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적 얼굴책 - 형이중학적 피사체의 데자뷰

글 입력 2020.06.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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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원래 이목구비가 붙어있는 머리의 앞부분을 일컫는 말이지만 꽤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얼굴 좀 보고 살자는 사람에게 대뜸 얼굴 들이밀면 갑자기 눈앞이 까맣게 페이드 아웃되는 현상을 경험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얼굴색이 왜 그러냐는 사람에게 오늘은 빛의 주파수 파장이 좀 다르게 들어오는 것 같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헛소리를 읊조리면 정말 얼굴색이 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 얼굴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우리가 이 형이하학적인 존재에서 보통 형이상학적인 해석을 끌어낸다는 점이다.

 

 

 

형이중학

: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되는.


 

얼굴은 눈에 보인다. 아무 사람이나 내 앞에 세워두고 내 시선을 그 사람의 머리 전면부에 고정하면 거기에는 얼굴이 있다. 눈도 있고, 코도 있고, 입도 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초자연적인 무언가는 아니다. 귀신처럼 얼굴색이 푸르죽죽하게 죽어 있을 수는 있어도 일단 세상에 물리적으로 존재한다.

 

보통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볼 때 눈의 크기가 어떻고 얼굴의 총 면적보다 얼마만큼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다. 없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다면 그 시간이 다분히 피곤해질 것이다. 다행히도 보통의 우리가 끌어내는 정보는 그 사람의 표정이나 피부 색등으로부터 그 사람의 기분은 어떤지, 오늘의 상태는 어떤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혹은 이 사람의 성격은 어떨지 등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다만 문제는 경탄스러울 지경의 오답률이다.

 

저자는 예술적인 변태가 아닐까 싶다. 앞서 얼굴의 각 부위가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가 따위를 고민하는 사람과 있으면 피곤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눈, 코, 입으로도 부족해 눈썹, 귀, 턱, 볼살, 광대까지 뜯어 분석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성에 안 찼는지 각 부위의 방향이나 깊이까지 따져가며 인간의 얼굴을 분석해 관상학적인 자료를 만들어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내 눈앞에서 물이 끓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보기에 이 물은 뜨거워서 끓는다.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을 수료한 우리에게 이 물은 끓는점인 100도에 도달했기 때문에 끓고 있다. 눈썹이 치켜 올라가고 전반적으로 얼굴이 전진적인 느낌의 사람을 마주칠 때 그저 인상이 좀 뚜렷하고 강해 보이네에서 끝나던 나였다. 이제는 자기 의견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이고 확실한 관계를 선호하며 전반적으로 음기보다 양기가 강하다는 관상학적인 정보를 끌어낼 수 있다. 예술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덕분에 예술적으로 피곤하다.

 

 

 

데자뷰

: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대부분 동물은 학습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어떤 불특정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식과 정보를 뇌에 저장하고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를 활용해서 비교적 덜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게 이 학습이라는 도구의 위력이자 유용함이다. 미리 학습하는 것도, 이미 학습한 내용을 다시 학습하는 것도 좋다. 이 모든 학습 과정의 경험은 착실하게 우리에게 쌓여간다. 그저 한 번 잘못 쌓이면 그걸 다시 꺼내서 고치는 게 어려운다는 것이 좀 곤란하다.

 

예습이나 복습보다 강력하면서도 무서운 것은 반복 학습이다. 배운 거 다시 한 번 보면 딱 한 번만 보는 것에 비해서는 잘 기억할 수 있다. 미리 배워두면 다음에 같은 내용을 배울 때 자동으로 복습이 되니 빼먹은 점을 확인하고 보충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계속 배우면 지루하기는 해도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잊어버릴 확률이 낮아지고 탄탄한 기반으로 자리 잡는다. 요컨대 한 번 잘못된 콘텐츠를 반복해서 쌓아버리고 그게 굳는다면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관상은 절대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주의 표시를 세워두지 않으면 큰일 난다.

 

인간이 하는 학습은 뒤집어보면 고정관념화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어떤 사람의 인상을 보고 내린 판단이 정확했다고 가정하자. 10점 획득했다. 다음에 비슷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나 이전에 했던 분석으로 얻었던 학습적인 자료를 활용했더니 이번에도 맞췄다. 20점 획득했다. 3번 4번 반복하면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어느덧 80점이 됐고 9번째로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 지금까지 쌓은 점수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행동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상대방은 기분만 상했고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200점 감점이다.

 

간혹 이 예시처럼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낸 고정관념을 객관적 사실과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관상은 이론은 존재해도 과학적인 실험과 조사를 거친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판단이기에 절대적이지 않다. 이전 우연히 만난 사람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한테 반갑게 인사했는데 넌 뭐냐는 표정으로 화답하면 상당히 민망하고 곤란하다. 다행히도 들어가는 순간부터 색안경이라고 짚어준다. 색안경 끼고 보는 세상의 색은 그 렌즈의 색이지 그 세상 본래의 색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화상, 죽상, 울상. 결국 면상.


 

주관적 해석이건 객관적 분석이건 상관없이 이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이러한 것들이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아직은 절대적인 것은 존재할지 몰라도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얼굴은 중요하다.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했었던가. 몇 초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람은 누군가에 관한 판단을 내린다는 맥락이고 보통 그 판단에 크게 작용하는 것은 얼굴이다. 아직은 오프라인 세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으니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상황이 반드시 생길 터인데 그 순간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게 꽤 중요하다. 판단을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아, 되게 깐깐해 보인다. 눈이 크고 맑은 걸 보니 기운이 넘칠 것 같고 눈썹은 살짝 내려갔으니 부드러운 성격에 광대가 튀어나온 걸로 보니 외향적인 성격일 거야. 어느 게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허무한 점은 아무리 얼굴 뜯어보며 분석해봐야 결국 얼굴은 얼굴이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지표가 아니다. 지나가다 마주치면 바로 시선을 바닥으로 고정하고 제발 나를 부르지 말기를 기도하며 지나치고 싶은 인상인데 애견샵 쇼윈도에서 꼬리를 흔드는 주먹만 한 강아지를 보면서 꺅 꺅 소리를 지르는 반전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할 수 있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만 기왕이면 나는 허술한 것 보다는 철저한 쪽을 고르련다.

 

 

예술적 얼굴책(임상빈)_입.jpg

 

 

예술적 얼굴책

-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기 -



지은이 : 임상빈


출판사 : 박영사


분야

예술일반/예술사


규격

153*225


쪽 수 : 468쪽


발행일

2020년 05월 30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30309-79-8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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