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감정은 무엇일까 -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

글 입력 2020.08.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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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입체.jpg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은 제목 그대로 그림책을 사용하여 감정을 이야기한다.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중 첫 번째 장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나의 감정 마주하기


 

 
어린 시절 억눌렀던 슬픔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때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p.34

 

 

사람에게, 특히나 어린아이에게 가장 깊고 오래 남는 감정이 '억울함'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억울함은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 깊이 묻히게 된다. 비단 억울함 뿐만 아니라 슬픔, 두려움, 상처 등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 당시 잘 해소되지 않는다면 마음 속에 숨어버린다.

 

작가는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를 아버지가 몽둥이로 마구 때리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대들지도, 말도 하지 못한채 혼자서 펑펑 울기만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대학원생이 된 작가는 죽음에 대해 에세이를 쓰게 되고, 노랑이의 이야기를 썼다. 이 글을 쓰면서도, 발표를 하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고, 이후 일주일 정도는 도서관을 오고 가는 중에도 눈물이 났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일화를 읽으며 나의 경험이 떠올랐다. 대학교에 들어와 교수님과 면담을 할 때, 장학금 심사를 위해 면접을 볼 때, 미술치료이론 수업을 들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을 때 등 내 마음 속에 눌러져있던 아팠던 감정들이 솟아오르며 눈물이 났다. 처음엔 눈물이 나는 것도 몰랐다가, 나중엔 눈물이 왜 나는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몰랐던 아팠던 감정과 기억이 마음 깊숙이 숨어있다 존재감을 내비치는 순간, 쉽게 무너지고 상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있었기에, 작가가 말하는 "어린 시절 억눌렀던 슬픔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때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상처받았던 당시의 나를 만나기 위해 기억을 떠올리고 글을 썼다.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과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적어 하나하나 정리해갔다. 물론 지금의 내가 과거의 슬픔과 아픔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상처를 알았다는 사실과 당시의 감정을 되돌아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작가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강조한다. 감정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하며, 그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다는 것이다.

 

과거 김영하 작가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학생들에게 졸업시까지 '짜증난다'는 말을 금지시켰다고 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짜증'이라는 표현은 완전히 다른 감정의 무늬를 단순하게 뭉뚱그려서 표현한 것으로 서로 다른 다양한 감정들을 '짜증'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할 수 없기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감정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그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감정의 명확한 이름을 모르기도 하고, 어떻게 표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많은 감정 단어를 알게 됨으로써 나의 감정을 해소하게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나의 감정에 휩쓸려 살아가지 않고 나의 감정을 통제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감정에 이름 붙이기 과정은 첫번째 과정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감정의 이름을 명확히 했을 때 숨겨진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또 반대로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던 감정이 얼굴을 드러냈을 때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잘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

 

책의 제목은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이지만 처음엔 제목만큼 그림책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생각했다. 매 이야기 초반에 그림책의 내용이 짤막히 소개가 되어있고, 그림책의 전체 내용을 알지 못하기에 그림책의 이야기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림책의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몇몇의 이야기에는 감정이 이입되어 꼭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림책의 임팩트가 클 것이라 기대했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우리 마음 속의 감정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시간을 가지며 그들을 진정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한다면 감정을 넘어 내 자신도 바로 마주하고 깊이 어루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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