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흉터 같은 감정, Katie - Our Time is Blue [음악]

글 입력 2020.12.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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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ATIE)라는 아티스트를 만나게 된 건 K-pop Star 시즌 4였다. GOD의 ‘네가 있어야 할 곳’을 부르는 목소리에 청소기를 돌리다 말고 우두커니 서서 티브이 화면을 바라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후에 우승을 거머쥔 그녀는 YG 엔터테인먼트로, 또 YG 소속 프로듀서의 새로운 회사 AXIS로 이동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케이티가 불렀던 ‘네가 있어야 할 곳’을 3-4년 가량 들은 후에야 그녀의 데뷔 앨범을 온 마음 다해 환영할 수 있었다.


데뷔 싱글 곡 [Remember]에 Ty Dollar $ign이 피처링으로 합류하면서, 해외 힙합을 즐겨 듣는 국내 리스너들에게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았다. 곡에 대한 첫인상은 너무나 무거워 듣는 이를 압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독특한 모양새와 그녀 특유의 힘으로 올려붙이는 후렴구는 묘한 해방감을 안겨다 주었다. 그녀는 이 노래를 ‘시작이라는 말에 담긴 신중함과 홀가분함’에 대한 곡이라 표현한다. 그 말에 따라 [Remember]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케이티(KATIE)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LOG] [Echo]를 거쳐, 이번 12월 4일 [Our time is Blue]라는 EP 앨범이 발매되었다. 음원 발매 3일 후인 12월 7일, 애플뮤직 글로벌 종합 차트에서 최대 3위를 기록했다. ‘우리의 시간은 우울해’라는 앨범 제목에 걸맞게, 그 안에 담긴 의미들 또한 팬데믹 시대에서 느껴지는 다채로운 우울의 정서를 말한다.


여기서 새로운 세계관이 탄생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SF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만드는 우주적 세계관을 쥐고, 실제 웹툰 시리즈와 연결하여 감정적인 면에서의 깊이를 더한다. 우리는 이를 ‘메타버스(mataverse)라 표현한다. 실제로 공개된 티저 이미지들은 거친 웹툰 형식의 일러스트이며, 우주라는 광활함 속 고립과 공허함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오리지널 웹툰에 관한 정보는 12월 25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그냥 나지막이 힘든 마음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위로라는 게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주는 것보다 같이 견뎌줄 때 참 든든해지더라고요. 이번 앨범이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였으면 해요.”

 



Our Time


 

메인 싱글 곡은 그녀의 말을 빌려 ‘극도의 외로움 속에서 피어난 맑은 영혼을 노래하는 향수 같은 곡’이라고 한다. 고립과 순수, 순수와 고립 중 어느 것이 먼저냐 묻는다면 이 앨범은 ‘고립이 먼저다’라고 답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사엔 오묘한 사랑의 냄새가 배어 있다.

 

 

 

 

I’ll be missing you

(나는 널 그리워할 거야)

And you would think I would know it by now

(지금쯤 내가 깨닫는다는 걸 나도 알겠지)

That you and me will make up to break down

(너와 나는 다시 하나가 될 거라는걸)

Our time, Our time

(우리의 시간, 우리의 시간)

 

 

곡의 가사만 보아서는 자신은 사랑하는 이에게서 스스로 멀어져왔고, 그에 대해 후회할 것을 알며, 나아가 다시 하나가 될 것이라는 걸 암시한다. 하지만 커버 일러스트를 들여다보면 그녀가 홀로 서 있고, 주위엔 그녀를 감시하는 우주선(?)들뿐이다.

 

우리는 혼자가 되어야만 ‘맑음’이라는 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곡을 계속해서 듣다 보면 한순간 삐끗한 감정으로 멀어졌던 과거의 인연들이 떠오르고, 이어서 초연해지곤 했던 스스로의 모습이 그려진다. 고독과 외로움은 순수를 가져오고, 그리움을 일으킨다.




Blue



 

 

“6개 트랙 중에는 ‘Blue’가 제 속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가사 같아서 정말 좋아요. 폭풍 같은 마음이 잔잔해지길 바라면서 저의 답답함과 두려움들을 담았어요.”

 


케이티는 곡의 신념이 가사에서 온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음에 담긴 단어들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아는 사람이다. 꾹꾹 누른 감정이 짙게 베인, 뜨겁게 느껴지기 직전의 온도로. [Blue]도 그런 결을 가진다. ‘괜찮아요, 다 잘 될 거야.’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없다. 그저 자신의 후회를 담고, 자신의 우울을 담아 보낸 독백과 같다.


 

Coming undone in the worst way

(힘들게 돌아 답을 찾아냈어)

I should be loving me in the first place

(애초에 나부터 사랑해야 했다는걸)

Wondering why only gets me in my head

(왜 자꾸 생각이 떠나지 않을까)

Round and around and round again

(돌고 돌아 또다시 돌아와)

 


아티스트의 우울을 듣는 것, 그 가사와 목소리를 읽어내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특히 ‘우울할 땐 신나는 노랠 들어야지!’하는 이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깊은 감정을 그대로 끌어안고 잠들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사랑해야 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깨달음은 우리의 것이 되고, 늦은 새벽 천장만 바라보며 잠들지도, 달려나가지도 못하는 시간도 나의 것이 된다. 수없이 헤매다 답을 찾았는데도 다시금 돌고 돌게 된다는 그녀의 세계 속에서.


앨범명 [Our time is Blue]의 두 가지 곡을 연결하면 영혼의 맑음이 곧 공허함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시간적 연결인지 의미상의 연결인진 모르겠으나, 고립에서 온 순수와 공허함은 공존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케이티는 사랑의 부재와 모두에게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외로움을 노래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받아들이며 찾아올 안정을 기다린다. 그녀는 희망을 노래하지 않았지만 희망을 끌어냈고, 그 점이 자장가 이상의 무언가로 와닿았다. 앞으로도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길,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닿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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