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영화 '하녀'에 담긴 피아노의 이면적 의미 [영화]

피아노의 표면적 의미와 이면적 의미에 대하여
글 입력 2020.12.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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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라고 하면 사람들은 전도연과 이정재가 출연한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60년 김기영 감독이 찍은 영화 ‘하녀’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단란한 가정을 망치는 여자인 하녀가 주인공이고 불륜이 주요 내용인 영화에서, 나는 다소 생뚱맞지만 피아노의 의미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다. 사실 ‘피아노 교습’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나 다름없고, 영화 내에서 피아노는 꽤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피아노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피아노.jpg

 

 

표면적으로, 김기영의 하녀에서 피아노는 중산층을 상징한다. 피아노는 당시, 중산층 계급임을 증명해주는 하나의 오브제요, 아비투스인 것이다.

 

실제 피아노의 가격도 높았을 것이며 -이는 영화 초반 “혹시 여러분 중에 피아노 개인 교습 받을 분이 찾아오시면은 성의껏 지도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 피아노를 장만했는데 밑천을 뽑아야 되겠습니다.”라는 말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피아노의 소유는 텔레비전 -아들은 “야, 넌 안 보여줘. 이런”이라며 하녀에게 유세를 떤다.- 과 함께 일종의 계급 간의 구별 짓기를 가능케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적인 의미는 다르다. 영화는 피아노의 연주자가 가정에 위협을 끼치는 사람임을 은밀히, 그러나 확실하게 보여준다. 소위 ‘스위트 홈’을 무너뜨리는 범인인 것이다. 애정적 부부관계, 양처와 주부, 단혼 가정,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스위트 홈’이란 가정과 관련된 담론으로 이상적인 ‘단란한 가족’이며, 이는 가족 중심주의와 결부된다.


1930년대와 1960년대, 규범적 근대 가족의 모습으로 급부상했기에 영화에서 스위트 홈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영화 초반, 하녀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동식의 말에 “여보세요. 신성한 가정에서 그런 말과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노려보는 아내의 모습에서도 스위트 홈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읽어낼 수 있다.


처음, 가정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은 동식이다. 동식은 하녀와의 불륜으로 가정을 결국 파멸로 이끈다. 동식에게 피아노를 배우러 온 경희 역시 동식에게 감정을 품어 가정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었다. 미스 곽이 죽은 뒤 “선생님 괴로우니 피아노나 같이 치세요. 네.” 하며 동식을 이끌어 피아노를 함께 연주한 뒤에 “선생님을 사랑한 건 저예요.”라며 고백을 한 것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에 피아노를 치다 하녀의 칼에 찔림으로써 애써 숨겨두려고 한 집안의 비밀이 밖으로 퍼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때 하녀의 경희를 향한 “피아노를 집어쳐!”는 자신의 가정에 끼어들지 말라는 말로 읽힌다. 동식에게 이 집은 내 것이라고 말해달라는 이어지는 말 역시 그를 뒷받침 한다.


하녀는 피아노에 손대지 말라는 동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피아노에 손을 댄다. 연주가 아닌 그저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데, 이는 아들을 죽이고 동식에게 동반 자살을 요구하며 가정을 파탄 내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식이 하녀에게 “얘기해뒀지만, 피아노는 절대로 만져선 안 돼. 알겠지.”라는 말은 자신의 가정을 건들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녀와 처음으로 관계를 맺기 전에도 하녀는 피아노를 쳤고, 동식을 먼저 유혹했다.


여기서 주목할 사람은 ‘애순’이다. 애순은 ‘병신, 절름발이’인 첫째 딸로, 다리가 불편하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장면이 두어 번 프레임에 잡혔다. 애순은 다리가 불편한 그 자체로 스위트 홈 담론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정상적이고 단란한 가정에 ‘병신’은 고쳐야 할 문제점이다. 동식은 애순에게 다람쥐를 사주며 “다람쥐는 이렇게 좁은 데서 운동을 안 하면 다리가 굳어져서 도망을 못 가리라고 생각을 해서 그래 틈 있는 대로 굴레 바퀴 속에 들어가 뛰는 연습을 하기로 했어.”라는 말을 한다.


애순 역시 자신이 잘못된 것임을 알기 때문에 “아버지 나도 이렇게 연습하란 말이죠? 다람쥐 사다 줘 고마워요.”라며 답한다. 텔레비전을 산 후 “우리가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이야.”라는 애순의 말에 엄마 또한 “너만 걷게 되면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돼.”라 대답한다. 애순 역시 “엄마, 나 꼭 걷고야 말 테야.”라며 답한다. 이상적인 가정을 위해 애순은 정상적으로 건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아들이 죽기 전에 하녀에게 떠밀려 피아노에 몸을 부딪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피아노 소리를 낸 것 또한 단란한 가정을 망가뜨리게 될 것이란 걸 암시한다. 아들은 자의가 아닌 죽음을 통해 서지만, 결국 가정이 무너지는 데 일조했다.


동식이 하녀와 관계를 맺고 난 후, 그것을 아내는 모르고 있을 때 부부는 이런 대화를 한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동식은 “내 피아노가 깨지겠어.”라고 말을 하고, 아내는 “애순이에요.”라고 답한다. 동식의 가정에 대한 불안에 아내는 스위트 홈 드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절름발이인 첫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식은 “저건, 애순이가 아냐.”라며 지금 가정에 위협이 되는 것은 자신이 불륜을 저지른 하녀임을 알아차린다. 동식은 위로 올라가서 “너 정신 나갔니. 피아노 줄이 끊어져.”라고 말한다. 이렇게 티를 내면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난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장면에서 볼 수 있듯 피아노의 표면적, 이면적 의미는 다르다.


영화의 내재적인 측면에서 피아노에 담긴 이면적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다. 감독이 의도한 바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확증편향에 의한 끼워 맞추기식 해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포함한 모든 문화 예술의 해석에 있어 오답은 없다고 믿으며, 글을 끝내고 싶다.



참고문헌

임수진, 이주은, 「가정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에 구현된 코리안 드림」, 한국문화연구 32권 0호, 2017

박재연, 「근대적 현모양처 ‘초봉’과 ‘미라’의 수난 그리고 모색 -채만식, 탁류와 손창섭, 여자의 전부(내이름은 여자)비교 연구-」, 현대소설연구 71호, 2018

 

 

 

에디터 안우빈.jpg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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