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5세대 아이돌을 다시 부른 것은: ① 우리의 학창시절은 티아라와 유키스였다 [사람]

글 입력 2020.08.1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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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홍민지PD의 중앙일보 인터뷰를 인용하여 글 내용에 맞게 수정한 것입니다.

 

‘숨어서 듣는 명곡’(이하 ‘숨듣명’)의 열풍이 불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우리를 10여 년 전의 480p의 무대들로 인도하고 있다. 나만 보는 건가 했는데, 댓글들이 어쩐지 다 최근의 것들이다. 친구들도 모두들 이 시기 노래들과 관련된 밈(meme)을 알고 있고, 식당에서도 간간이 들린다. 그러더니, <문명특급>(스브스뉴스, 문명특급)에까지 이들이 등장했다. 2020년 여름, 제국의 아이들, 유키스, 틴탑 등, 201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를 휩쓸었던 노래들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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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국의 아이들'의 'Mazeltov' 무대

ⓒSBS 인기가요

 

 

2014년 <무한도전>(MBC)에서 god가 재결합한 이후 <캠핑클럽>(JTBC)의 핑클과 같이 1세대 아이돌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돌아왔다. 이 역시 놀랄 만한 일이었는데 2019년부터, 바야흐로 10년을 건너뛰어 2.5세대 아이돌들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

 

숨듣명의 초기 주자이자, 대표곡에는 단연 ‘제국의 아이들’의 'Mazeltov'(2009)가 있다. ‘Japanese girl’을 ‘Japan girl’이라고 말하는 이상한 영문법,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도무지 모르겠는 다소 불건전한 가사와 함께, 맥락 없는 요일 외우기까지. 흔히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그룹’이라는 애잔한 타이틀을 가진 이 그룹 멤버들의 10년 전 앳된 모습 역시 주목을 받았다. 과하지 않은 것이 없는 무대 의상과, 미모(!)를 가리는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 난해한 노래에도 불구한 열정적인 시선, 카메라가 어색한 영락없는 신인 가수의 모습과 함께 열정에 걸맞지 않은 무너진 군무.

 

2019년 즈음 유튜브에 소위 ‘온라인 탑골공원’(비하성 용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2000년대 노래를 모아놓은 영상들을 일컫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왔다)이라 일컬으며 90년대와 2000년대의 무대 영상들을 모아놓은 채널들이 인기를 끌며 슬금슬금 그 시절 노래들이 돌아오나 했는데, 2019년 마젤토브를 기점으로 특정 시대(2010년~2013년), 특정 장르의 노래들(주로 아이돌 후크송)이 눈에 띄게 재조명되고 있다. ‘유키스’의 리더 ‘수현’이 출연한 <문명특급>의 조회수는 2020년 8월 14일 기준 247만 회를 넘었고, 수현은 ‘드림콘서트’의 MC까지 맡게 된다. 또한 그룹 ‘틴탑’은 데뷔 10주년을 맞아 을 발매하고 이전의 대표곡들의 무대를 다시 꾸미며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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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You 2020' 무대를 펼치는 틴탑

ⓒKBS 뮤직뱅크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숨듣명’의 주인공들이 티아라 등 당시 1군이라고 평가되던 소수의 아이돌을 제외하고는 2020년 현재의 열풍을 ‘제1의 전성기’라고 일컬을 정도로 소형 기획사의 아이돌이며, 대부분 2000년대 후반 또는 2010년대 초반 데뷔한 2.5세대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2020년, 하필 지금 이 2.5세대 아이돌들을 다시 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2.5세대 아이돌을 다시 부른 것은' 시리즈는 2부에 걸쳐 계속될 예정이다. 1부에서는 이 2.5세대 아이돌 '숨듣명'에 열광하는 2010년 초중반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진짜' 문화적 근간(?)과 그것을 이루는 2.5세대 아이돌 후크송의 등장배경을, 2부에서는 이 아이돌들의 노래가 2020년 여름에 하필 다시 소환되게 된 과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우리의 학창 시절은 H.O.T가 아니라, 티아라, 유키스와 함께였다



 

“TV 드라마나 예능에서는 90년대가 추억의 대상이 되지만 90년대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아니다. 우리는 H.O.T.나 핑클보다 소녀시대가 더 친숙하고 유키스와 틴탑이 학창시절을 함께 한 올드팝이 되는 것(이다.)”

