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파도를 만난 소년 - 파도를 걷는 소년

꿈을 품은 한 소년의 두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글 입력 2020.05.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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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파도 타는 서퍼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수’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소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삶에 찌들어 보인다. 활기찬 여느 또래들과는 사뭇 다른 그의 모습,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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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제주에서 홀로 살고 있다. 이주 노동자 2세에 폭력 전과라는 꼬리표를 단 그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조선족인 갑보 밑에서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을 해야한다.


외국인 노동자였던 엄마가 고향인 하이난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수 역시 돈을 모아서 엄마를 찾아가려고 계획 중이다. 출생지이긴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수를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은 한국 땅에서, 소속감 없이 혼자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던 것이다.

 

수가 소속되어 있는 곳은 갑보가 운영하는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이 전부다. 수는 친한 동생인 필성과 함께 갑보의 지시대로 일을 한다. 갑보는 늘 아이들에게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고 말하며, 거둬준 것을 감사해 하기를 바란다.


사실 수는 이곳에 소속된 것이 아니다. 수에게는 이 일이 돈을 벌어 엄마에게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수에게 너도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해 준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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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수는 쓰레기통에서 부러진 서핑보트를 발견한다. 보트를 가지고 집에 와서는 부러진 부분을 스티로폼으로 다시 만들고 청테이프로 칭칭 감아 보트를 고쳐 바다에 뛰어든다.


생초보가 부러진 보트를 가지고 서핑을 시도하는 모습을 본 해나는 수에게 그런 보트를 갖고 타면 위험해서 안된다고 말한다. 옳은 경고를 해주는 해나에게 수는 괜히 시비를 건다.


보트를 챙겨 한 서프 숍에 도착한 수, 사회봉사를 하러 그가 간 곳은 얼마 전 길거리에서 자신에게 그런 일하지 말고 서핑하러 오라고 태클 건 똥꼬와 오늘 자신에게 경고한 해나의 가게였던 것이다.


이들의 첫 만남은 별로였지만, 수가 서프 숍에 자주 나오며 똥꼬,해나와 좋은 인연이 되고 심지어 서핑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영화의 한 장면 중 필성이 서핑에 푹 빠진 수에게 서핑이 왜 좋냐며 묻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수가 서핑 재밌잖아!라고 한다. 그 말을 하는 수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정말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할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지친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꿈을 품은 소년의 두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수에게 서핑이 물론 재밌기도 했겠지만, 자신을 챙겨주는 똥꼬와 해나 그리고 서프 숍 사람들에게서 처음으로 따뜻한 소속감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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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끝까지 수에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답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는 서핑을 통해 자신의 용기와 희망을 발견한 후.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불법 브로커 일을 시키는 갑보 밑에서 빠져나온다.


영화의 끝에는 수가 엄마를 찾아간 모습을 보여주고, 하이난에서도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나온다. 엄마도 만나고 서핑도 즐길 수 있게된 수. 영화는 수에게 해피엔딩을 선물해 주었다. 수의 제주도살이가 힘들었던 기억보다 좋은 기억으로 더 많이 남았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언제든 똥꼬와 해나의 서프 숍을 고향처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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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서핑을 즐겁게 시도해봤던 경험이 있어서, 서핑을 타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했었다. 서핑을 제대로 타는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영화는 ‘서핑을 타는 것’에 중점을 맞추기 보다 한 소년의 삶과 성장을 다루려고 했던 것 같다.


나의 삶이 아니라 몰랐던, 아니 관심조차 없었던 이주노동자 2세의 인생과 서핑이라는 도전을 영화를 통해 간접경험해보았다. 평소엔 제주를 생각하면, 관광객으로 여행갔을 때 즐길 수 있는 바다, 멋진풍경, 맛있는 해산물 등을 떠올렸었다.


‘파도를 걷는 소년’은 제주도에 대한 나의 고정된 시각를 바꿔놓았다. 이제 관광지로서 아름답게 보여지는 모습만을 떠올리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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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걷는 소년
- The Boy From Nowhere -


각본/감독 : 최창환
 

출연

곽민규, 김현목

김해나, 강길우, 민동호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05월 1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97분
 

[황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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