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치 하루의 시간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처럼 - 시간 블렌딩 [도서]

글 입력 2020.11.0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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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추상적이다.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는 둥둥 떠다니는 개념을 구체화한다고 해서 곧장 이해되지는 않는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가득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입을 모아 얘기한다. 고개를 뒤도는 순간도 시간은 기다림 없이 흘러간다.

 

마치 시간이 커피인 마냥 블렌딩을 해보겠다는 저자가 나타났다. 카페에 앉아 떠올랐던 일련의 생각들을 엮어 만든 기록물이지만 그 과정들이 시간을 블렌딩하는 작업이었다고 당당히 얘기한다.

 

짧고 간결하다. 묘하게 중독 있는 저자의 문체는 고요하고 정제된 사진과 함께 빛을 발휘한다. 마치 SNS의 게시글을 종이책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티타임을 가지는 것처럼 이 책도 자연스럽게 내 품으로 왔다.

 

사람의 하루는 변화무쌍하다. 매일 똑같은 일정을 소화한다고 해도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내 하루의 컨셉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카페에 들어서서 메뉴판을 보고 오늘 뭐 마시지 하고 고민할 수 있는 것처럼 하루의 컨셉을 정할 수 있는 메뉴판이 있으면 좋겠다.

 

하루의 시간을 음료로 비유하는 이 책을 보니 그런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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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카페 가는 걸 즐기지는 않는다.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내 몸이 커피를 거부하기에 나 또한 커피와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없다. 카페라는 공간은 왠지 사치스러운 공간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시간 보내기용. 친구들과 밥 먹고 마땅히 놀 게 없을 때 수다를 떨기 위해 찾게 되는 카페. 약속과 약속 사이에 아무데도 갈 곳이 없을 때 찾게 되는 카페. 그럴 때마다 나는 커피가 아닌 다른 어떤 음료를 마실지 고민을 거듭한다.

 

나도 모르게 카페는 진화하고 있었다. 카페의 용도는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을 넘어서 집중해서 공부하는 공간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한 촬영 공간으로 점점 용도가 다양해졌다.

 

아주 드물지만 가끔 카페에 혼자 앉아 사색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괜히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하고 나만의 공상에 빠져 이 시간 속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굴고 싶을 때가 있다.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메모장에 활자로 녹여내기도 하지만 카페를 갈 때마다 그러지는 못했다.

 

부지런해져야겠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저자의 글과 사진을 보며 그렇게 다짐했다. 나의 시간을 공유하고 앞으로도 머릿속에 새길 방법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남겨두는 행위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였듯이 나 또한 그러리라 마음먹었다.

 

 

시간 비우기

 

몇 년간 손이 안 가는 헐랭이 옷은 옷 수거함으로,

몇 주간 제자리를 지키는 냉동고기는 들들 볶아

길냥이에게, 김빠진 콜라는 하수구!

 

이것은 이쪽으로, 저것은 저쪽으로.

 

김빠진 콜라를 버리듯 김빠진 시간을 버린다는 것은,

빈 시간으로 시간을 채운다는 것.

 

- 60p -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여 잘 보여준 글이었다. 저자의 책을 통해 시간에 대해 더 골똘히 집중하게 되었다. 비유적인 글로 똘똘 뭉친 이 책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즐겁다. 내 시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배우는 길인 것 같다.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쓰고 싶어졌다.

 

오늘은 복숭아 스무디 하루였어.

포도에이드 수요일을 보낸 기분이야.

 

마치 하루의 시간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처럼 그렇게 쌓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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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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