 

- 홍민지 <문명특급> PD (중앙일보 인터뷰)

 

 

필자는 97년생이다. 아주 어릴 적 핑클빵과 핑클이 프린트 된 어린이 자전거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러나 1세대 아이돌에 대한 세대 공감대는 거의 없다. 2004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언니들을 따라 학교 앞 문구점에서 A4 사이즈 동방신기 포스터를 구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역시 또래 문화에 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뿐, 아직은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이 더 좋았다.

 

보다 아이돌에 눈을 뜬(!)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 학교 행사 때마다 소녀시대 춤을 따라 췄고, 슈퍼주니어의 팬이 됐으며, 매주 잡지 <브로마이드>를 사 모았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가 한국 가요계를 휩쓸었다. 그때쯤 나는 이미 방송 3사의 음악프로그램을 모두 챙겨보고, 음원 탑 100정도는 꿰고 있는 진정한 K-pop인(?)이 되어 있었다.

 

2세대 아이돌도 이제 어느덧 중견 아이돌이 되었고, 그들보다 많은 수의 아이돌이 데뷔를 하며 쏟아지듯 많은 곡들을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 2.5세대 아이돌이다. 2세대 아이돌을 동방신기 데뷔년도를 기준으로 2004년부터 잡는다면, 흔히 2.5세대 아이돌은 유례없이 많은 아이돌이 배출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EXO 데뷔년도를 기준으로 2012년까지를 잡는다.

 

음악 취향이랄 게 확립될 무렵인 중학교 시절, 나의 하루를 함께한 것은 이 2.5세대 아이돌들과 소수의 2세대 아이돌이었다. 내 문화적 취향의 근간이랄까, 그것을 이루는 것이 ‘만만하니’와 같은 시기 나온 노래들이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지금의 20대 중반들에게 학창시절은 H.O.T까지 가지 않고, 그렇다고 4대 기획사 평정기였던 2세대 아이돌의 시대에도 아닌, 그 때와 지금 그 사이 시기, 2010년대 초중반 2.5세대 아이돌들의 후크송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하면 무리일까. 틴탑의 팬도 아닌데, 노래가 재생된 순간 자신이 틴탑의 모든 곡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귀여운 고백들을 그 증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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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중반 후크송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중학생 필자

 

 

그렇다면 ‘그 시기’ 노래들이란 어떤 것들인가. 2.5세대 아이돌 등장의 전후 시기를 조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아이돌계의 판도를 바꾼 주요한 현상 및 사건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음원 사이트가 확립된 이후, 이 시기 한국 음악 산업의 중심은 음반에서 음원으로 확실히 넘어가게 된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둘째, 2000년대 초중반 데뷔한 아이돌들이 3대 기획사(SM, JYP, YG)를 중심으로 정리되며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는, 2세대 아이돌의 큰 성공이 있다.

 

음반에 비해 음원은 선택이 빠르고 쉽게 이뤄진다. 한 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곡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음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1분 미리듣기 서비스’ 등은 30초 안에 청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한 번의 스침 만으로 각인될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이경록, 2015 : 37쪽). 그리고 K-pop에 드디어 등장하게 된 것이 있으니, 바로 후크송이다. 시작은 원더걸스였다. 음원 시장의 개편과 함께 아이돌들의 타이틀곡은 후크송의 장르 문법을 주축으로 가지게 된다. 그리고 후크송의 초기(2007년~2009년: 2세대 아이돌 데뷔년도 기준), 2세대 아이돌로 분류되는 원더걸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SS501, 샤이니, 2PM, 등이 후크송으로 대박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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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송 히트곡을 낸 2세대 아이돌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SS501

 

 

