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춤은 예술인가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5.2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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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이 한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각기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음악을, 누군가는 아이돌을, 누군가는 영화를, 누군가는 열정을, 누군가는 삶을 떠올릴 것이다. 춤에 관한 동영상을 이리저리 찾아보기 전 나는 춤하면 막연히 아이돌 가수들 또는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백댄서들을 연관 짓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춤은 엄연히 춤 하나의 영역이었다.

 



그 시작



10년도 넘어선 어렸을 적에는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돌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면서도 파트를 나눠부를 뿐이지 노래는 잘 못 불러 하는 막연한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친구를 따라 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그 편견은 점차 깨져갔다.


트위터나 유튜브를 통해 그들의 무대 비하인드, 연습 영상들을 보며 깨달았던 것 중 하나는 4분도 되지 않는 하나의 무대를 위해 그들은 수 시간 동안 피땀 흘리며 노력한다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그 동영상 하나는 그 무대 하나가 나오기까지 투여된 것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일 텐데도.


또 하나의 생각이 뒤를 잇는다. 나는 저런 열정을 투여한 적 있었던가.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 분야의 최고로 올라서기 위해 매일 연습에 박차를 가하는데 나는 무언가 단 하나에라도 저토록 필사적으로 매달린 적이 있었나.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한 시간은 차마 비교조차 하지 못할 수도. 각자의 상황과 분야, 노력을 가하는 정도는 그 기준이 다르니 멋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좋아하는 그들의 무대 위 모습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그 전체를 이루는 세세한 요소도 조금씩 내게 담기기 시작한다. 무대를 더 빛나게 해주는 조명이라든지, 무대 장치라든지, 컨셉에 꼭 맞는 의상과 메이크업이라든지, 박자에 맞춘 춤 동작이라든지. 편견을 깨니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1 MILLION Dance Studio



춤 연습 영상을 몇 번 찾아보고 있으니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멋대로 내 시선을 가로채며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그 첫 번째는 1 MILLION Dance Studio. 첫 번째 영상으로 무얼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박자에 맞춰 들어가는 댄서들의 동작들을 홀린 듯이 바라봤던 것만은 기억한다.


아이돌들의 무대 영상은 가수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줌아웃, 회전 등을 반복하니 세세한 춤 동작들을 눈에 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었고, 춤 연습 영상은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정된 채로 그들의 모습을 담다 보니 이제 막 보기 시작한 초보자가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잡기에는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댄서의 춤을 담는 영상의 카메라 무빙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먼 발치에서 찍지 않아 그들의 표정을 살필 수 있으면서도 음악을 따라 움직이는 팔 다리 모두를 살펴볼 수 있기에.


홀리듯 1 MILLION Dance Studio 채널의 조회수가 높은 인기 동영상들을 여러 번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영상은 기억해뒀다가 몇 번씩 돌려보기도 했다. 그때쯤 알아차렸던 것 같다. 이 춤을 만든 댄서를 나타내기 위해 댄서 이름 뒤에 ‘안무’라는 뜻의 choreography라는 영어 단어를 덧붙인다는 사실을. 많은 댄서들의 춤 영상이 계속해서 업로드되었지만 나는 원밀리언의 대표 Lia Kim과 주로 힙합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Sori Na의 안무를 특히 자주 찾아봤었다.


춤 영상을 자주 찾아볼 당시 내가 힙합 장르의 노래를 즐겨 듣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돌 춤만 보던 내게 팝이 아닌 힙합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랩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것이니깐. 하지만 Sori Na 댄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춤을 창작해냈다. 이에 놀라워하며 한편으로는 들어본 적 없던 이 많은 힙합 노래들을 어디서 찾아 듣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자주 그녀의 영상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Hood Go Crazy - Tech N9ne ft. 2Chainz, B O B / Sori Na Choreography‬

 

 

 

Lia Kim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노래와 춤에 맞춰 변하는 그녀의 표정은 춤에 한층 더 빠져들게끔 만들었고 크지 않은 체구 그 어디에서 그만한 힘이 나오는지 의문 투성이었다. 게다가 파워가 담긴 동작 하나하나에 유연성이 겹쳐지니 마치 자기 노래인 것 마냥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Formation - Beyonce / Lia Kim Choreography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추며 음악에 몸을 맡기는 댄서들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물론 그 동작 하나를 만드는 데에 끝없는 창작의 고통이 뒤따랐을 것이고 수많은 시간을 춤 하나에 쏟아부었기에 지금의 실력을 쌓을 수 있었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때의 나는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 당시는 아직 진로도 정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던 내게 진학할 학과를 결정하라는 그 부담스러움이 짓눌렀던 날들의 연속이었으니깐.


그래서인지 친구랑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된다면 이곳에서 춤 한 번 춰보자고 막연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서울로 온 지금의 현실에선 그 근처조차 방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나는 춤을 잘 추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운 게 아니라, 무언가에 열정을 품고 끝없이 달릴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는 것을.

 



ALIEN



매일 1 MILLION Dance Studio 춤 영상을 찾아보던 내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또 하나의 세계로 나를 이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쏘아 올린 작은 공처럼. Top 5 Groups - Best Dancers in the World Ever라는 제목의 영상을 호기심으로 클릭한 순간 처음부터 펼쳐지는 아래 영상 속 춤은 또다시 나를 홀리게 만들었고 그렇게 ALIEN을 알게 되었다.

