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팜(Farm)의 작가 마츠이 슈는 이 작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전자 재조합으로 디자인된 아기가 작품 발상의 시초였다.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 과연 부모는 아이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작품을 집필했다.”
그리고 아직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일이라고 여기며 유머로써 이야기를 풀어냈던 집필 초기와는 달리, 현재는 실제로 유전자가 조작되어 태어난 아이의 사례가 중국에서 생겼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더욱 진지하고 절실한 주제를 가진 공연이 된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나 평생 남을 위한 땅(farm) 역할을 해오다 외롭게 죽어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 작품 속 주인공은 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곳의 우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고민이 한 번에 스쳐 갔다.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다소 섬뜩한 상상까지도 가능하게 된 데까지는 인간의 어떠한 욕망, 욕심으로 나아간 어떠한 욕망이 작용한 것일까.
세상에 완전한 인간은 없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결과적으로는 죽음이라는 걸 기다리며 사는 존재, 당장 1분 뒤의 모습조차도 내다볼 수 없는 결코 완전해질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완전한 존재로 나아가려는 욕망을 품고 산다. 이는 자신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픈 본능적 욕망이며, 이마저도 불완전한 인간의 특성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1분 뒤를, 30분 뒤를, 1년 뒤를, 나아가 몇십 년 뒤를 내다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인간이 극복하고자 하는 불완전성의 명확한 이름은 ‘죽음’이다. 인간에게 가장 궁극적인 위험은 죽음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죽음을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수 없음’, ‘모름’의 영역은 언제나 불안을 불러온다. 알 수 없음으로부터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앎의 욕망이 싹튼다. 그리하여 인간은 끊임없이 탐구하는 존재다.
미래의 시간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현상 같은 알 수 없음의 영역에 언제나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불완전함을 원동력으로 그동안 많은 걸 이룩해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안전한 상태로 보장하고 싶은 욕심으로 변질되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몇 년 전에 이탈리아 몬차 시의 시의회는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서 키우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둥근 어항 속의 물고기는 바깥을 바라볼 때 실재의 왜곡된 상을 볼 것이고, 그러한 환경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건 물고기에게 잔인한 행위라는 것.
하지만 알고 보면 어항 속의 물고기 또한 나름의 왜곡된 기준틀을 토대로 그들만의 과학 법칙들을 정식화할 수 있을 것이며, 또 그 법칙들은 물고기로 하여금 어항 바깥의 세계 속 미래 운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져 받게 된다. 우리 인간 또한 어떤 거대한 어항 속에서 왜곡된 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과학 기술이 그동안 엄청난 성과를 거두어 온 건 맞지만, 이제는 주체로서의 인간은 없는 과학 기술 분야가 존재하게 되는 건 아닐지 점검해볼 때다. 완전함으로 가고 싶은 본능적인 욕망은 어느새 섬뜩한 욕심이 되어 브레이크 없이 위험 속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 2020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
일자 : 2020.06.05 ~ 2020.06.14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프로젝트 내친김에
협력
페스티벌 도쿄 (FESTIVAL/TOKYO)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