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증강현실 미술, 그 미래는? [시각예술]

글 입력 2020.06.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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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은 삶의 여러 단면을 바꿔 놓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한판대결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3D 프린터가 음식까지 뽑아내는 세상이다. 예술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사례가 있으니, 바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의 사용이다. AR은 실제세계에 가상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어려워 보이는가? 몇 년 전 유행했던 게임 포켓몬고를 떠올리면 된다. 스마트폰을 손에 잡고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포켓몬을 잡던 기억, 아이템을 얻으려고 집 근처 포켓스탑까지 힘들게 걸어가던 기억을 소환해보자. 현실세계와 포켓몬세계가 합쳐지는 신기한 경험에 들떴던 그 기억 말이다. 그것이 바로 증강현실 기술이다. 그리고 이 AR 기술이 예술계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제프 쿤스의 AR '풍선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7년 10월에 제작된 제프 쿤스(Jeff Koons)의 ‘풍선개(balloon dog)’ 필터이다. 쿤스는 유명 소셜미디어 앱 스냅챗과 협력하여 특정 위치태그에서 자신의 시그니처인 풍선개를 볼 수 있는 필터를 제작하였고, 관람객들은 미국, 프랑스, 영국, 호주 등의 9개 장소에서 쿤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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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미술을 둘러싼 논란


 

과연 키치의 제왕다운 행보였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세워진 AR 풍선개를 통해 뉴욕 시민들은 ‘미술관 벽 바깥’에서 미술을 누리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조형물은 별도의 관리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가상 조형물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미술물의 관리 미흡으로 인한 흉물논란이 지속되어 온 것을 생각하면, 이는 공공미술계를 뒤집어 놓을 만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는 분명한 논란거리가 존재한다. 관련 규제나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공공미술이라는 명목 하에 디지털 공공장소가 사기업에 의해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술가인 세바스티안 에라주리즈(Sebastian Errazuriz)가 최초의 증강현실 반달리즘으로 이 문제의식을 제기하였다. 에라주리즈는 쿤스의 작품이 공개된 그 날 밤, 증강현실 3D 모델링을 통해 쿤스의 풍선개 위에 그래피티를 덧입혔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음과 같이 썼다.

 

 

기업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디지털 공공장소에 놓아도 되는 것일까요? 센트럴파크는 뉴욕시의 소유입니다. 왜 기업들이 무료로 그 GPS에 위치태그를 할 수 있어야 합니까? 우리는 그들이 GPS 스팟을 빌려주며 돈을 벌고, 우리에게 광고 세례를 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디지털 공공장소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디지털 공공 및 사적 장소에서 무엇이 위치태그 될 수 있고 없는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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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미술의 미래는?


 

증강현실 미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확산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AR 기술을 통해 비로소 모두가 미술을 누릴 수 있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제프 쿤스의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사기업들이 증강현실 미술시장을 활용해 디지털 공공장소를 독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디지털 공공장소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공간의 사용권한과 대여방식 등을 명문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적절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작가들이 마음껏 창의성을 펼칠 수 있게 할 때, 증강현실 미술이 가져올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예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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