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생에 단 한 번의 쓰임을 다하고 죽다. [문화 전반]

어떤 물건이든 우리가 한 번 쓰고나면 쓰레기가 된다.
글 입력 2020.09.2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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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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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alerie Leonard. Invisible, 2019 Ciwem environmental photographer



쓰레기가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졌다는 소식들이 이제야 와닿는다. 심각하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나이가 되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제 '주의하세요, 이런 일이 생길 거예요' 수준이 아니라 현 상황에 닥치고 있는 문제라 그런 걸까. 아마도 둘 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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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가 본 글 일부를 캡쳐했다.



카페 안에서 일회용 컵 사용에 제한이 생기고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2019년 말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다음카페 인기글100에 들어가서 휘적휘적 손가락으로 세상의 소식을 접할 때였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보다 시급하게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읽었다.

 

‘우리나라에는 쓰레기 매립지도 적고 / 수출로 때우고 있었던 것도 현재 수출국에서 폐기물 수입 규제를 강화하며 수출의 길도 막혔고 / 업체들이 재활용 비용보다 플라스틱을 수입하는 비용이 싸기 때문에 오히려 플라스틱을 사오고 있다.’가 그 글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상황이었다. 약간 소름이 돋았다.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사진을 보고 있으니 숨이 턱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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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집에 들어가던 밤, 이렇게 쌓인 쓰레기가 무서워서 찍었다.

 

 

우리 아파트는 매주 일요일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플라스틱, 종이, 비닐 등이 각각 담겨진 큰 포대자루는 밤이면 사람 키를 웃도는 정도로 쌓여있는데 그것도 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그렇다. 내가 사는 동에서만 지금 이만큼의 쓰레기가 나온 건데, 아파트 단지 전체로 생각하면 쓰레기 양이 이만큼, 이 동네에는 11단지까지 아파트가 있으니까 또 쓰레기 이만큼. 와 진짜 장난 아니구나. 사람이 살면서 만드는 쓰레기 양에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는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생각보다 멀쩡한 게 많다. 방울토마토가 들어있었을 플라스틱 박스는 깨끗했고, 스티로폼 상자도, 쿠팡 로켓배송 종이상자도. 쓰레기라고 모여 있으니 쓰레기가 됐다. 재활용 쓰레기라고 분리수거가 되고 있지만 제대로 분리배출이 안 된 것들은 재활용하기도 어렵다하는 것 같고. 차라리 저 방울토마토 박스는 다시 여기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홈플러스에서 산 것 같은데 다시 갖다주면 안 될까.

 

  

 

내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그 쓰레기는 얼마나 쉽게 생기는지 실감하면서 살고 있다.



마트에 들려서 간단하게 장을 보기로 했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무화과 1kg. 내가 먹고 싶었던 과자. 매일 챙겨먹는 생크림 요거트 12팩. 항상 구비해놓는 봉지라면 한 묶음. 그리고 "종량제 봉투 하나만 주세요."까지.

 

한 손 가득 짐을 들고 아파트 단지를 올랐다. 집에 오자마자 짐을 풀고 정리를 하려고 한다. 강아지는 반갑다며 왕왕 짖으며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봉지라면을 꺼내 봉투를 뜯어 5개의 낱개라면를 하나씩 찬장에 넣었다. 방금 뜯어낸 겉봉지는 한 쪽에 잠시 치워둔다. 생크림 요거트는 네 개씩 종이로 묶어서 포장돼 있다. 종이를 찢어 네 개를 와르르 채소칸에 부어 넣는다. 그렇게 세 번 반복했더니 겉을 감싸고 있던 종이가 세 개 나왔다. 과자는 나중에 먹을 거니까 치워두고. 무화과는 플라스틱을 열어 하나씩 꺼내 바구니에 넣었다. 무화과를 받치고 있던 스티로폼만 남았다.

 

라면 다섯 개를 포장하고 있던 봉투. 생크림 요거트를 네 개씩 묶어 두었던 종이. 무화과를 포장했던 플라스틱 뚜껑과 스티로폼 받침. 별 거 안 샀는데 쓰레기가 벌써 이만큼이다. 얘네의 용도가 뭐였을까.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포장해서 마트로, 그리고 마트에서 우리집까지. 물건들을 개수에 맞춰 잘 분리하고 포장해 두기 위함인가? 그 짧은 시간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그 후엔 곧장 쓰레기 분류되는 건 왠지 좀 서글프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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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를 검색했는데 Ripped can 이 같이 나왔다.

 

 

물건들의 쓰임이 너무 짧다. 그걸 깨달은 이후로 물건을 쓸 때마다 괜히 마음이 쓰인다. 카페에서 받은 빨대도 내가 한 시간 남짓 쓰면 그 쓰임을 다하고 쓰레기가 되고 마는데, 그게 이상하게 보기 싫다. 버려서 쓰레기장으로 간다는 건, 그 물건이 이제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사람의 삶이 오버랩된다. 나도 이 땅에 태어나서 쓸모를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텐데. 그 쓸모를 다하는 시간이 물건과는 다르게 좀 길뿐, 사람이 한 번 태어나서 죽는 것과 물건이 쓰임을 다하고 쓰레기가 되는 것은 조금 비슷하지 않나? 과한 비유이긴 한데,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친구들에게 말해볼까 싶었는데 과몰입한다고 한 소리 들을까봐 아직 말을 꺼내보진 않았다.

