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당신의 시선은 몇 °C 인가요?

글 입력 2020.07.0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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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뒤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나는 얇은 옷차림으로 산책하고 있었다. '너무 춥다'고 생각한 순간 따듯한 햇살이 비췄다. 그 따뜻함이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자 우중충했던 기분과 마음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그 햇빛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별거 아닌 평범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 일이 매우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아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 세상이 아름다우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이 아름다우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할 것이다. 아름다움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양상이 다르고, 나는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믿는다.

 

그리고 나의 아름다움을 믿듯이 타인의 시선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 역시 믿는다. 각자의 필터를 통해 마주하는 세계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다.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은 삶을 따뜻하게 본다. 차가운 회색빛 필터를 가진 사람의 시선에는 건조하고 차가운 세상이 담긴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담고, 어떤 삶을 살 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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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시호일 (2018)

 

 

"차 한 잔을 개는 일에만 내 마음 전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새 초조함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온전히 '여기'에 머물고 있었다."

 

 

영화 <일일시호일>(2018)에서 노리코는 다케다 선생에게 다도를 배우며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평범한 우리처럼 소심하고 조급해하던 노리코가 거추장스러운 형식들로 가득한 다도를 통해 마음의 평온함과 자유를 배운다. 다도가 노리코의 삶에 재미나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다. 그저 '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을 뿐이다. 그 순간의 평온함을 느끼는 것, 이것이 일상의 아름다움이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매일의 좋은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일상 곳곳에, 순간순간에 펼쳐져 있다. 그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음미하지 않으면 지루함과 평범함 뒤로 숨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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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예술가는 이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전문가다. 이들은 상황이나 피사체에서 감정을 찾아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이들이다. 우리는 영상이나 글 혹은 그림을 보며 예술가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감독의 시선을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영화<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나 <우리집>(2019) 같 영화가 호평을 받은 이유는 플롯이 좋고, 영상미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관객에게 전달됐고, 피사체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그들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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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며 우리는 삶과 죽음을 간접적이지만 강렬하게 체험한다. 우리는 작품 안을 헤매는 동안 전혀 다른 삶을 겪게 되고 임사체험과도 같은 독서 경험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 다소 회의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비극이지만, 톨스토이라는 거장의 삶에 대한 통찰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을 읽은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르다. 삶과 죽음을 건너 대가의 목소리를 듣고 지금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넓고, 풍요롭고, 깊은 시야를 가진 작가의 작품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흔들리고 방황하던 시기에는 회피의 수단으로 작품에 몰입하기도 했다. 나의 삶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다른 세계들을 유영하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다 결국 나의 진짜 삶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느낀 것은 허무함이었다.

 

작품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내 삶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결국은 나도 변해야 한다.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내 삶에 적용해야 한다. 누군가는 한낱 허상이라고 할지 모를 예술이 어떤 이의 시야를 바꿀 수 있다. 시야가 바뀌면 그 사람의 길은 달라진다. 한 사람의 길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예술에는 있다.

 

올바름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문화예술이 흥미로운 것은 각자의 불편한 점들이 공론화되며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바름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불편한 작품이 누군가의 인생작이라는 것 역시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할 세상은 사람이 만든 사회다. 사회 구성원인 내가 바뀌면 사회는 변한다. 진창에 발을 딛고서도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는 조금 더 나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 문화의 힘을 믿기에 더욱 소리 높여 올바름을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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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편하게 하는 모든 것들은 나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항상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나는 그저 바랄 뿐이다. 모두의 시선에 따듯함이 깃들기를, 고통조차도 아름다운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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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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