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영화]

대안영화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글 입력 2020.08.3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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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개최되는 영화제를 잊지 않고 방문하곤 한다. 영화제는 국내외 다채롭고 참신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슬프게도 많은 영화제와 행사가 취소되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들었다. 그러던 중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고, 다양한 영상예술 외에도 전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영상 그래픽을 전공하는 미대생 친구와 함께 행사를 방문했다.

 

 

 

기이하고 끔찍한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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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Rivers, Look Then Below (아래를 봐)
 
 

처음으로 관람한 [뒷산의 괴물 - '같이' 사는 것에 대하여 2] 세션에선 총 3편의 단편영화를 관람했다. 그중 가장 강렬하고 인상 깊었던 건 영국 출신 벤 리버스 감독의 단편 <아래를 봐>였다. 20분가량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보는 내내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첫 장면은 물결치는 바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익숙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하늘은 햇빛 한 점 없이 매캐한 진분홍빛을 띄고 바다는 석유 기름에 지배당한 듯 지독한 검정빛이다. 우리가 아는 맑고 투명한 바다는 온데간데없다.

 

그 뒤 이어지는 화면은 더욱 충격적이다. 초록색이어야 할 식물들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기이한 무지갯빛을 지니고 있다. 잎사귀는 힘없이 나풀거린다. 땅 위에선 보랏빛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카메라는 안개가 피어오르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 동굴 속 모습을 서서히 비춘다. 그곳엔 과거의 흔적과 미래의 모습이 한 데 중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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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유석은 여전히 천장 위에서 거꾸로 자라고 있지만 바닥은 반짝거리는 형광 부스러기로 잔뜩 뒤덮여 있다.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 듯 주변은 고요하다. 지구의 미래가 바로 이런 모습일까? 내가 상상했던 건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올여름 이상스레 길었던 장마도, 전 세계를 위기에 빠트린 코로나라는 유행병도 모두 환경오염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인간은 탐욕에 눈이 멀어 이미 많은 것들을 망가트렸다. 지구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병들고 있다.

 

<아래를 봐>는 인류의 멸망과 세상의 종말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경고한다. 이처럼 생생하고 끔찍한 미래를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지만 모두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게 끔찍하게 두려웠다. 화려한 그래픽도 인상적이었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더없이 강렬했다.

 

 

 

실험적인 시도와 과감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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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관람했던 건 7편의 단편이 모여있는 [글로컬 단편: 뉴 장르]였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영상이 연이어 펼쳐졌다. 네덜란드 감독의 <파라솔>은 서울에서 사라져가는 파라솔의 모습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포착했고, <헤이트 인 시투>는 분노와 혐오의 감정을 원 모양의 파장으로 시각화한 독특한 영상이었다.

 

런던 히드로 공항의 기도실을 소재로 한 단편 <기도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흐릿해지는 기억의 불완전함을 담아낸 잔잔한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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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3 Collective,

Rituals We Wish We Had (도시 의례)

 

 

7개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네덜란드 스튜디오 '33 1/3 Collective'의 <도시 의례>다. 이들은 전통 의례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징으로 주차 고깔과 소방차 등을 떠올렸다. 그리곤 그 물체를 활용하여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달하는 메시지도 인상적이었지만 아날로그적인 퍼포먼스와 화려한 색감이 매혹적인 단편이었다.

 

 


미디어아트의 매력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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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플랑크톤과 플랑크톤, 한수지

 

 

이후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탈영역우정국으로 향했다. 영화를 관람했던 홍대 메가박스에서 도보로 20분을 걸어 도착했다. 건물 1층과 2층에는 16편의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관람객들은 스크린 앞에 앉거나 서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주제를 접근하는 영상이 많았다. <온산:오래된 미래>는 울산의 중화학 공업단지 풍경을 드론으로 조망하며 국가주의와 근대화를 간접적으로 이야기했고, <비트 플랑크톤과 플랑크톤>은 데이터의 기본 단위인 플랑크톤이 사용하는 언어를 들려줬다. 심지어 플랑크톤이 노래하는 모습을 노래방 영상처럼 제작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사운드 아트 <레귤레이션>에선 여러 기호들이 깜빡거리며 전자음으로 구성된 음악을 재생했고, <부유데기의 환영>은 조선족 여성 5명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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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 홍민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홍민키 감독의 <공중도시>다. 2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관람했다.

 

영상 컨셉부터 미래도시스럽다. 진행자와 패널들은 도시를 유영하는 공중 방송국에 모여 망원동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주제로 담화를 나눈다. 참석자 모두 SNS 라이브 방송 기능을 활용하여 토크쇼에 참가한다.

 

망원동이 언제부터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는지부터 기존 거주민이 쫓겨나는 현상과 망원동의 과거 모습 등 심도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실제 망원동 주민들을 섭외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반면 인물들의 일그러진 얼굴은 웃음을 자아냈고 그래픽 효과는 유쾌하고 장난스러웠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참신하고 독창적이었다.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공중도시>는 앞으로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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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독립영화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이번 대안영상예술 페스티벌은 그간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성 영상매체에선 접하지 못한 신선함을 만났고 그들이 해석한 세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은 느낌이었다.

 

대안 영화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서로를 이해하며 표용하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는 그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내년에도 나는 이 페스티벌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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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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