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기잡이 배'를 보고 인간에 대해 생각을 하다 [공연]

글 입력 2020.06.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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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여름. 남태평양.
 
항해 중에 어구를 조립하는 작업을 하는데, 승선 경험이 전무한 교포선원들은 수차례 작업 설명을 해도 손이 느리고 서툴러 갑판장에게 구타를 당한다. 이로 인해 한국선원들과 교포선원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조업지에 도착하지만 교포선원들의 조업이 서툴러 작업이 느려진다.
 
우여곡절 끝에 페스카마호는 조업을 시작한 지 55일 만에 처음으로 완전하게 투승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양승 때는 평소의 열 배나 많은 참치가 낚시에 달려 올라온다. 태풍이 예고된 상태에서 서둘러 양승을 하던 페스카마호는 선장까지 갑판에 내려와 작업을 하기에 이른다.
 
이때 교포선원이 낚시에 걸린 참다랑어 한 마리를 바다에 떨어뜨린다. 이에 격분한 선장이 교포선원을 구타하자 맞은 교포선원도 선장의 뺨을 때리는 일이 벌어진다. 순식간에 칼과 흉기를 든 한국선원과 교포선원들이 갑판에서 대치하는데. 나이가 많은 기관장이 중재하며 사태를 수습한다.

 

*

 

21명의 배우 중에 누가 메인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 짓지 않았다. 21명의 연극치고 다소 많은 배우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고자하는 연출가의 의도가 보였다. 불법 선상 고기잡이 배를 타게 된 조선족은 법적으로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돈만을 목적으로 불법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배에 탑승한 공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사회적 피해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사연이 있으며 돈 벌어 갖다 줘야할 가족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반란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 조선족도 있다.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선장, 항해사, 기관장, 등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골고루 등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이 연극의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집중이 다소 분산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족과 한국인 중 대표 인물을 한두 명씩 배치하고, 의상으로 한국인과 조선족의 명확히 구분하여 대립구조를 뚜렷이 나타났더라면 조금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이 조금은 아쉽기는 했지만, 선악의 구분을 명백히 분리하거나 조선족과 한국인의 갈등이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연출가의 마음이 이해는 갔다. 그 누구도 피해자이거나 가해자도 아니며 결국 연극의 후반부에는 대자연, 즉 암초 앞에서는 결국에는 모두 평등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크기변환]고기잡이배표지.png

 

 

이 연극은 1996년도에 실제 발생했던 선상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피로 잔뜩 물들인 장면을 예상해서 긴장했지만, 이 연극은 살인사건에 초점 맞추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돈 때문에, 스스로가 인간임을 잊은 채 갈등의 극으로 다다라 총기사건이 발생해야 결국 모두 인간임을 자각하게 된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서로 꽃을 나누면서 사는 것이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21명의 배우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진다. 그리고 모두 노래를 부르며 연극이 마무리된다.

 

이 끔찍한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참 궁금했는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향으로 끝맺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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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트>
 
 
1996년 8월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호'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선상반란을 일으켜 한국인 선원을 포함한 11명이 살해된다. 당시 문재인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역대 최악의 선상 반란 사건으로 기록된 '페스카마 호' 사건이 연극으로 부활한다.
 
연극 [고기잡이 배]는 '인간의 권리'에 대한 많은 담론과 정서를 만들어 내는 한편 참담한 현실에 처한 인간의 잔혹성이 벌이는 참상을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소름 돋을 정도로 사실적인 터치로 묘사했다.
 
2017년 제 38회 서울 연극제에서 '놀라울 정도로 빠져드는 잘 짜여진 소극장 작품의 진보'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상 대상', '희곡상', '연출상', '주연배우상'을 수상한 [고기잡이 배]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0년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으로 후원을 받아, 지난 2017년 공연에서 보여주지 못한 다른 모습의 새로운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난바다로 참치를 잡기 위해 출항한 배에서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태풍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과연 모두 무사히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연출을 맡은 임선빈씨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연극무대를 만나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 창작연극에 21명의 남성 배우가 (원양어선이라는 특수 환경) 모두 등장인물로 출연하여 연극적인 마법과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관객들이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
 
고기잡이 배
2020 한국문화예술위윈회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품


일자 : 2020.06.05 ~ 2020.06.28

시간
화, 수, 목, 금 오후 8시
토, 일 오후 4시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제작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

LP STORY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8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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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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