 

내 손끝에서 쓰레기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괜히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 물건이 온전히 쓸모가 있었던 시간이 너무나 짧다. 마트에서 예쁘게 보관돼 있던 그 시간만. 누군가가 집어가면 뜯고 찢어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리고야 만다. 그 삶은 그렇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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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휴게소에 들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일행이 세 명이라 세 개. 나 대신에 커피 좀 받아달라고 일행에게 부탁하고 자리를 떴다. 카페가 있는 식당 밖에서 기다리니까 캐리어에 커피를 들고 나오는 게 보였다. 카페에서 여기까지는 코 앞인데, 그 캐리어는 저기서 여기까지 커피 세 개를 나르는 것으로 끝난다. 그 캐리어를 노려보며 잠시 고민했다. 저걸 어떻게 할까. 여기서 다시 반납하면 유난이라고 생각할까? 그래도 이제 나는 필요 없는데. 내가 차까지 들고 가져가 봤자 결말은 뻔했다. 차 한 쪽에 치워 뒀다가 내릴 때 챙겨서 어디 보이는 쓰레기통에 넣겠지.

 

다시 가져다 놓자. 커피를 캐리어에서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일행에겐 커피 빼 놨으니 챙겨가라고 한 마디를 한 다음에, 캐리어를 접으며 카페로 향했다. 카운터에 사람이 없어 올려놓기만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내 커피 한 번 옮겼고, 다른 사람 커피 한 번 더 옮겨서 이 캐리어는 그래도 두 번은 쓰였으면 했다.

 

 

 

텀블러의 다른 이름은 ‘다회용 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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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를 구글링한 결과

 

 

제로 웨이스트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가 납득이 된다. 쓰레기가 쉽게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포장 따위가 부질없게 느껴진다. 내가 집에서 쓰는 용기를 가져가 마트에서 쓸 만큼만 담으면 안 될까? 케첩을 담은 이 통 어차피 케첩 다 먹으면 쓰레기 되는 건데, 우리집에서 빈 통 하나를 케첩통으로 정해서 케첩만 받아가는 건? 쌀도 필요한 만큼만 내가 담아서 가는 건? 물론 그런 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 그 수는 많이 적다. 대형마트 전체가 포장 방식을 바꾸는 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 될 테고, 내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부터 바꿔보기로 하자. 손수건과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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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타벅스(왼쪽) 원모어백(오른쪽)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휴지 하나를 꺼내서 두 손바닥 사이에 두고 양손을 비빈다. 휴지가 돌돌 말리며 물기를 가져간다. 그럼 나는 꼭꼭 눌러 작게 만들어 휴지통에 넣는다. 뒤이어 손을 닦은 내 친구는 벅벅벅 휴지를 세 개나 꺼낸다. 손수건을 챙기면 휴지 사용량은 많이 줄어들겠지? 심지어 빨아 쓰면 다시 뽀송뽀송한 손수건을 다시 쓸 수 있다. 손을 닦고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물기를 닦는 사람이라니. 멋진 것 같다. 손수건을 쓰는 사람은 남달라 보여 멋지다고 생각해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 적은 여러 번 있다. 이제는 그 선물의 목적을 다르게 해서, 휴지 대신에 손수건을 써보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며 줘야겠다.

 

2018년 스타벅스는 적극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권장했다. 환경부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에코 보너스 스타’라는 혜택을 도입한 것이다. 텀블러를 사용할 경우, 에코별을 주거나 300원을 할인해주는 보상이었다. 그 결과 일회용컵 사용량이 2018년 7월 약 205t에서 12월 76t으로 줄었다고 한다. 텀블러 하나 챙겼다고 바뀌는 게 뭐가 있겠냐 회의적일 수 있지만, 줄어든 양이 꽤 된다. 텀블러 챙기는 것도 부지런해야 가능하지만, 그 부지런 한 번 떨어서 생기는 변화가 뜻 깊다고 생각하면 충분한 원동력이 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잔에 커피를 받으면, 내가 마시고 버릴 수밖에 없는 그 컵이 아까웠다. 재활용을 해보겠다고 집에 가져와 펜을 꽂아두는 것도 한두 번이고. 그러니 텀블러를 쓰기로 했다.

 

1959년에 비닐봉지를 처음 만든 스웨덴의 공학자 스텐 구스타프 툴린 (1914~2006)이 비닐봉지를 만든 이유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무가 베어져야만 하는 것을 보며 “가볍고 오래가는 봉투를 만들어 사람들이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일회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쌀을 담았던 포대, 커피를 옮겼던 캐리어, 방울 토마토를 담고 있던 통. ‘일회용 컵’, ‘일회용 칫솔’처럼 ‘일회용’이 공식적으로 붙는 말이 아니어도 모든 물건은 일회용이다. 어쩔 수 없는 일회용은 차차 해결방법을 찾기로 하고, 단 한 번 사용하고 끝나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여러 번 재생해서 쓸 수 있는 물건들을 써보는 건 어떨까. 텀블러의 다른 이름은 '다회용 컵'이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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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읽어보며 생활속에서 지나쳤던 일회용품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쓰레기에 대한 저의 태도를 돌아보고 반성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기회에 텀블러를 하나 준비해서 카페의 일회용컵대신 사용해야겠어요.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우리나라에 넓게 확산되어 생활쓰레기감소에 도움이 되면좋을것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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