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구 온난화 - 장마와 폭우의 마지노선

글 입력 2020.08.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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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돈 낭비처럼 보이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결국 장기적 측면에서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버린 우리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이 간단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너무도 큰 비용을 지불했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왔다. 한 수 앞을 내다보기는커녕 한 치 앞도 못 본체 나를 포함한 개인과 집단의 집단지성은 우매함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도 아직 희망이 있다면 조금씩이나마 정신을 차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 결국 장마와 폭염.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했다면 올해 우리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와 최장기간의 장마로 인한 피해는 진즉에 예방 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바는 집과 지하철이 잠기고, 지하주차장의 차가 침수 손해를 입고, 사람들이 돌아갈 집마저 물에 잠겨버린 이 참담한 사태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라는 것이다. 감기는 약 없이는 7일, 약 먹으면 일주일이라는 말을 믿고 감기에는 병원 안 가는 사람들처럼 전문가들이 그토록 경고하던 것을 지구의 감기 정도로 치부한 우리의 결과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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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대표적인 원인은 온실가스다. 교토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세계 각국의 대표들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거나 국가기관을 운영하면서 생겨나는 이산화탄소, 메테인, 아산화질소 등의 온실가스 감축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약속했다.

 

우리가 학창 시절을 통틀어 사회 시간마다 배웠던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였고 이러한 문제가 쉬이 넘길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졌을 터인데, 다시금 돌이켜보면 이러한 문제를 인식시키고자 했던 교육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앞서 말했던 일반 시민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에서 이루어지는 해결책과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것 사이의 비율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의 턱밑까지 고개를 들이밀고 있으며 결국 개인이 나설수록 더욱 빠르게 해결된다는 것이 지구 온난화의 현실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는 컴퓨터, 누군가가 출퇴근에 사용하는 자동차, 도로를 달리는 버스 등등이 기업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는 것들이 석유와 각종 지하자원이다. 결국 지구 온난화의 원인에는 우리도 포함되는 것이 분명함에도 내가 여태껏 배웠던 교육에서 이런 점을 상기시켜주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중학교 시절부터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초등학교서부터 질리도록 접해왔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작은 빙하 파편 위에 서 있는 북극곰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땅이 잠겨가는 해안의 도시 사진 같은 것들을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육이라는 형태를 빌려 미래를 짊어질 우리에게 끊임없는 경고를 보냈지만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라는 핑계로 눈앞의 현실을 가려 외면하려던 것이 우리들의 지난 모습이다. 그 모든 행동의 결과는 도로와 사회 인프라가 침수로 손해를 입고, 누군가는 집을 잃고, 누군가는 목숨마저 잃은 이번 장마다. 명심해야 할 점은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들의 노력? 결국은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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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를 줄여 환경을 되돌리려는 노력에 합류하는 물결이 이어지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같은 거대 기업들이 차례차례 탄소 배출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를 목표로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세력이 지배하는 경제의 특성상 시장 자본을 거의 잠식하다시피 하는 이런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다른 소규모 기업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이번에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 시장 자본을 잠식한 앞서 언급했던 기업들이 환경을 지키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니 다른 기업들은 좋든 싫든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야만 하니 지구 입장에서는 이제 좀 덜 더워질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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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기업들이 환경을 지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에서 새롭게 선보인 종이상자는 인쇄된 QR코드를 스캔하면 반려동물의 집이나 그 외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조립 방법이 담긴 설명서를 읽을 수 있다. 삼성의 이런 사업 방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이유는 자칫 기업이나 국가의 대표들 책임으로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일에 일반 소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작용이 끊어지면 무너지게 되는데 결국 기업이 아무리 피를 토하며 노력해도 소비자가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즉, 기업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그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도록 유도까지 해야 하는데 이번 포장 상자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했다. 어차피 모든 제품에는 포장 비용이 들어가고 우리는 그 비용을 지불하는데 보통 포장 상자는 돈만 내고 버린다. 하지만 이 상자를 통해서 나를 비롯한 일반 개인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통해서 환경을 지키는 일에 참여할 수 있고, 보통은 버릴 상자를 필요한 곳에 재사용하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자제품보다 직접으로 생활에 다가오는 것은 음식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나는 밖에서 음식을 사 먹기보다는 재료를 구매해서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다. 그편이 더 재밌기도 하고 맛도 낫기 때문인데 시골에 살다 보니 음식재료를 구하는 데 있어 접근성의 제약을 받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이 온라인 쇼핑이었고 그중에서도 마켓컬리를 애용한다. 할인 혜택도 꽤 좋고 제품이 다양한 것도 있으나 스티로폼 상자를 제외한 모든 포장 용기를 종이만 사용한다는 점이 컸다. 심지어 아이스팩마저도 종이었다.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고 자연적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이 적은 종이를 사용하니 환경을 지켜나가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고 어차피 제품 빼고 나면 갖다버릴 포장지가 쓸데없이 좋아서 뭐하겠나 싶었다.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수록 이것은 곧 소비자들의 니즈(Needs)가 되고 결국 기업은 그 니즈에 맞춰 운영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 경제 구조의 위력이다. 써먹을 수 있는 것은 다 써먹자.