이미 ‘Gee’, ‘쏘리쏘리(Sorry, sorry)’등 대히트곡들을 몇 개 탄생시킨 한국의 후크송은, 2010년부터 아이돌 타이틀곡들을 집어삼킨다. 2세대 아이돌의 성공에 힘입어 2009년부터 물밀듯이 많은 아이돌들이 데뷔하게 된다. 데뷔하고 나서도 수많은 아이돌 사이에서 대중의 눈에 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청자를 사로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새로운 곡을 내 놓아야 이 냉정한 아이돌계에서 처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1세대 아이돌들의 분명한 활동기-비활동기 구분은 사라지고, 3대 대형 기획사가 주축이 되던 2세대 아이돌들을 지나, 아이돌들의 춘추전국시대를 연 2.5세대 아이돌은 쉬지않고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 쉬지 않고 돌아올 것, 곧바로 눈에 들어올 것, 그래서 잊히지 말 것.

 

그것이 바로 2010년부터 2013년 발표된, 지금 ‘숨듣명’이라고 칭하게 된 노래들이 나오던 배경이었다. 그 노래들의 음악성(?)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거나 당시 후크송은 한국 대중 가요계의 음원 차트들을 석권하며 유의미한 하나의 장르를 이루게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각에서는 ‘괴작’이라고까지 평하는 곡들이 탄생하게 되는데, 당시 문화의 한복판에서 열광적으로 호응하던 (필자같은) 친구들은 그것을 당시 ‘괴작’이라고 보는 경우는 적었다고 기억한다. 어쨌거나 ‘Mazeltov’는 당시에도 다소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쨌거나 세련됐다고 생각했으며, ‘만만하니’나 ‘시끄러!!’는 정말 화에 가득 찬 ‘oppa’들의 멋있는 노래였다. ‘Bo Peep Bo Peep’이나 ‘링딩동’ 한번쯤 따라해본 적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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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특급>에 출연한 '유키스' '수현'

ⓒ스브스뉴스

 

 

좋아하는 가수와 상관 없이, 2010년대 초반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문화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이 2.5세대 아이돌들이 쏟아내는 중독성 강한 노래들이었다. 음원차트를 석권하고, TV를 틀면 주구장창 나오는, 거리 어디를 가나 들리는 이 “내가 그렇게렇게 만만하니”.

 

이 유행은 2010년대 중반에 들어 점차 오토튠이 줄어들고, 지나친 훅의 반복이 줄어들게 되며 점차 대세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 시절 멋있다고 생각했던 노래, 아이돌들의 비쥬얼적 요소, 무대 퍼포먼스는 어느덧 촌스러운 것이 된다. 아직 ‘향수’로까지 넘어가지는 못하는, 아름답게 추억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과거이기에 이 노래들은 한동안 그 이전의 노래들(핑클, god, H.O.T 등)과 달리 ‘숨어서 들을’ 수밖에 없는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아주 오래된 과거는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지만, 불과 어제의 어설펐던(?) 나를 추억하는 것은 화끈거리는 일이듯.

 

그런데 그렇다면 왜 이 화끈거리는 노래들이, 어디 가서 당당하게 듣는다고 말할 수 없는 노래들이 다시금 이 시점에 부흥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그 경향은 1세대 아이돌들이나 양준일 등이 재조명받게 된 경향과 조금 결이 다르다. ‘아름답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밈과 함께 무대와 노래를 한껏 비웃으며, 조금은 조롱하는 방식으로 2.5세대 아이돌들의 노래는 다시 ‘뜨게’ 된다. 다음 편에서는 이 과정에 대해 좀 더 살펴볼 것이다.

 

 


참고문헌

이경록, 『K-Pop의 문제점과 대책』: 아이돌 중심의 장르편중 문제점을 중심으로』, 동아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최서원, 『3세대 K-Pop 아이돌 전략 분석: EXO,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9.

‘2010년 가요계에 무슨일이…'제2의 깡' 쏟아지는 명곡 열풍’, <중앙일보>,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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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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