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사람]

글 입력 2020.12.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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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20년도 어느덧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올 한해는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특히 나에게 정말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대학에 입학했고, 잠깐이었지만 처음으로 혼자 집을 떠나 생활을 했으며 글을 쓰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 또한 여럿 했다.

 

 

 

대학교는 원래 이런 곳인가요?


 

학기 내내 거의 늘 과제가 휘몰아쳤다. 하나를 끝내면 두 개가 생겨 있고, 두 개를 끝내면 세 개가 생겨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마법사도 이보다 마법을 더 잘 부릴 수 없을 것이다. 와중에 과제의 형태도 참 다양했다. 리포트, 팀플은 기본이고 거기에 비평, 기획, 감상 리뷰 등 1년 만에 이미 대학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과제의 형태를 다 받아본 것 같다.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 학교의 공지사항을 자주 확인하면 할수록, 빨리 확인하면 할수록 무언가를 경험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그걸 내가 직접 챙기지 않는다면 몇백 내고 정직하게 수업만 듣고 과제만 하는 학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열심히 이것저것 받아먹으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이번 학기에는 뿌린 걸 얼마나 거두려나 기대하고 있다.

 

하여간 대학 생활 1년 차 병아리가 결론만 말하자면 "대학 가면 시간 정말 많이 남는다. 하고 싶었던 거 다 할 수 있다." 순 거짓말이다! 물론 하고 싶은 걸 할 기회는 이전보다 확실히 많긴 하지만 그걸 다 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건... 나의 잘못이겠지?)이 없었다. 당연히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던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니 1학기 막바지만 해도 2학기에는 학교에 정말 갈 줄 알았다. 1학기에도 언제 상황이 변할지 몰라서 학기 내내 미리 구해둔 방을 빼지도, 살지도 못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당연히 월세는 줄줄 나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딱 3주간만 구해둔 방에 거의 혼자 지냈던 적이 있는데 정말 무서웠다. 원래 내가 겁이 많고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 혼자 동떨어져 생활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학교에 가지 않았기에 더 무섭고 외로운 거였겠지만 그래도 코로나가 끝나는 즉시 그렇게 지내야 할 텐데 '앞으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빛보다 빠른 시간


 

올해 한 경험 중 가장 새롭고 어려웠던(여전히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우선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평소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열정 하나로 21기 에디터 신청서를 제출했다. 에디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으면서도 만약 된다면 일주일에 한 편씩 새로우면서도 퀄리티가 낮지 않은 글을 어떻게 쓰지 수백 번을 고민하던 차에 메일이 한 통 왔다.

 

 

"귀히 모신 분께,

에디터의 시작을 안내드리고

아트인사이트의 일원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음을

마음 깊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수습 기간 포함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매일 글감을 고민하고 몇 번이나 한 자, 한 자를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지만 사실 아직도 내 글에 대한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블로그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나 쓸 법한 글을 오피니언, 기사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처럼 내가 에디터 활동을 하는 동안 발전이 있었나 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발전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

 

*

 

제대로 된 첫 사회생활을 온라인으로 시작하고 마무리까지 하게 되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가장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내 체력이 버틸 수 있는 한계 내에서 하고 싶었던 일은 대부분 망설이지 않고 도전했다. 중간중간 무기력이라는 곳으로 이민 당한 적도 있었고 의자를 침대 삼아 축 늘어져서 늑장을 부렸던 적도 있지만 내게 주어진 몫은 모두 해내려고 노력한 한 해였다.

 

아직도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하며 먹고살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어떤 직함으로 나를 소개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올해의 다양한 배움을 통해 막연히 "어떻게든 성공할 거야!"라고 생각만 했던 나에서 실행하는 나로 변화했다. 진짜 나중에 어떤 일을 꼭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희미한 목표라도 꼭 붙잡고 이것저것 배우려고 노력하는 내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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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가득 차야 할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이전보다는 조금 외로이 맞이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내일은 오늘보다 밝고, 따뜻할 것을 안다. 혹 어두운 날이 오더라도 언젠가는 빠져나와 다시 햇살을 맞을 날이 오길 바라며 다시 한번 새해를 맞이하려 한다.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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