 


ALiEN | Tinashe - 2 ON Choreography by Euanflow @ ALiEN DANCE STUDIO

 

 

 

1 MILLION Dance Studio는 일부 콜라보 댄스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솔로 영상이다. 그 춤을 배운 사람들이 안무가 옆에서 함께 추기도 하지만 주요 스포트라이트는 안무를 창시한 댄서에게 비추어진다. 하지만 ALIEN은 다르다. 한 명에게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보는 것 마냥 여러 명의 댄서가 함께 춤을 완성시킨다.


ALIEN은 대부분 Euanflow라는 댄서에 의해 안무가 창작되고 이를 ALIEN 소속 여성 댄서들이 춤을 춰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형식이다. 간간이 ALIEN 그룹의 리더 Luna Hyun에 의해 창시된 안무를 A.YOUTH라는 11-16세의 소녀들이 추는 영상이 업로드되기도 하고 ALIEN 멤버들의 솔로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위 형식을 따른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ALIEN 내에는 여러 그룹이 존재한다. 여성 11-16세로 이루어진 팀 A.YOUTH, 17-25세로 이루어진 팀 A.DOUBLE, 이후 MASTER CLASS 오디션에 통과하면 들어갈 수 있는 팀 ALIEN, 남성 16-25세로 이루어진 팀 A.FLOW. 각자의 매력은… 빠져들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다.


ALIEN의 또 다른 매력은 매번 달라지는 장소와 의상들이다. 노래에 따라 매번 변하는 의상과 장소는 춤 외에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베이스 음악을 잘 활용한 안무를 창시하기에 노래도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이며 듣게 해주는 그들은 눈과 귀를 매료시킨다. 어떤 춤은 50번도 넘게 보면서, 춤 영상이 줄곧 업로드될 때마다 다시 보고 또 감탄하면서 지켜본지 벌써 3년이 지나갔고 4년을 향해 달려간다.

 


ALiEN l Grant - The Edge (feat. Nevve)

 


 


Kaycee Rice



1 MILLION과 ALIEN을 잘 지켜보고 있던 유튜브 이제 국내에서만 맴돌지 말라고 외친다. 대체 어디까지 날 데려가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끌려간다. 내심 좋았던 것 같다. 외국 춤 영상을 하나 보는데 나이가 조금은 어려 보이는 한 아이가 내 두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한 댓글에서 알려준다. 유명한 10대 댄서 Kaycee Rice라고.


Kaycee Rice는 현재 만 17살로 내가 그녀를 처음 보던 당시만 하더라도 15살이 채 되지 않던 나이였다. 하지만 나이는 그녀에게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다. 유연함의 극치를 달리며 춤과 음악을 모든 몸으로 담아내고 손끝, 발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하나하나 표현해낸다. 특히 음악의 분위기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그녀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놀라움을 그치지 못한다. 내가 소개해줄 그녀의 첫 번째 영상은 나를 한 동안 충격에 빠트렸던 것으로 2분 47초부터 가운데에 나오는 Kaycee에게 집중해주길 바란다.

 


Phantogram - Cruel World - Choreography by Janelle Ginestra

 



False Confidence - Noah Kahan l Choreography by Sean Lew l #BABE2019 l Sean & Kaycee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Sean Lew라는 댄서와 춤을 즐겨 추곤 했었다. 둘의 콜라보는 상당히 유명한데 둘은 World of Dance라는 댄스 경영 프로그램에서도 실력을 드러내며 훌륭한 평가를 받아왔다. 둘의 댄스 영상을 검색하다 발견한 그 경영 프로그램에서 The Lab이나 Royal Family, Dytto와 같은 유명 외국 솔로, 그룹 댄서들의 존재까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그들의 영상까지 종종 찾아보고 있다.

 

 

전문 댄서의 시각으로 분석된 Royal Family의 퍼포먼스 (루다의 댄스 연구소)

 




나는 춤을 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잘 추지도 못하며(어쩌면 몸치일지도) 배운 적도 없기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렇게 물 흐르듯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눈에 담았던 춤 영상들로 이제나마 박자를 따라가는 그들을 즐겨볼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는 춤을 추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좋을 뿐이다.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알게 된 수많은 댄서들의 퍼포먼스를 들여다보며 쳇바퀴 돌아가듯 굴러가는 삶의 한편에서 놀라움과 경이로움이라는 감정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몸을 움직이지, 어떻게 이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박자를 잘 쪼개지 하며 그들을 홀린 듯 바라봤던 것 같다.


춤이라는 장르에 관한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분야에 열중하는 그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많은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이제는 그들을 보며 느꼈던 그 전율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몇 자 끄적이게 되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며 춤도 하나의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어서 찾아오기를 바라며. 발레도, 뮤지컬도 예술인데 비보잉이나 팝핀이라고 예술이 아닐 이유는 그 어느 곳에도 없으니깐. 보면서 즐겁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배우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예술이 될 이유로 충분할 테니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_신유나.jpg

 




[신유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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