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콜레트 - 남편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온 위대한 작가 [영화]

글 입력 2020.08.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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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후반,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 소뵈르에 살던 콜레트(키이라 나이틀리)는 소설 편집자 윌리(도미닉 웨스트)를 만나 결혼하면서 파리로 떠나게 된다.

 

시골 출신의 콜레트가 파리의 사교계와 물랑루즈에 점점 지쳐갈 무렵, 급기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 윌리. 콜레트에게 직접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콜레트의 소설 '클로딘'은 그의 이름이 아닌 윌리의 이름으로 출판된다. 이 책은 파리에서 크게 흥행을 거두고, 두 사람은 시리즈를 출간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부와 명예는 모두 남편 윌리에게 돌아간다.

 

연인 미시(데니스 고프)와 엄마(피오나 쇼)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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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가장 프랑스적인 작가’라고 기억되는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콜레트는 남편과의 이혼 이후 클로딘 시리즈의 저작권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하고, 30여 권의 소설과 단편을 발표하며 프랑스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에서는 ‘클로딘’의 성공 이후에도 다소 수동적인 모습의 콜레트를 보여준다. 본인의 작품이 인정받고 있음에도, 작가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그 시간을 콜레트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어찌 됐건 작품의 성공으로 인한 혜택을 본인도 함께 누리고 있으니, 소유권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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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을 느슨히 맸다고 목줄을 안 맨 건 아니지

 

- 미시

 

 

콜레트의 삶에 대한 주체성은 미시와 함께 있을 때 절정을 이루는 듯했다.

 

극 중 바이 섹슈얼로 묘사되는 콜레트는 파티에서 만난 미시와 사랑에 빠지고, 함께 판토마임 공연을 다니기도 하며 둘의 관계는 깊어진다.

 

콜레트는 윌리의 그림자 속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엄마와 미시의 응원을 받아 ‘자기의 것’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내가 내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콜레트는 자신을 지지하는 두 명의 여성 덕분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현시대까지도 회자되는 프랑스 문학계의 거장이 되었다.

 

 

내 손이 떨리나요? 난 그들이 두렵지 않아요. 연극은 계속할 겁니다

 

- 콜레트

 

 

공연 후 관객들의 비난과 야유를 받으며 퇴장한 콜레트. 자신을 향해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를 향해 당당하게 말한다. 무대 위에서의 자유로움과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 당당히 맞섰던 경험들이 쌓여 콜레트는 더욱 당당히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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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말미에서, 윌리와 언쟁을 벌이는 콜레트의 모습은 그가 주체적인 삶을 살기로 결단했음을 보여준다. 클로딘과 자신을 동일시하던 콜레트는 이제 클로딘을 넘어섰다며 더 이상 이전과 같이 윌리의 그림자속에 갇혀 살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작별을 고한다. 집을 나서는 뒷모습에는 그 어떤 망설임과 후회 없이, 패기와 당당함이 가득하다.

 

특히 이 장면은 키이라 나이틀리의 빈틈없는 연기가 돋보인다. 윌리를 향한 분노와 클로딘을 잃은 절망, 나아가 앞으로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한 커트에 모두 표현해낸다. 쉴 틈 없이 대사를 뱉어내며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는 그의 역대 필모그래피중 명장면이라고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남편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온 콜레트는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했고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위대한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본인의 삶을 살기 위해 그림자 밖으로 한 발짝 내 딛는 순간,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 용기 있는 행동은 현시대의 수많은 여성에게 새로운 용기를 심어주며 동기가 되어주고 있다.

 

영화 <콜레트>를 통해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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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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