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계, 나, 그리고 영화

영화 감상이 주는 즐거움
글 입력 2020.11.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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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화를 고를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면, 바로 계절이다. 나는 계절에 맞는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런 편인지, 나만의 특이 취향이 이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

 

아마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시간이 많아서일까? 찬바람이 아리게 부는 한겨울에 해가 쨍쨍 내리쬐는 여름 영화를 방구석에서 틀어 놓으면 어지간히 몰입하기 전까지는, 영화와 나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괴리가 느껴지는 시간이 꽤 되기 때문에.


다음으로 고려하는 것은 그날 그때의 내 기분이다. 쓸쓸함, 희망, 분노와 사랑의 기분 하나하나가 그날의 영화 선정에 영향을 준다. 이것 역시 그날 그때의 그 기분으로 완전히 영화에 몰입하고 싶은 내 욕심에서 비롯된 버릇일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내가 유난히 우울한 날, 나 빼고 모두가 하하호호 즐거운 영화를 보는 일이 썩 유쾌하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나 내 고유한 영화 취향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내가 영화를 고르는 데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는 셈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시공간이라는 세계, 나 개인, 그리고 영화 자체의 기준이. 전혀 다른 이 세 차원은 내가 영화를 보는 행위를 통해 합쳐진다. 그리고 그렇게 합쳐진 하나의 경험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나만이 가지고 느낄 수 있는 순간으로 내 안에 남는다.


이것은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보는 사람에게 다르게 각인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가 종합 예술이라는 형태를 통해 일련의 감각들을 뛰어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매체이기에, 유독 영화를 통해 온몸으로 기억되는 체험이란 더 강렬하다. 그런 체험이 시시각각의 조건에 따라 어떤 유일한 순간으로 다가온다는 점은 영화가 가진 압도적인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항상 정해진 어떤 답이 아니라 그날의 세계, 그날의 나에 영향을 받아 그 순간만의 색채와 음악으로 남는다는 것. 바깥 세상은 세상으로, 영화는 영화로, 나는 나로 뿔뿔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하는 순간만큼은 셋의 교감으로 뒤섞이고 합쳐진 역동적인 세계가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 나에게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일 수밖에 없는 즐거움이다.

 

 

[김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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