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눈을 감고 들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 - 클미지기 안두현의 클미 콘서트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어떤 장면을 만들어내는가
글 입력 2020.06.2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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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그렇게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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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클래식에 미치다’ 콘서트는 내 기억 속에 또렷이 존재하는 어쩌면 유일한 클래식 공연일 수도 있다. 어렴풋이 어렸을 적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갔던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공연이 기억난다기 보다는 그저 숨직인채 무대를 올려다보면 그 장면만 기억이 나기에 그건 제외해두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이번 공연은 공연을 보기 전 가졌던 나의 기대처럼 클래식에 대한 나의 인식을 시나브로 바뀌게 해주었다.

 

이번 공연은 내게 반전의 반전의 반전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입장을 위해 표를 받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쩐지 내 편견 속 클래식 공연장의 로비의 모습은 정장이나 드레스 같은 것을 갖추어 입고 어떤 대화도 없이 엄숙하게 입장을 기다리는 풍경이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정장을 잘 차려 입은 사람도 많았지만 대부분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있었고, 마치 다들 이미 아는 사이인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내게 클래식을 어렵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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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예스24 채널예스

 

 

공연이 시작된 후 놀라웠던 것은 ‘클래식에 미치다’의 대표인 안두현 지휘자의 사회 진행 방식이었다. 이미 이번 공연이 ‘토크 콘서트’형식이라는 것을 알고 가긴 했지만, 나는 은연중에 뉴스에서와 같은 딱딱한 느낌의 인터뷰를 생각했던 것 같다. 안두현 사회자는 여느 음악 방송의 MC들처럼, 그의 이번 공연 목표 컨셉이었다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연주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며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런 토크 형식의 공연은 연주자들의 연주 이면에 숨겨진 또다른 매력을 들춰내 주었는데, 연주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주를 하는지,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악기의 매력은 무엇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연주에 임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며 그들도 나와 다름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거창한 목표 같은 것이 없어도 연주를 지금처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그들의 공통된 바람은 뻔하지만 그만큼 진실하게 느껴졌고, 그랬기에 클래식이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연주자들의 토크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김기경 피아니스트의 토크였다. 그는 토크를 하는 중 시종일관 깨알같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곤 했는데, 고전적인 현장 연주만을 고집할 것 같은 클래식 공연이 어쩌면 지금 시대의 가장 트랜디한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는 유튜브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클래식 공연에 가지고 있던 나의 해묵은 편견을 다시 한 번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은 그렇게 내게 왔다.

 

 

 

그들의 연주는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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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의 연주를 감상하며 나는 여느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 그렇듯 눈을 감고 연주가 그리는 어느 한 장면을 상상하였다. 나는 비록 클래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상상 속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연주자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그들이 그려내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음악 속에 몸을 맡기면 그것은 내게 절경과도 같은 풍경을 선사해준다. 김가은 첼리스트의 말처럼, 그들의 연주는 어느 순간 어느 장면에서 나의 삶에 들어와 슬픔을 위로해주고 기쁨을 배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김가은 첼리스트의 말 중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가 가진 목표였다. ‘빛이 없는 어둠에는 빛을 주고, 빛이 가득한 곳에서는 그 빛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목표처럼, 김가은 첼리스트가 만들어내는 첼로의 소리는 내게 햇빛이 쏟아져 내리는 숲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음역대의 소리를 낸다는 첼로라는 악기의 소리는 그토록 해사한 한 장면 속에서 나의 감정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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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경 피아니스트의 연주 중 슈베르트의 ‘마왕’이라는 곡은 그 급박하고도 절체절명의 순간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독일어권 문화에 대한 수업 중 어렴풋이 들었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어린 아들이 이유 모를 열병에 시달리자, 아들을 태운 체 그를 의원에 보이기 위해 전속력으로 말을 모는 아버지, 그런 그들의 뒤를 쫓는 ‘죽음’이라는 이름의 마왕. 그 끔찍한 술래잡기의 장면이 그의 연주를 타고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클래식 공연의 마법이란 그런 것이었다. 가사가 없기 때문에 어떤 음악보다도 그 상황과 장면을 내가 인식하는 그대로 눈앞에 보여준다는 것.

 

그리하여 그들의 연주는 이상하게도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눈을 감고 그들의 연주를 듣다 보면 붓을 따라 그림이 그려지듯, 아름답고도 이상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첼로의 리듬이 돌연 빨라질 때, 피아노의 급박한 연주가 한순간 숨을 고르듯 멈출 때, 플루트의 연주 속에 연주자의 들숨이 입혀질 때, 바이올린 소리가 문득 현악기와 같은 소리를 낼 때, 그 장면들은 생기를 찾고, 연주자들은 거의 완성되어 가는 그림 위에 물감을 흩뿌리는 화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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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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