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 유에민쥔의 예술적 서사 -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전시]

글 입력 2020.11.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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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0일부터 2021년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 6전시실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인 유에민쥔의 전시회가 열린다.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본 전시는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로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유에민쥔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유에민쥔의 개인전이 열리는 첫날, 한가람미술관을 찾았다. 전시장을 들어가자 그의 작품 속 근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남부러울 것 없이 환한 미소를 품은 인물상과 눈이 마주쳤다. 세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작품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질끈 감은 눈과 크게 벌린 입 사이의 간극이 느껴지는 듯했다. 억지로 폭소하듯 웃는 얼굴에서 불편한 기색이 와닿기도 했다. 더군다나 유에민쥔이 그린 인물들은 하나같이 일률적인 생김새를 하고 있다.

 

자신을 모델로 삼아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실없이 웃는 얼굴의 인물을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작가, 스케치와 붓질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무슨 감정을 대입하고자 했을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작가의 감정과 사상, 그리고 삶의 전반에서 행해온 일들이 캔버스의 여백에 차곡차곡 담긴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을 그리는 유에민쥔의 예술적인 서사를 따라 가보기로 했다.

 

 

유에민쥔은 1962년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시에서 태어나 허베이 사범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교사로 일하던 중 일어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끼고는 1990년부터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냉소적 사실주의와 정치적 팝으로 대변되는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며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강렬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Section 1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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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Desert)> 캔버스에 유채 150x300cm, 1995

 

 

Section 1,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에서는 중국의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유에민쥔의 회화적 경향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중국 문화혁명기의 '홍색 회화'에서 묘사되는 인민들의 희망차고 결의에 찬 모습과는 반대로, 회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바보나 얼간이처럼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묘사돼있다. 위엄 있는 동상 앞에서도 그저 웃기만 할 뿐이다.

 

작품 상단, 우측에 보이는 의상은 1929년 중국 국민당에서 국가 공식예복으로 지정한 단순한 디자인의 옷으로서 실용성을 강조한 중산복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독일의 혁명가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이, 마지막에는 독일의 사회주의자 엥겔스와 경제학자인 카를 마르크스의 동상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그러한 이미지 사이, 유에민쥔이 창조한 인물상의 미소는 엄격해 보이는 분위기를 한순간에 무마해버리는 듯 대조적으로 나타나있다. 지배권력의 엄격함에 반기를 들고자 폭소를 만발함으로써 시대에 저항하듯 말이다. 이는 중국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을 고스란히 체험한 작가가 무기력하고 무능한 세대들에 대한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비웃음이다.

 

중국에서의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중국 내부의 민주화를 요구하던 천안문 사태의 비극적인 결말이 도래되었던 20세기, 미래에 대한 절망과 무기력증을 불러왔던 그때의 시대상을 작가가 통찰력 있게 바라본 결과가 거대한 화폭 안에 담긴 것이다.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통해 이데올로기와 사회구성체에 대해 반성과 비판을 일삼고자 한 그의 예술적인 언어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으로 통용되어 전해진다. 


 

예술가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과거의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믿는다면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과거를 부정하고 과거를 새롭게 이해해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Section 2 : 한 시대를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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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Btstander)> 캔버스에 유채 230x200cm, 2011

 

 

Section 2, '한 시대를 웃다'에서는 역설적인 웃음의 의미를 보다 선명한 실체로 구성해 보인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한 작품의 제목은 '방관자'다. 작품 속 강 한가운데 벌거벗은 한 남자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위급한 상황인데도 그 상황을 즐기는 듯해 보이는 유에민쥔 특유의 인물상이 화면에서 부각되는 반면, 오른편에 길게 늘어진 배에 탑승한 외국인들은 그 모습을 방관하며 구경하고 심지어는 핸드폰을 들이밀며 마치 특종을 목격한 것과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지 않은가? 바로 보편화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동시대의 실상이다. 타인에게 어떤 사고가 생겼을 때, 그것이 크든지 작든지 간에 도움을 건네려 하기보다는 핸드폰 카메라를 먼저 들이미는 익숙한 풍경. 생과 사를 넘나드는 한 사람의 운명 앞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평화롭기만 한 방관자의 모습은 뒷모습만으로도 잔인함을 내포한다. 작가가 직설적인 도구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그보다 더 잔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 비추어진 것이다.

