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의 단면에는 나이테가 없다
글 입력 2020.10.0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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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후배들과 카페에서 이야기하다가 이런 얘기가 나왔다. ‘주변에서 뭐든 해보라고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인, 즉 해야 하는 게 어학공부인지, 자격증 시험 준비인지, 여행인지, 사회생활인지 많은 사람이 힌트조차 주지 않고 막연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앞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병아리가 있는데 그 시간을 겪어본, 그때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아는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했을까?

 

인터넷에서는 더 흔하다. 20대에는 뭘 해야 하고, 30이 되기 전에는 뭘 해야 하고, 30대에는 또 뭘 해야 한다고 한다. 다 겪어본 사람들이 이때 이런 걸 하면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유익한 정보와 도움이 되는 조언이 있지만 사실 와닿지 않는다. 어릴 때야 작년까진 1학년, 올해부터는 2학년 하고 다 같이 손잡고 성장하지만, 성인이 되면 각자의 길에서 저마다 다른 성장 시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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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일을 경험하면서 공감대를 확장해간다. 그러다 보면 보편적인 고민과 후회를 마주한다. 그때 하지 않은 걸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으니 누군가에게는 놓치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는 상대에게. 겪어서 알게 된 걸 말로 전하는 건 어렵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이해하기 위해 상상을 동원한다.

 

누군가가 봐야할 것을 놓치는 모습이 안타까워 조언하는 건 좋은 행위다. 그 사람은 그 조언을 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누구는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오랜 날을 후회했고, 누구는 맨땅에 헤딩을 해보고 깨닫고, 누구는 손해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직접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을 간접경험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중에 겪어보고서야 ‘그때 그 말이 이거였구나’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해할 수 없으면 이해하지 말자. 얼핏 좋아 보이는 말이라면 기억을 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실행하자. 남들이 해봐야 한다는 일은 수도 없이 많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세상엔 꼭 해야 하는 일은 없을 수도 있다. 남들에겐 좋았지만 나에겐 의미 없는 일이 있을 수 있고, 남들에겐 의미 없어 보여도 나에겐 많은 걸 주는 일이 있을 수 있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과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 중 보통 전자가 낫다고 하는데, 때로는 후자가 나을 수도 있다. 세상엔 꼭 해야 하지 않아도 될 일도 있을 수 있으니까.

 

남들이 하라고 해서 손해 보지 않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규칙적인 생활, 올바른 식습관, 인사하기, 저축하기와 같은 교과서적인 이야기부터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기, 스스로를 사랑하기,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지 않기 등 연령과 상황 가리지 않고 적용 가능한 일은 해서 손해 볼 일이 없다. 예를 들어 n0 대에 해야 할 일을 검색하면 친구 만들기와 인간관계 정리하기가 자주 등장한다. 정반대의 이야기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땐 미뤄두면 된다.

 

정 때문에 끊지 못하고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 ‘정리하기’를 꺼내서 실행하면 되고, 놓치기 아쉬운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친구 만들기’를 선택하면 된다. 굳이 더할 필요도 뺄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조언을 실행할 필요는 없다. 들으라고 한 소리라면 듣고 어딘가에 저장해두면 된다. 필요할 때 꺼내 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에 숫자 하나씩 붙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의 단면에는 나이테가 없다. 성장하는 선을 스스로 그을 수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나이별 행동에 갇힐 필요가 있을까? 헷갈린다고 호도되어선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내 것으로 만드려고 허겁지겁 삼켰다가 체하면 나만 힘드니까, 자신의 속도와 삶에 맞춰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취사선택하는 게 낫다.

 

내 나이 내 거니까 내 맘대로 나한테 맞춰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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