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에서 삼겹살이 지닌 가치, 삼겹살 랩소디 [영화]

추운 겨울, 마음이 따스해지는 다큐
글 입력 2021.01.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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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을 나타내는, 혹은 인사치레로 하기 좋은 말 중 하나는 ‘나중에 밥 한 끼 하자’라는 불투명한 약속이다. 밥을 같이 먹으면, 그 사람과 친밀감이 높아진다. 맛있는 음식으로 좋아지는 기분, 그에 따라 풀어지는 마음 덕분에 낯선 사람과의 거리가 한층 얇아진다. 음식이 친밀감을 강화하는 도구라면, 술은 그 친밀감의 정도를 심화하는 일종의 강화제, 부스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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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음식과 술,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지글거리는 삼겹살 한 점에 스트레스가 풀리고, 술 한 잔에 기분이 붕붕 뜬다. 한국에서 일종의 문화가 된 삼겹살에 프로그램은 총 2부에 걸쳐 다층적이고, 공감되는 의미들을 부여했다.

 

맛으로도 먹고, 분위기로도 먹는 음식, 삼겹살. 돼지고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극한 사랑을 담아 냈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의 수요와 경쟁이 심화되면서, 판매자들은 남다른 삼겹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첫 번째로, 조리 방식, 굽는 방식을 달리하기 위해 솥뚜껑 불판, 다리미 불판, 수정불판, 승하강 화로, 테니스 체 등의 불판을 만들어 냈다. 두 번째로, 워터 에이징, 드라이 에이징 등의 숙성 방법을 적용해 맛을 가미했다. 세 번째로, 일반적인 가스 불이 아니라 짚단, 숯을 이용해 불을 내어 고기를 구웠다. 네번째로, 3원 교잡종 돼지, 한국형 버크셔 흑돼지 삼겹살, 등 돼지의 품종을 개량화해 맛을 다양화했다.

 

더 특별한, 매력 있는 돼지고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경쟁은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자유 시장의 원리가 특정 분야의 발전을 잘 이끌어 낸 사례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은 사람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깊이 각인되었고, 남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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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깊었던 사람은 다양한 숙성 방법을 이용해 돼지고기에 특별한 향과 맛을 추가하는 민규 씨였다. 그는 드라이에이징, 워터 에이징 등의 특별한 숙성 방법들 통해 고소한 치즈 향이 나는 숙성육을 만들어 낸다. 3년 간의 연구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방법을 습득했다. 그 과정에서 상한 고기가 나오기도 했고,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하루에 매일 10kg 정도의 고기를 먹다 보니 40kg가 쪘다. 매일 바람, 온도, 습도를 체크해서 1년에 걸쳐 딥 에이징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는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꾸준함, 성실함, 탐구력, 그가 만든 숙성육은 ‘민규’ 라는 사람을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는 혀끝에서 느껴지는 미각, 코로 느껴지는 풍미, 씹을 때의 저작감이다. 이 특성들은 주로 동물성 지방에서 비롯된다. 돼지고기가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부위별로 지방 함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등심은 2~3%, 삼겹살은 30-40%, 목살 20%, 다릿살은 5%의 지방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방이 많이 함유된 부위들을 좋아한다.

 

2019년 부위별 구이용 돼지고기 선호도(복수응답)는 삼겹살 86%, 목살 62%, 갈비 20%, 안심 16%, 뒷다리 7% 이다. 이에 따라 뒷다리는 거의 버려지고, 소비의 불균형은 특정 부위의 높은 가격 책정을 유발한다. 다큐는 비인기 부위의 소비 또한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내 지방 함량이 낮은 고기는 열처리를 받으면 금방 퍽퍽해 지기 때문에 고기의 단백질, 수분을 홀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는 수분 유지를 위해 저온 조리하고, 고온의 불로 바깥쪽을 단시간에 요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미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그를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새로운 맛,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 최근에 유행한 음식들에는 마라탕, 수플레 오믈렛, 크로플, 흑당 버블티, 닭껍질 튀김, 달고나 커피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요리사의 역량과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요리사는 단순히 정해진 요리와 전통을 이어 나가는 기술자가 아닌, 맛을 표현하고, 요리에 자신을 자신의 가치를 담아내는 예술가가 되고 있다.

 

2020년부터 총 20개의 다큐를 시청했다. 다큐의 경우 문제 제기-논거 제시- 해결방안 등을 제시하고, 사회 문제가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집약적이고, 논쟁적이며 얻을 수 있는 상식이 많지만, 많은 측면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고뇌가 따른다. 하지만 이 삽겹살 랩소디는 가볍다. 한국의 돼지 소비, 삽겹살 요리의 발전 등 긍정적인 요소만을 확대하고 집약하여, 삽겹살을 통해 긍정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표현해 낸다.

 

하지만 돼지고기가 끼치는 부정적인 건강적 측면, 환경적 문제 등은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아 다소 편파적인 다큐라고 여겨질 수 있다. 토론을 하거나,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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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얽힌 서사를 풀어내는, 스토리가 있는 다큐여서 인상 깊었다. 스토리 속에서 내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어린 시절 아빠의 월급날이면 매번 대구에서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캠핑에서 숯을 피워 활활 타오르는 불에 숯불향이 진하게 나는 삼겹살을 먹었던 경험 등등 삼겹살에 얽힌 추억들과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회식에서, 가족행사에서, 캠핑을 가서, 모두 삼겹살과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들고 싶다면 가볍게 ‘삼겹살 랩소디’를 추천한다.

 

 

[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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