 

 

“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부자유와 허무가 숨어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나 자신의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Section 3 : 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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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 캔버스에 유채 240x200cm, 2013

 

 

Section 3, '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에서는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작가의 내면적인 고찰을 들여다보며 삶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는 당대 중국의 사회문제를 생생히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공감할 소재를 끊임없이 캔버스에 대입함으로써 세상과의 소통을 자처한다. 그런 소통 의지가 효과적으로 드러난 작품, < 기사회생 >은 죽음의 의미를 뒤바꾸어 놓는다.

 

안도하는 모습의 웃는 얼굴 위에 해골 형상이 반복적으로 자리하는 회화의 형식에서, 캔버스 안의 인물은 죽음을 두려운 존재가 아닌 삶과 신체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의 삶에 항상 공존하는 죽음을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그 또한 인생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호탕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죽음의 본질을 초월하려는 완숙함. 그러한 태도가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 누구에게나 죽음은 피할 수 없으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채 온전한 하루를 최선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항상 죽음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진 않기에 자신도 모르게 하루를 무의미한 채로 흘려보내기도 한다. 또 어떤 하루는 아무런 감동도 없이 우리 곁을 지나간다.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그러한 순간을 맞이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유에민쥔은 사람들이 흘려보내기도 하는 '순간'에 주목하여 그와 관련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죽음을 기억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죽음(死)의 찬미를 통해 밝게 표현해내고 있다.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죽음 같은 고통이 엄습해올 때마다 호라티우스의 <송가>를 떠올려보라 말한다. 

 

 

"지금 내가 말하는 동안에도 남을 부러워하다 보낸 세월이 저만큼 도망갑니다. 바로 이 순간을 낚아채십시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신경 쓰지 마십시오."

 

- 호라티우스의 <송가>

 

 

 

Section 4 : 조각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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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같은 인간> 청동 71x70x201cm 155kg, 12pcs 2016

 

 

Section 4, '조각 광대'에서는 청동 조각으로 제작한 작품을 마주함으로써 유에민쥔만의 독보적인 슬랩스틱을 느낄 수 있다. 본 섹션의 부제는 'Slapstick Comedy'인데, slap은 과장된 액션을 특징으로 하는 희극이며 stick은 광대가 연극을 할 때 쓰던 막대기다. 따라서 슬랩스틱 코미디는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한 판의 코미디 연극을 말한다.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움 속에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런 경향이 드러나는 2016년 작, < 짐승 같은 인간 >에서의 청동 조각상들은 한 면에서 보면 사람의 생김새이지만 각도를 조금만 틀어보면 각종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한 몸체인데도 상반된 생김새가 드러날 뿐만 아니라, 인상 좋은 사람과 강한 짐승의 모습이 복잡하게 오마주 돼 있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보면 마냥 웃고 있지만, 모든 이들이 의외의 모습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걸 유쾌한 조각의 형체로 표현한 작가 특유의 풍자적 능력인 셈이다.

 

이렇듯 광대의 웃음에 고여 있는 눈물 자국처럼, 유에민쥔의 조각들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진한 비극이 도사린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의 아픔이 짙게 깔려있다. 유에민쥔의 예술처럼 찡그릴 수밖에 없는 시대상을 유쾌한 승화로 이루어낼 수 있는 작품이 과연 몇이나 될까. 회화 이외의 매체를 활용해 거대한 조각상으로 더 큰 웃음의 실체를 마주하게 해준 유에민쥔의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Section 5 : 일소개춘(一笑皆春) -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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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5, '일소개춘(一笑皆春) -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에서는 유에민쥔의 전시를 총망라하는 메시지를 건네준다. '일소개춘'은 중국 대리(大理)에 있는 감통사(感通寺)의 고승 단당대사(担当大師)의 선문답으로, 유에민쥔의 겨울 작업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의미를 담은 일소개춘의 세상에서 작업을 행하는 작가의 예술세계는 주위의 환경과 깊이 맞닿아 있다.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 되는, 바로 현재 우리가 가장 원하고 있을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상을 유에민쥔은 작품화한다. 힘들고 지쳐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때가 와도 그것을 초월할 커다란 웃음을 지어봄으로써 온전한 승화를 이루어내는 것. 그게 유에민쥔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삶과 연관된 한결같은 메시지를 시사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본 전시회는 여러 섹션을 선보이면서 그러한 메시지의 선명도를 서서히 높여간다. 그리고 선명도를 높이는 작업의 중심에는 유에민쥔의 서사가 담긴 예술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전시회에서 거대한 세상의 논리에 맞서는 유에민쥔만의 예술적 방법론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발자취의 끝에, 비로소 한 시대를 웃는 본인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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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20.11.20(금) ~ 2021.03.28(일)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3층

(제 5전시실, 제 6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3,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한겨레미디어, XCI

 

후원

KAN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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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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