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모든 결핍에게 [영화]

글 입력 2020.11.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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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사람끼리 모이면 더 부족하지 않나요?'


SNS에서 접했던 흥미로운 질문이다. 열심히 살면 안 될 게 없다는 식의 긍정으로 무조건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신선하고도 신랄한 촌철살인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 영화에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한 편이 함께 뇌리를 스쳤다.

 

미혼모 디안(안느 도발)과 사고뭉치인 그녀의 아들 스티브(안토니 올리버 피론), 그리고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그들의 이웃 카일라(수잔 클레망).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마미'는 각자의 결핍을 앓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감독만의 특색 있는 시선으로 담았다.

 


Synopsis


행동 문제가 있는 자녀의 부모가 경제, 신체, 심리적인 위험에 처할 경우 별다른 법적 절차 없이 자녀를 공공병원에 위탁할 수 있는 법이 시행되는 캐나다. ADHD를 앓고 있는 스티브는 방화 범죄를 일으켜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쫓겨나게 되고, 엄마 디안은 스티브를 집으로 데려온다.

 

 

영화의 제목이자 중심에 자리하는 디안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족히 몇십 개는 되어 보이는 열쇠들을 짤랑거리며 요란하게 서명하는 오프닝 씬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강인한 인물이다. 결코 기죽지 않는 그녀는 좋지 않은 현실에 위축되기보다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인물이다. 추후 스티브를 떠나보낸 뒤에도 그 공백을 견디지 못해 마을을 떠나는 편을 택하는 카일라와는 반대로 디안은 얼굴을 때려서라도 눈물을 참으며 다시 나아갈 것임을 암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난 내 소임을 다했고 그랬기에 나에겐 희망이 있어. 그래서 나는 승자야. 지금껏 늘 그랬어.”는 그녀의 삶의 방향을 나타내는 대사이다. 그런 그녀에게서 자라난 스티브 역시 힘든 상황에 쉽게 좌절하지 않고, 철없는 말괄량이 같아 보이지만 때로는 오히려 어른스러운 말로 엄마를 달래곤 한다.


이러한 모자의 돌파력, 꺾이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모습은 주변 인물이던 카일라가 그들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던 불가항력으로 작용한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춤을 추며 즐기는 디안 모자의 자유로운 에너지는 언어장애라는 난관과 권위적인 남편에게 파묻힌 채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삶을 살던 카일라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디안 모자 덕분에 그녀는 그간 목에 걸려 뱉을 수 없던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막바지에는 고함까지 지른다.

 

디안과 스티브 또한 카일라의 다정하고 선한 내면에 마음을 위로받고 그들에게 없던 안정감을 얻는다. '마미'는 이렇듯 각자의 결핍을 앓고 있던 세 사람이 서로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이다. 충만한 어느 한 쪽이 부족한 이를 채워주는 일방향이 아닌 아닌 양방향의 관계라는 점에서 보는 이에게 깊은 용기와 격려를 전한다.


‘사운드 오르가즘’이라는 수식어를 자랑하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작품인만큼 'White flag', 'Experience' 등 감각적인 음악들로 점철되어 곡 하나를 뽑기가 무척이나 어렵지만, 아마 대부분의 이들이 영화의 시그니처로 꼽을 오아시스(Oasis)의 'Wonderwall' 씬과 더불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선명하게 구현해냈다고 칭할 수 있는 음악적인 장면이 존재한다.

 

 

 

 

식사 후 와인을 나눠 마시며 처음으로 깊은 얘기를 나누는 디안과 카일라. “스티브와 함께라면 따분할 틈이 없지.”라는 직전의 대사를 마치 증명하기라도 하듯 매니큐어를 칠한 손으로 믹스테이프를 트는 도발적인 자태의 스티브가 등장한다. 디안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면서도 스티브의 리듬에 몸을 맡기기 시작하고, 모자는 어색해하는 카일라에게도 함께 즐길 것을 권한다. 이때 흐르는 음악은 셀린 디온(Céline Dion)의 'On ne change pas'이다.


이때 인상적인 것은 카일라의 반응이다.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모습에도 웃지 않고, 단순히 낯선 분위기에 쑥스러워하는 사람치고는 꽤나 진지하다. 어딘가 긴장한 것처럼도 보이고, 마치 어떠한 결심이 스친 듯한 그녀의 얼굴은 이 순간이 단순히 흘러가는 장면이 아닌 중요한 국면임을 드러낸다. 카일라는 '내가 이래도 될까' 싶은 생각과 이질감에 주저하는 동시에 그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강력한 열망을 느끼고, 디안 모자는 그런 그녀의 망설임을 다 안다는 듯 웃어준다.

 

함께 춤을 추며 두 모자는 능숙하고 다정하게 그녀의 내면을 밖으로 끌어내고 결국 카일라는 온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얼굴로 그들과 완전하게 어우러진다. 그들을 둘러싼 현실의 커다란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을 제외한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 모두 조금씩 부족한 세 사람이 모여 작지만 온전한 행복을 이루어 내던 순간, 거기에 얹어지는 셀린 디온의 명곡은 그 따뜻한 융화에 감동을 더한다.

 

비록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지나 서서히 간주가 작아지다 끝내 고요가 찾아올지라도 카메라는 따스한 시선으로 그들의 몸짓을 비추며 춤이 끝나기를 기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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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맹에게 흑과 백으로 세상이 나뉘듯, 스티브에게 세상은 디안이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나뉜다. 그렇기에 영화의 결말부가 그의 운명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도 중요하지 않다.

 

끈을 풀어주던 병원 직원의 “그게 사람의 본성이니까.”라는 대사를 마지막으로 힘차게 복도를 달려 나가는 스티브, 그는 부족함 가득한 자신의 세상을 채워줄 유일한 존재인 디안이 있는 곳으로 떠났을 뿐이다. 만약 이번의 시도가 실패한다 해도 그는 몇 번이든 엄마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그의 본성이므로.


거의 전곡을 통째로 삽입해 버리는 음악, 과감하게 휙휙 돌아가는 카메라 워크 등 '마미'는 마치 굵은 붓으로 거침없이 북북 그은 유화 같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섬세한 배려를 갖춘 시선을 통해 완벽하지 못한 모든 이의 용기 있는 걸음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세상의 좀 더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던 감독의 말을 대변하듯 이 영화는 '주저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록 그 사랑이 당신의 부족함을 완성하지는 못할지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줄 지지대가 되어줄 수는 있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김수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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