’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이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과정이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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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팅은 문학 수업을 하는 동시에 삶의 방식까지 가르친다. 입시 위주의 교과서 속에 갇힌 학생들에게 그들을 둘러싼 완고한 틀에서 벗어나기를, 그 안에서 진짜 나를 끄집어내기를 돕는다. 처음 교과서를 찢으라고 했을 때처럼 학생들은 어리둥절하다. 그러나 이내 캡틴의 수업에 매료된다.

 

아래 문장은 걸으며 시를 낭독하는 어느 수업 날, 키팅의 대사다.


“난 누굴 조롱하려고 여기온 게 아니다. 일체감의 중요성을 보여주려고 온 거다. 즉,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여러분 중 나라면 다르게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대답해라 왜 나는 손뼉을 쳤을까?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신념이 독특하고 나 자신의 소유임을 믿어야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작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 여러분도 나름대로 걷도록 해라. 그것이 자랑스럽든지, 바보같든지”


캡틴 키팅은 반복되고 길들여진 학생들의 감정이 진짜인지 묻는다. 학생들은 캡틴의 지휘에 따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처음으로 배제하고, 진정한 삶을 사는 법을 배운다.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억압에서만 살아왔던 닉은 늘 원했던 연기에 도전하고, 연극의 메인 배우 역을 따낸다. 녹스는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짝사랑하고 결국 그와 연인이 되고, 항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던 토드는 어느덧 의견을 피력할 줄 안다.


그들은 전통으로부터,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편견으로부터 탈피했다. 그래서 그들은 비로소 자유롭다.


“현재를 즐겨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봉우리를 거둬라. 왜 시인이 이런 말을 썼지? 왜냐면 우리는 반드시 죽기 때문이지. 믿거나 말거나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숨이 멎고 차가워져서 죽게 되지. 카르페 디엠. 소년들이여 그날을 붙잡아라. 너희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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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죽은 시인의 사회는 사실 오역이란다. ‘dead poets society’은 고대 시인 사교 클럽 정도의 의미라고. 그러나 오히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초월 번역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세상은 삭막해지고 문학은 퇴보한다.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인문학은 힘을 잃는다. 우리는 지식을 가르침 받는다기보다는 정보를 주입받는다. 정말로 ‘죽은 시인’의 사회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처럼 가끔 세상은 낭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수긍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야 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는 것, 나의 문학과 낭만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다.


낭만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기 때문에.

 

가장 끊임없이 흔들리는 요즘, 내 마음 가장 깊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고민했다. 아마 하루에도 몇 번씩 세우고 지워내는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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