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세계를 더 낯설게,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글 입력 2020.05.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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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시안 5 세로-01.jpg

 

 

정류장에 멍하니 서 있는데 눈 앞에 버스 광고판이 지나갔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이 화가의 이름을 참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을 했다. 무하전, 로트렉전 등을 관람하면서 미술계의 다음 전시는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마그리트라니, 그의 작품을 곳곳에서 접하면서도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졌을까?

 

사실 르네 마그리트가 입지를 다진 초현실주의는 로트렉과 무하가 활동한 벨 에포크(1870-1910년대)시대 바로 후인 1920년대 시작한 사조로, 흐름으로 보면 로트렉의 뒤를 잇는 좋은 타자다. 하지만 초현실주의하면 내겐 살바도르 달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건 그의 작품보다는 달리가 했던 많은 기행과 내 책장에 꽂혀있는 그의 자서전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가 계속 달리의 개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마그리트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작품 생활을 했는지, 나는 작품 속에서만 그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같은 초현실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마그리트의 작품은 개성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달리의 그림 <기억의 지속>에서 녹아내리는 시계같이, 달리의 작품은 꿈 속 세계를 그린 듯 몽환적이다. 달리가무의식의 세계를 상상으로 창조해냈다면, 마그리트는 현실세계를 기이하게 재현함으로서 우리가 익숙한 사유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초현실성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 사이의 관계,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마그리트의 대표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그의 예술적 시도를 잘 보여준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게 파이프가 아니라고 적어놓는다면 도대체 이 그림은 도대체 뭘 그린 걸까? 당시 관객들은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


사실 이 그림은 파이프를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직접 담배를 피울 수 없으니 파이프가 아니라는 문장은 사실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감상을 위해선 단순히 관람하는 걸 넘어서는 사유를 해야 한다.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모순, 사물과 사물 간의 애매모호한 관계가 불러들이는 괴리감이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현실을 재현했던.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가 만들어낸 자동기술법(이성과 의식의 통제에서 벗어나 무의식 상태에서 글을 쓰는 기법)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기법을 사용했다. 사실적인 대상물을 전혀 엉뚱한 장소에 놓고, 생각지도 못한 배치를 하는 데페이즈망 기법이다. 이를 통해 상식을 깨고, 낯선 사유를 시작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마그리트의 작품은 볼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연인, 1928, 캔버스에 유채, 54x73.4cm.jpg

 

 

그의 작품 <연인>을 예로 들어보자. 정장을 입고 얼굴을 덮은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키스하는 두 사람은 얼굴을 덮지 않기 때문에 그림을 보자마자 기이한 느낌이 든다. 왜 이 두 사람은 얼굴을 덮고 있을까? 서로 사랑하더라도 천 밑에 가려진 진짜 얼굴은 알 수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은 사실 그들 위에 덮인 천을 사랑한다는 것일까? 얼굴이 안 보이기 때문에, 저 두 사람이 이성일지 동성일지도 불확실하다.


이렇게 마그리트는 무의식이 아닌,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의식체계를 겨냥하고, 이 현실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오도록 한다. 그게 왜 낯설고, 기이한 느낌이 드는지 이유를 찾는 건 감상자의 몫이다. 이런 해석의 여지 덕에 마그리트의 그림은 영화와 팝아트 등 대중문화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영화 <매트릭스>은 마그리트의 작품 <골콩드>에서 영감을 얻었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의 작품 <피레네의 성>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골콩드, 1953, 캔버스에 유채.jpg

 

 

마그리트의 작품은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나는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르네 마그리트가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건 알았지만, 벨기에의 화가라는 건 이번에야 알았다. 마그리트가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의 그림에는 중절모를 쓴 신사가 자주 등장할까? 거울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보아, 마그리트는 자아의 연약함, 혼란이란 문제에 천착했던 걸까? 그의 연인은 누구이고, 예술가라면 으레 있을 법한 기행을 하진 않았을까? 집안은 어땠을까, 그가 미술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걸작을 만든 예술가임에도 그의 삶에 대해 내가 아는 바가 이렇게나 없다니 부끄러우면서도 궁금하다. 그런만큼 이번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하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반갑다.

