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더운 여름, 오싹한 '전시' 어떠세요 -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스산한 퀘이형제의 예술세계
글 입력 2020.07.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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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부르노 슐츠의 “악어의 거리”.jpg

부르노 슐츠의 "악어의 거리"

Bruno Schulz's "Street of Crocodiles"

PhotographⓒRobert Barker, Cornell University

 
 
무더운 여름이면 공포영화를 봐야 한다. 공포영화를 딱히 좋아하진 않아도, '애나벨' 같은 흥행 작은 한 번쯤 봐야 제대로 된 여름을 보낸 기분이 든다. 여름방학 시즌은 공포영화가 흥행하는 거의 유일한 기간이다. 계절과 장르의 관계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겨울에는 가슴 따뜻해지는 멜로 영화가 흥행하고, 여름에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영화가 유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공포물을 보고 물리적, 심리적으로 시원하다고 느낀다. 공포의 자극은 '짜릿함',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이 공포를 느끼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피부에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났다가 식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사람의 체온을 낮추며, '서늘함', '시원함'을 느끼게 만든다. 공포영화는 이러한 자극을 활용해 무더운 여름에서 흥행할 수 있었다.
 
같은 공포라도 종류는 다양하다. 무서운 존재로부터의 공포, 자연적 재난재해로 인한 공포, 신체 훼손에 대한 공포, 심리적 공포, 본능적 공포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러한 원인들은 다양한 공포 장르를 만들었다. 유령과 같이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공포를 느끼는 호러,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고어,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스릴러까지, 영화들은 각자 다른 공포를 이용한다.
 
같은 공포물이어도 느껴지는 강도는 다르다. 공포의 원인이 복잡해질수록 불쾌함은 더 커진다. 심리적 불안함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때, 공포에 대한 거부감은 강해진다. 예를 들어, 방 천장에 머리카락이 한 무더기 달린 모습은 누가 봐도 공포스럽다. 그 이유는 머리카락이 공포스러워서가 아니라, 보통 머리카락은 천장에 달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낯선 이질감은 알 수 없는 원인에 대한 불편함과 공포를 느끼도록 한다.
 
이러한 낯선 이질감을 이용한 공포가 있다. 바로 '그로테스크'라고 불리는 미술사조다. 그로테스크는 '괴상하고 기이한 것. 또는,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500년경 로마에서 발견되었고, 식물, 동물, 인간, 공상 속의 동물 등이 환상적인 방식으로 서로 결합되는 형식을 일컫는 용어다. 괴기미(怪奇美)를 주로 표현하는 작가들이 그로테스크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데, 일본 만화가 이토준지(伊藤 潤二), 에일리언을 그린 초현실주의 작가 H.R. 기거(Giger)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로테스크 대표작가들이다.
 
그로테스크는 관객을 불편하고 소름 끼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대중적으로 흥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로테스크를 통해 명성을 얻은 예술가들이 있는데, 스톱모션 애니메이터인 퀘이형제(Brothers Quay)가 바로 이들이다. 지난 6월, 예술의 전당에 그로테스크 예술가의 전시가 열렸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은 애니메이션, 도미토리움, 드로잉, 영화, 일러스트레이션을 망라하는 퀘이 형제의 작품세계를 담아냈다.
 

 

2. 퀘이형제.jpg

ⓒ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퀘이형제는 누굴까? 스티븐 퀘이와 티모시 퀘이는 1947년 미국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진 퍼핏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국내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기괴하고 초현실주의적인 색채의 작품들로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었다. 퀘이형제는 '악어의 거리(Street of Crocodiles), 1986'로 명성을 얻었고, 최근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인형의 숨(The Doll's Breath), 2019'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퀘이 형제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아마 이번 전시가 처음일 것이다. 올여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은 퀘이 형제의 세계관을 그대로 담아낸 전시다.
 
전시는 영화 제작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형 디오라마를 전시했다. 퀘이형제는 영화 촬영에 사용한 인형 세트를 특별한 이름으로 불렀다. '잠자는 곳', '묘소'를 의미하는 '도미토리움(Dormitorium)'이라고 이름의 인형 디오라마는 대표작인 '악어의 거리(Street of Crocodiles)', '해부실의 남과 여(Rehearsals For Extinct Anatomies), 1988'의 세트를 직접 담아냈다.
 
 

5.악어의 거리 “의상실”.jpg

악어의 거리 "의상실"

Street of Crocodiles "Tailor's Shop"

PhotographⓒRobert Barker, Cornell University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은 영화와 도미토리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프로젝터로 상영되는 영화와 함께, 도미토리움에서는 영화가 만들어진 세트가 전시되어있다.
 
영화를 잠시 관람한 후 도미토리움을 관찰하는 과정은 특별한 경험이다. 카메라에 담기기 전의 인형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 활용된 재료와 도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퀘이형제의 작품이 작은 도미토리움에서 펼쳐졌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영화의 경험은 확장될 것이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에서 '도미토리움'이란 개념은 특별하다. 도미토리움은 퀘이형제의 영화가 확장되는 예술적 도구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도미토리움을 목격한다면 영화는 스크린에서 현실로 확장될 수 있다. 몇몇 도미토리움은 확대경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카메라로 비쳤던 도미토리움 속 세계를 관객의 눈으로 직접 관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낳을 수 있다.
 
게다가 각 전시실은 '도미토리움'이란 이름으로 넘버링되었다. 전시의 각 테마는 도미토리움 1, 도미토리움 2와 같은 방식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단순한 제1전시실, 제2전시실이 아닌 도미토리움으로 구분한 이유는, 전시실 또한 퀘이형제의 세계를 담아내는 공간이자 도구이기 때문이다. 전시실에 들어가는 관객은 도미토리움을 관찰하며 동시에 도미토리움을 꾸미는 인형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이처럼 퀘이형제의 도미토리움은 예술세계를 확장하는 도구다.
 
퀘이형제의 마니아라면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의 작업물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인형의 숨(The Doll's Breath), 2019'에서 쓰인 인형과, 인형의 철제 프레임까지도 상세하게 공개되었다. 퀘이형제를 몰랐던 사람들도 괜찮다. 퀘이형제의 작품세계가 펼쳐지는 방식을 도미토리움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관객에게 몰입과 완결성 있는 예술의 체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포스터.jpg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 Quay Brothers: Welcome to the Dormitorium -


일자 : 2020.06.27 ~ 2020.10.04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8,000원

주최
전주영화제, 예술의전당
(주)아트블렌딩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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