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은 변화를 만든다. 책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글 입력 2020.05.0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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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랑은 변화를 만든다.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고전 속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낸다."



문학으로사랑을-입체+띠지.jpg

 

 


문학 속 사랑의 낭만을 찾지 않는다. 문학 속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89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더 절리라.

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 그대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그대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불경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나는 체하며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하여 싸우리라.

나 또한 사랑할 수 없으므로.


- 셰익스피어 소네트 89



사랑하는 그대를 위해 자기 자신까지 대적하겠다는, 그 애절한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 책을 읽을 때, 문학 속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구절들, 사랑하는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묶어두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본 책에서는 사랑에 대한 낭만을 다룬다기보다 문학, 고전 속에서 그려진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그리며, 당시의 해석과 현대의 해석을 잘 버무려주셨습니다.


사랑이라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도, 소설 속 사랑이 인물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낭만적인 이야기도 함께요.


본 책에서 다뤄지는 고전들은 신화부터, 근대까지 이어집니다. 그만큼 고전들을 다룰 때, 시대상에 대한 설명도 필요할 정도로 큰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기에 사랑의 여러 모습을 다룬 고전을 소개하고, 시대상과 작가 본인이 왜 그렇게 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까지 같이 있습니다. 현대의 시선으로는 의아한 표현들도 그 시대상으로 해석해보면 좀 더 다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사노바, 메데이아, 니체, 조르주 상드, 제인 에어까지... 담고 있는 사랑의 모습도, 시대상도 다르지만 사랑이 그들의 문학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모습은 욕망일지도, 자유일지도, 파국일지도 모르지만 사랑은 그들의 인생을 뒤흔드는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본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면 문학 속 사랑의 낭만을 찾지 않고 문학 속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는 점입니다.


본 책에서 고전 작품, 그 고전 작품에 등장한 사랑의 모습, 저자의 생애, 그리고 공개 당시 사람들의 반응들과 현대적 재해석을 덧붙여두신 부분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다만, 책의 분량상 간략하게 설명된 부분이 있어 각 문학작품 자체 문장이나 표현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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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사랑이 그대를 변하게 하리라.



앞서 언급한 아쉬움이 남는 건 본 책에서 언급된 많은 고전들을 직접 독서해본 적이 없어서 일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잘 많이 와닿았던 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인 '오만과 편견' 파트였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변화가 서서히 이뤄짐에 따라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오만과 편견'으로 인해 진정한 상대의 모습을 보지 못하던 두 사람이 사랑으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변화 과정은 참으로 낭만적이며 현실적입니다. 그 과정은 마냥 간단하지 않으며, 복잡한 상황들이 오고 가지만 끝내 두 사람은 해내고 맙니다. 서로의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진정한 소통을 하며 그들은 서로의 감정에 닿을 수 있었죠.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사랑을 이룰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가 사랑으로 변화했고 그렇게 사랑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 책에서 이러한 오만과 편견 속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에 대한 재해석이 제게는 인상 깊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인 베넷 여사는 어쩌면 과도하게 딸들의 결혼에 집착하며 돈 있는 사내라면 긍정적으로만 보는, 무식하고 속물처럼 보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잠시 그 시대로 돌아가 보면 본 책 속에서 언급되었듯이 남자가 아니면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이 죽으면 자신과 딸들은 알거지 상태가 되는 것이죠. 그 상황에서 베넷 여사가 딸들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선 결혼을 잘 시키는 것이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속물로만 생각되기엔, 베넷 여사의 행동은 어쩌면 가장 원론적인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에 대한 여러 담론을 모은 본 책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감정이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해석해본 적이 있었는지 떠올려보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서 본 책에 소개된 고전문학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보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더 깊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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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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