 

4월 29일부터 9월 13일까지 오 개월 간 열리는 이 전시는 유럽에서 흥행한 <인사이트 마그리트> 전시를 토대로 기획한 아시아 최초 멀티 미디어 체험형 전시다. 모노크래매틱 라이트, AR 증강현실, 교육 체험물 등 영상 매체와 관련한 체험 콘텐츠가 특징적인 전시다.



전시사진-1s_7.jpg

 

 

마그리트의 회화 뿐 아니라, 사진, 다큐멘터리 등 160여 점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화가의 인생에 영향을 준 사건과 주변 인물도 함께 소개해 마그리트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의 연대기와 함께 마그리트가 직접 등장하는 뤽드 회시 감독의 영화 <마그리트, 또는 사물의 교훈(Magritte, orthe Lesson of Things)>(1960) 편집본도 상영한다. 또한 <빛의 제국> 연작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명상 공간, 대형 파이프 포토존, 다양한 특수 효과 등으로 마그리트의 작품을 구현했다.

 

마그리트는 회화 작업만큼이나 필름과 사진에도 애정이 깊었는데,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는 그런 마그리트의 면모에도 주목한다.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험, 연구했던 마그리트는 사진 이미지에도 회화와 같이 재현, 낯설게 보기 방식을 적용했다. 그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조르제트와 함께 찍은 사진, 마그리트가 예술적으로 교감한 친구들의 사진을 보며 화가의 삶과 예술적 행보를 좇을 수 있다. 특히 마그리트가 생전 마지막 20년 동안 직접 촬영하고 출현한 영상, <르네 마그리트, 영화인(Rene Magritte, Cineaste)>은 벨기에 초현실주의와 그의 관심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다.

 

전시는 보동 전시된 '그림'을 찬찬히 걸어가면서 감상하는 거라고 생각하다보니, 멀티 미디어 체험형 전시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전시 대상이 팝아트와 그래픽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준 마그리트다 보니, AR 증강 현실, 모노크래매틱 라이트 등 새로운 기술이 그의 작품을 어떻게 구현할지 두근거리는 마음이다. 특히 음향 장비, 명상 공간 등을 통해 마그리트의 세계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라는 생각에 전시를 보러 갈 날이 기다려진다. 아쉽게도 코로나 19로 인해 도슨트 운영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니 마그리트의 삶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일상성을 굴곡해 당연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 마그리트는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영상과 가상 현실에 관한 기술이 많이 발전한 지금, 초현실주의는 단순히 그림 안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현실'로 감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무의식을 탐구했던 많은 초현실주의 중에서도 마그리트는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고, 기묘하게 뒤틀린 재현을 통해 세계에 대한 촉감을 예리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그의 세계는, 판타지라기보다는 섬뜩한 어긋남을 통해 우리 일상이 얼마나 얕은 기반 위에 있는지 보여준다. 정면으로 바라본 거울에 비치는 뒷모습, 하늘인지 알 수 없는 그림들.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 일상의 정상성에 안도하는 현대인에게 이 부재는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이다.

 

100여 년 전 자아의 발견과 함께 시작된 초현실주의는 여전히 이성과 자아의 무게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깊은 의미를 준다. 이성은 작은 부재만으로도 힘을 잃고 분별력이 느슨해진다. 이젠 벽면을 가득 채운 <빛의 제국> 연작 속에 앉아 가능과 불가능을 구분짓는 일의 허위에 대해 명상할 기회를 얻었다. 마그리트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시간이 끝나고 전시장을 나오면, 그대로인 세계가 얼마나 낯설게 느껴질까? 그 안에 살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아주 기이하게 느껴질 순간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전시사진-1s_21.jpg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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