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향을 팝니다: 성수동의 'Point of View' [문화 공간]

어른이들을 위한 큐레이션 문구점
글 입력 2020.08.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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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 지 맙 시 다

 

전철에서 내려 출구로 향하는 계단에 도착해 정면을 바라보면 큼지막한 굴림체로 쓰인 위와 같은 주의 문구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럼 그제야 비로소 성수에 도착했구나 싶은 마음에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평일 수도 있겠지만 동네마다 특유의 무드가 있다. 이태원에 가면 그날따라 페퍼로니가 잔뜩 올라간 피자를 먹고 테킬라를 마시고 싶은, 까닭 모를 흥이 오르는 무드가 느껴지고 을지로에 가면 그날따라 간판 없는 엘피 바에 들어가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고 싶은 무드가 느껴진다. 땅거미가 내릴 즈음엔 노포에서 통닭과 노가리를 먹어야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반면에 한남동에 가면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각의 갤러리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그날따라 지갑을 한껏 개방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무드가 느껴지곤 했던 것 같다. 유독 애정하는 성수동의 무드는, 좀 더 뭐랄까, 나를 안온하게 감싸 안는다. 낮고 낡은, 벽돌로 지어진 옛 건물들, 빛바랜 간판의 피혁 상점들, 그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며 위화감 없이 공존하는 현대의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느긋한 긴장의 해이가 흔흔히 느껴진달까.

 

6년 혹은 그보다 전에 성수동을 찾았다면 아마 그러한 안온함은 찾지 못했으리라. 성수동은 1960-70년대엔 자동차 부품소, 철공 공장 등 각종 제조공장이 밀집해 준공업단지로 활성화됐으나 1990년대 들어 업황이 쇠락하면서 낡은 건물만 남은 탓에 꽤 오랜 시간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그저 황량하고 허름한 회색지대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러했던 성수동이 개척되어 생산에서 소비의 동네로 변화하고 안온한 색을 뿜어낼 수 있도록 문화의 온기를 불어넣은,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많은 이들이 2014년 초 김재원 디렉터의 ‘자그마치’라는 카페 겸 복합 문화 공간이 그 시초라고 입을 모은다. 100평 규모의, 성수동 최초의 공장형 카페였다. 그 이듬해부터 여러 복합 문화 공간이 연이어 들어섰고 성수동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유동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자그마치도, 대림창고도, 성수연방도, 그녀의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WXDXH 또한 아니다. 바로, 그녀의 카페 오르에르 건물 위층에 위치한, 2018년 10월에 오픈한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 (Point of View)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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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oint of View instagram

 

 

역에서 내려 '뛰지맙시다'를 지나 골목골목을 거친 후에 마주하는 빨간 벽돌 건물 2층 구석의 Point of view는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특유의 이국적임과 이색적임에서 새어 나오는 판타지함 덕분에 왠지 모르게 해리포터 속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가 떠오른다. 콕 집어 특정할 순 없지만, 영화에서만 보던, 과거 영국의 어느 잡화점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예술가의 작업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로하지 않은 낮은 조도, 오브제들이 돋보이도록 돕는 유려한 곡선의 클래식한 검정 진열대, 빽빽하지만 정갈하게 디피된 갖가지 문구류들을 바라본다면, 무엇 하나 제자리를 놓친 것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납공간 속에 숨겨진 제품들을 발견할 때면, 숨겨진 보물을 캐내는 듯한 기분까지도 든다.

 

그리고 그 보물들엔 각기 다른 섬세한 큐레이션 메모가 함께 놓여 있는데 문학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기도 하고 디렉터의 철학이 담겨있기도 하며 작은 북 다트 하나일지라도 어떤 히스토리와 이야기를 가졌는지 성실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세심함과 진지한 정성은 소비자이자 관객(단순한 문구류를 넘어 작품이라 생각되기에)인 나로 하여금 제품 하나하나가 어떠한 계기로 셀렉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돕고 관심과 애정이 담뿍 묻어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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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P.O.V의 제품들은 실용적이라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 까닭은,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하기엔 지나치게 예쁘고 값이 나가기 때문인데 해결책은 단순하다. 소모품 취급하지 않으면 된다.

 

사물의 사연을 구매하고 묵직한 취향과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나만의 작은 문화적 사치를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물이 자아내는 미감과 영감에 집중해보자. 얕은 취향이 깊고 선명해지는 벅찬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은가.

 

내 작은 바람이 있다면, 많은 이들이 소모품이 아닌 장식품의 쓸모를 알았으면 한다. 결함을, 흠결을 감추는 속임수로써의 치장은 마땅히 거부해야 하지만, 본질에 충실한 장식은 되려 본질을 빛나게 하니 말이다.


 

종이와 필기구를 포함한 기능적인 문구부터 영감에 마찰을 일으키는 오브제까지, 포인트 오브 뷰에서는 공감각적인 관점과 도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문구란 ‘이야기를 가공하는 가장 원초적 도구’라는 가치가 담긴 포인트 오브 뷰의 공간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Point of View’는 세잔이 사과 그림을 통해 기존의 원근법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았듯, 또 다른 ‘관점’을 뜻합니다. 포인트 오브 뷰는 새로운 관점의 표현이자,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이야깃거리의 상징으로 사과를 모티프로 삼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P.O.V 의 브랜드 소개를 읽어본다면, 이들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시사하고자 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이 공간에서 그들의 의도대로 이미 익숙해진 우리 주변의 사물들에, 중요한데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 물건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기존의 관점을 환기하여 새롭지 않은 물건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연필 쥐는 법조차 잊게 되는 풍족한 디지털 시대에, 이 지극한 아날로그 감성의 현대 문구점의 존재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사한 일 아닐까. 많은 이들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채롭고 감도 높은 셀렉션들을 만나고 그 오브제의 이야기를, 만든이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들어보고 자신과 오브제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품게 되길, 감각적인 쇼핑 공간에서 좋은 소비를 하길 바라며 소개를 마친다.

 

 

Info.

포인트 오브 뷰 (Point of View)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8 2층

 

  



[강안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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