 

 


죄수의 딜레마



지구 온난화와 자본주의 사회의 결론은 결국 서로를 생각할 때 상호가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인데 죄수의 딜레마는 여기서도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게임 이론의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는 이래저래 복잡한 과정을 건너뛰고 결론만 말하자면 서로가 상대방을 생각해 자백하지 않았을 때 둘 다 깔끔하게 1년만 살고 나오는 최상의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이론이다. 개인주의가 사회를 점점 삼켜가는 지금 사회에서 나를 포함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은 남한테 피해 주지도 말고 돕지도 말고 그냥 내 갈 길이나 가자는 것인데, 적어도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이런 사고방식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온다. 이번 장마로 우리는 그 최악의 결과를 직접 겪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 즉 돈이다. 우리는 기업에서 돈을 벌 거나 자영업이든 무엇이든 간에 기업이라는 형태로 돈을 버는데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지불해서 제품을 구매하는 돈줄이 되는 소비자다. 보통은 소비자 상황에 놓이는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제일 크게 고려하는 점은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저렴한가 아닌가다. 성능이 비슷하다면 무조건 더 싼 쪽은 고른다.


가격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같은 두 제품이 있다고 쳤을 때 한쪽 기업의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가정해보자. 그 기업이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방식의 공법을 사용하느라 생산 비용이 좀 더 비싸기 때문이라고 해도 우리는 통장 잔액을 지킬 수 있는 더 저렴한 다른 기업의 제품을 살 것이 분명한데, 이렇게 살다 보니 환경은 점점 나빠졌고 폭우로 더 큰 손해를 입었다. 내 이익을 챙기려던 행동이 더 큰 손해를 불러왔다.


이제 몸으로 느꼈으니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이미 지구는 버틸 수 있는 한계 직전까지 평균 기온이 올라버렸으나 낮추는 건 힘들어도 더 올리지는 말아야 한다. 정부와 각종 단체에서 열심히 떠들어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될 수 있는 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일이다. 이제는 좀 더 수준을 높여서 경제 주체 중 하나로서 경제가 움직이는 고리를 이해하고 그 흐름을 지배하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보다 파급력이 큰 것은 없으니 경제를 지배하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 그 주체 중 소비자에 해당하는 우리는 한 명으로는 그다지 큰 힘이 없지만 10명, 100명, 더 나아가 주요 소비 계층이 되는 순간 우리는 기업을 지배한다. 마케팅 부서가 블랙 컨슈머들한테 치를 떠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왕 지배하는 김에 환경을 생각하면서, 솔직한 말로 지구가 아니라 내가 덜 피해 보기 위해서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돈을 지불하자. 우리는 이제 분리수거 같은 기초적인 것들을 떠들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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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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