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온라인으로 전시회 즐기기: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시각예술]

글 입력 2020.07.1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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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의 문화생활을 바꿔놓았다. 온라인 콘서트, 온라인 뮤지컬에 이어 온라인 전시회까지 생기다니.

 

콘서트나 뮤지컬의 경우 관객이 정해진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화’된 모습을 상상하기 쉬웠다. 하지만 전시회는 관람객이 미술관을 둘러보며 정해진 자리에 있는 작품들을 감상해야 하기에 이를 어떻게 온라인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다양한 온라인 전시회 중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소개하려 한다.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개관 최초 서예 기획전이다.

 

사실 서예가 미술관 전시의 주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서예’ 하면 ‘아름답다’ 또는 ‘예술적이다’라는 생각보다 ‘어렵고 낯선 글씨’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전시 투어 영상이니 서예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전시는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 등 네 가지의 큰 주제로 구성된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90여 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유희강.jpg
양소백의 칠언대련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검여 유희강의 <양소백의 칠언대련>이다. 유희강은 ‘검여 좌수서’라는 별칭이 따로 붙을 정도로 왼손 글씨에 대한 명성이 드높은 서예가이며, <양소백의 칠언대련>은 그의 대표적인 좌수서 작품이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던 그가 58세가 되던 해에 갑자기 오른쪽 몸을 쓸 수 없게 되어 왼손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보통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삐뚤빼뚤해 대번에 티가 나는데 유희강의 왼손 글씨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왼손으로도 훌륭한 글씨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을까.

 

그의 글씨에서 엄청난 노력과 열정이 보였다. 2부의 주제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았다.

 

 

취시선.jpg
취시선

 

 

소암 현중화의 <취시선>에서는 학이 춤을 추는 듯한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매력이 느껴졌다. 서귀포의 한 음식점인 국일관에서 소암 선생이 글씨가 쓰고 싶어져 새로 도배된 벽에 즉흥적으로 쓴 글씨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취하면 곧 신선이 된다’라는 의미의 '취시선'과 그의 유려한 필체가 잘 어울렸다. 작품을 보고 있으니 그 흥취가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권창륜.jpg
적선지가필유여경

 

 

3부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에서 소개된 초정 권창륜의 대작 <적선지가필유여경> 역시 인상적이었다.

 

우선 그 거대한 규모의 작품이 뿜어내는 힘이 어마어마했는데, 온라인으로 봤을 때 이 정도니 실제로 보면 더 압도적일 것 같았다. ‘적선지가필유여경’은 ‘선을 쌓으면 집안에 좋은 일이 가득하다’는 의미로, 그 글씨에서 역동적인 기운과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전시의 마지막인 4부에서는 현대 캘리그래피 작품을 통해 디자인을 입은 서예의 확장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몇 년 전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을 사서 연습해봤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반가웠다.

 

캘리그래피가 곧 ‘서예의 팝아트’라는 표현이 재미있었다. 캘리그래피에는 서예보다 더 다양한 도구가 사용되고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재료로 쓰일 수 있는데, 그중 이상현 작가가 파뿌리로 글씨를 쓰는 모습이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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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관람하며 오랜만에 미술관에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서예는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예가 미술로서의 충분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한 우리나라에 이렇게 수많은 서예가와 다양한 서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고, 서예가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필체와 느낌을 지닌다는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내 이름을 딴 ‘호연체’를 만든다면 어떨지 잠깐 상상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전시를 온라인으로 감상한다는 게 어색하고 직접 가서 관람할 때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온라인 전시를 관람해보니 온라인 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큐레이터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서 유익했고, 다양한 촬영 구도 덕분에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볼 수 있어 진짜 미술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 역시 그러했듯이, 온라인으로는 느낄 수 없는 작품의 분위기와 감동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미술관에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된다면 오늘 본 작품들을 꼭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컬쳐리스트 태그.jpg

 

 



[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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