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미쓰 홍당무의 사랑 [영화]

얼굴이 빨개지는 건,, 그만큼 솔직할 수 있단 증거잖아요.
글 입력 2020.09.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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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는 찌질함은 존재한다. 다만 이 영화엔 그것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고스란히 다 내보이는 그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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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특기는 비호감 짓 하기, 툭하면 삽질하기, 내 것도 아닌 남자 사랑하기, 나보다 뭐든지 잘나기만 한 것 같은 동료 교사 시샘하기.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것 같은 여자의 시샘은 너무나도 솔직해서, 그걸 보는 우리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이해하게 되는 그런 면모가 존재한다.

 

세상에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다. 선택받은 사람이 있으면 선택받지 못한 자가 있고, 행복이 의무인 사람이 있으면 불행이 필연인 사람도 있다. 모든 걸 가지지 못하고 태어난 것 같은 여자가 가진 건 딱 두 가지다. 심한 안면홍조증, 세상에서 제일갈 것 같은 열등감.

 

열등감을 사람으로 형상화한 것 같은 그녀가 마냥 얄밉지만은 않은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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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쿨하게 ‘남 탓할 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인정하는 것은 곧 나의 부족한 능력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불합리함을 외치며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르며 온몸으로 항의하는 사람은 보기 쉽지 않다.

 

미스미쓰 홍당무인 ‘양미숙’은 모든 사람에게 거부당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치열하고 낯 부끄럼 없는 ‘내 것 쟁탈전’은 그런 그녀를 더욱 솔직하게 만들어준다.

 

모두가 체면을 차리고, 거짓말을 하며 자신을 포장할 동안 그녀는 학교에 가서 삽질하고, 좋아하는 남자를 스토킹하며 자신의 감정을 낯부끄러울 정도로 토해낸다.

 

심지어 자기 스스로조차 ‘난 내가 너무 창피한 사람’ 임을 말하고 다니는 그녀는 러닝 타임 내내 부정적인 어휘를 뱉어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사람이다.

 

이런 그녀의 면모가 모두가 피하는 아싸 학생인 서종희와 뜻밖의 우정을 만들어내고, 묘하게 비슷한 것 같은 콤플렉스 덩어리 두명이 서로에게 힘이 된다. 결국 외로운 두명에게 힘이 되는 건 모든 걸 가진 것 같은 사람이 아닌 별 볼일 없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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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그녀의 창피가 짜증 날 수도 있다. 영화 속 그녀의 열등감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거부만 당하는 것 같은 그녀에게 연민이나 동정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겪어보지도 않고 아는 척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그녀에게, 1등에 목을 매느니 차라리 목을 매겠다는 그녀의 의지에, 스스로가 별로라고 남에게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그녀의 용기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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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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