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자기가 싫은 날의 자기소개] 0. Prologue 안녕

글 입력 2020.10.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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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한 시절을 지나오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밤이면 어김없이 내가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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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안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안녕이라는 인사는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서 만나면서도 헤어질 것 같고 헤어지면서도 다시 만날 것만 같다. 그래서 오늘 새삼스레 다시 한 번 여러분께 이런 인사를 건네 본다.


나는 아트인사이트에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활동해왔다. 에디터에서 컬쳐리스트로, 그리고 PRESS로 글을 썼다. 내가 쓴 글을 한 번쯤 읽으셨던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안녕’하고 인사하는 나와 같이 ‘안녕’하고 인사해주면 좋겠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진심으로 반갑고 행복한 마음이다. 모니터 너머 적은 분량의 글로 만나는 우리이고, 그마저도 글을 읽는 몇 분이면 끝인 관계일지도 모르지만 내 글을 읽는 누군가를 상상하면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클릭해 읽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곳은 아침일까 밤일까. 핸드폰일까 컴퓨터일까. 일을 하다 잠시 생긴 쉬는 시간일까 아니면 자기 전 우연히 들어왔을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화나거나 슬픈 일이 있었을까. 어쩌면 운이 좋게도 즐거운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일을 끝내고 방에 들어와 누워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당신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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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의 기나긴 자기소개다. 사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직 낯설고 부끄럽다. 긴장되는 마음이다.

 

1년 동안 이곳에서 쓴 글에서도 나는 줄곧 작품 뒤에 숨어있었다. 그렇지만 잠은 오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할 방법도 찾지 못하는 밤에는 아무라도 붙잡고 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런 날에야 겨우 나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용기가 나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적어나갈 글에는 깊은 불면을 앓으며 잠들지 못했던 밤에 끄적거린 생각들도 있고, 잠이 오지 않을 만큼 질투하고 설레게 했던 작품과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의미로든 지나온 밤은 길었고, 나의 자기소개는 그 밤에 누구에게라도 전하고 싶었지만 가닿을 곳 없었던 말들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글을 써도 모니터 너머의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실감을 하기는 어렵다. 조금은 외롭고 안전하다는 기분을 방패삼아 조심스레 인사를 건넨다. 내가 지금부터 꺼내놓을 이야기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나를 만들어온 것들이다.  그간 사람들과 마주하며 건네던 ‘안녕’이라는 짧은 단어에 담긴 마음들을 길게 늘어놓으려 한다. 당신과 내가 헤어짐을 맞는 마음으로 만나,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헤어지기를 바란다.

 

프롤로그를 마치며, 새로운 글을 시작하며, 다시 한 번 나는 이렇게 인사한다.

 

“안녕”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의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 김애란 소설집 <달려라 아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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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이정호님의 작품입니다

* 본문에 사용된 그림은 TimEitel의 작품입니다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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