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통시장의 미래 -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거부와 관련하여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5.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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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선 못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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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나는 하루의 간격을 두고 상반된 이야기를 들었다. 전통시장에 갔더니 상인들이 긴급지원금(지역화폐) 사용을 거부하거나 10퍼센트의 금액을 더 받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음날 버스를 타고 그곳을 지나면서는 ‘우리 시장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지역화폐) 사용을 환영’한다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봤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아마도 양쪽 모두 진실일 것이다. 24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시장의 방침이 바뀌었을리 없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장 상인들에게 팔아주겠다며 구태여 시장까지 찾아간 이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없다.


긴급재난지원금-지역화폐-카드를 거부하는 것이 일부 시장 혹은 시장의 일부 상인의 방침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일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적이다.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환영한다는 플랜카드를 걸어둔 곳에서 조차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먼저 밝혀두고 싶은 것은 내가 시장을 좋아하고 또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에 대한 악감정이나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전통시장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려는 노력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을 특정 지역의 시장이나 상인분에 대한 비난이 아닌 ‘전통시장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앞길 모색‘ 정도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실 상인 분들이 결제를 거부한 이유는 아마 ‘카드결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 사업을 하는 상인 분들이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은 카드사 수수료와 카드 단말기 이용 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요즘 시대에 유효하고 유리한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전통시장은 왜 변하지 않는가. 전통시장의 카드결제 거부에 대한 문제는 전통시장이 기존에 비판받고 외면 받도록 만든 다른 여러 이유와도 연결된다.




전통시장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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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해보자. 전통시장의 경쟁력 약화에 대해서는 모두가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최근 몇 년간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경험보다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내가 시장을 꺼려하는 주요한 이유는 가격문제(바가지) 때문이다.


시장의 정-인심도 존재하지만, 시세를 잘 모르는 경우 바가지를 쓰기 십상이다. 노련한 상인들 앞에 2-30대는 손 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수완 좋은 손님에게 퍼주느라 생긴 손해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폭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메꾸는 것처럼 보인다. 양심적으로 장사하시는 분도 물론 많지만, 대상에 따라 유동적인 가격 문제는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요즘은 많이 개선된 부분이지만 상인들의 불친절한 태도, 협소한 주차 공간 등 인프라의 부족, 위생적인 문제, 음식 먹을 공간 부족 등도 큰 문제다. 이런 요인이 합쳐져 시장은 불편하다는 인식이 생성되고 있다. 불편하고 위생도 가격도 믿을 수 없는 곳이라면 갈 이유가 없다. 24시간 편의점은 정말 편리하고, 대형마트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질 좋은 상품을 싼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경험’의 차원에서도 그렇다. 시장이 백화점처럼 고급스런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려우며, 대형마트의 시식코너나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체험경제를 유도하기에도 구조적으로 어렵다. 일부 시장을 제외하고는 놀거리 발굴이 어려워,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밤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존재 여부이다. 늦은 시간까지 즐길 수 있는 놀거리는 숙박으로 이어지고, 숙박은 소비로,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지역 특산물이 지역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되기는 하지만, 특산물이 아닌 전통시장 자체가 주목받기에는 단점이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전통시장은 과거에 교통경로, 주거형태에 따라 발달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정착한 곳에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되어 시장은 거래의 유용한 공간이자 유일한 공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생활 반경이 확대되고 교통 인프라가 발달한 현재, 전통시장은 상업지구로써의 이점을 잃었다. 차라리 아파트 단지로 직접 찾아오는 요일시장이 더 경쟁력 있어 보인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편리성, 위생, 인프라,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우위는 물론 정찰제 시행이 이뤄지지 않아 벌어지는 바가지 씌우기, 시장조사에 대한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전통시장에 가고 싶은 이유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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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쇠퇴 요인에서 거대 자본에 의한 구조적 문제 역시 배제할 수 없음을 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시장은 매력적이지 않다. 이미 시대가 변해버렸다. 오늘날 대형 자본이 할 수 없고, 전통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전통시장은 시장 논리에 의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이 걱정스럽다. 앞서 열거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전통시장인가? 자본 논리에 의해 맥없이 사라지도록 두기에는 전통시장이 소중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에는 ‘전통’이 있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훌륭한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사람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유지되어온 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전통시장은 타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코스 중 하나이다. 전통시장이 지역 문화를 담은 문화공간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시장은 많은 이야기와 체험을 담고 있어, 실제로도 차별화된 이야기를 담은 재생사업이 종종 이뤄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곁에 함께한 시장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문화기억(한 사회에서 ‘소통‘되는 다양한 기억)을 형성하고, 도시재생에 기여한다.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쫀드기와 불량식품을 사먹으며 오락을 하던 추억을 공유하면 즐겁고, 이런식의 기억을 활용해 레트로를 지향하는 ‘뉴트로‘가 최근의 트렌드였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전통시장은 지역 거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므로 시장과의 상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전통시장은 중요하다.


앞서 지적한 불편하고 불합리한 인식과 실제를 해소하고, 지역의 특색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과제가 전통시장 앞에는 놓여 있다. 대형 마트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느리고, 변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려 지역 특성을 살린 니치마켓(틈새시장)에서 전통시장은 시장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대형마트 규제 전략이나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지역축제와 연계하는 행사 등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전통시장의 끝은 결국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통시장은 소중하고 중요하다.


다시 코로나19로 돌아오자.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지역마다 금액은 다르지만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한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재정을 사용한 만큼 꼭 필요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전통시장이 이런 태도와 모습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부 시장-상인에 의한 자그마한 문제를 보편화해 지나친 걱정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통시장에 대한 지적과 변화의 필요성은 오랫동안 주목받아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 전통시장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곳에도 아직 개선될 수 있는 많은 영역이 남아있다. 내가 언급한 곳도 전통시장이 훌륭하게 탈바꿈한 곳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곳이었다.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하며 힘든 시기를 지나오고 있는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헌신하는 의료진과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재난을 기회삼아 우리 사회와 삶의 많은 영역을 개선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전통시장 역시 예외여서는 안 된다. 우리 지역에 전통시장이 있음을 더 자랑할 수 있기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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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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