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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은 극히 짧은 시간이란 의미가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이자 선행문의 사건과 후행문의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다른 단어로는 찰나가 있겠다. 그리고 그런 찰나를 기록하는 사람, 순간을 영원한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다.


그의 영화는 순간을 기록한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의 끝없는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가 ‘순간’을 비춤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에게 순간은 무슨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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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저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시장은 다른 영화 시장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 하지만 그 영화 중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자본력으로 따지면 가장 최상위 레벨의 작품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자신이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구현해버리는 감독의 영향력, 그리고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관객층이 그의 영화에 열광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그의 영화에 열광하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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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Memento)’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메멘토는 역행하는 이야기와 선행하는 이야기가 있다. 흑백은 이야기가 선행하여 자신의 몸에 있는 문신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자신의 기억 조각을 찾는다. 반면 컬러의 화면은 이야기가 역행한다. 그 컬러와 흑백이 만나는 지점, 이야기가 완성된다.

  

왜 주인공은 기억을 잃었는가 생각해보자. 그는 단기기억 상실증으로 매번 순간을 잃어버린다. 자신의 아내가 죽은 그 시점, 주인공은 그 시점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단기기억 상실증을 앓으며 매번 순간 속에서 살아간다. 매번 순간을 잃은 자가 순간 속에서만 사유하게 된다는 모순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감독은 관객에게 주인공이 기억을 잃게 된 이유를 알려준다. 어쩌면 꽤나 앞에서 이미 설명해준다. 그 이야기를 아는 관객은 그가 겪는 이 모든 일을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게 만들고, 그가 더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문신을 보며 그가 느끼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같이 느낀다.


관객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지만, 그 진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은 사람은 바로 주인공이다. 물론 사실로부터 스스로 외면한 부분도 있다. 그가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이유도 그저 자신이 겪은 정신적인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 불과하다.


영화 ‘메멘토’ 속 순간은 말한다. 관객도, 주인공도 온전히 그 순간에 머물게 만든다. 그 순간의 모든 것이 바뀌고, 그 순간으로 모든 미래가 변화된다. 감독은 그 시간이라는 것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야기 구조를 역행함으로 오히려 관객을 현혹하게 만든다. 한 번의 실수는 모든 것을 망가트리게 된다. 주인공의 인생이 어디에서 끝이 날 것인가. 그가 결국은 치료를 통해서 기억하게 될 것인가. 하지만 그는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렇게 순간에 대해서 정의한 모습을 보인다. 순간은 한 번에 자신의 모든 삶을 변화하게 한다. 다시 번복할 기회도 없이 말이다. 한순간에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며, 한 순간에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만들기도 한다. 결국은 그 안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가의 문제라기보다는 그저 순간을 직시하는 것 말곤 답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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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인셉션(Inception)’이란 영화를 제작한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다루고 나서 믿고 보는 감독이란 압박감 속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별명을 증명하듯 한 번도 보지 못한 상상의 나래를 관객에게 펼쳐준다.


‘인셉션’은 꿈이라는 공간을 다루면서도 결국은 ‘꿈속의 시간’을 다루는 영화다. 꿈에 더욱 깊이 들어갈수록, 꿈이란 공간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한 번의 꿈이 꼼 속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불과 몇 시간이 지날 뿐이다. 하지만 그 꿈의 시간으로 누군가는 좌절감에 빠지며 자신의 아내를 잃어야 했고, 또 누군가는 기업 정보를 누설하기도 한다.


영화 ‘인셉션’에서 이러한 시간은 오히려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 꿈에서 일어나면 모든 것은 환상에 불과하지만, 그 꿈에서만큼은 진실이다. 그렇다면 그 꿈을 진실로 만드는 방법은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그 꿈에서 나오려고 한다. 그들은 꿈이라는 것이 허구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번 토템으로 자신의 현실을 확인한다. 토템의 무게로 현실을 파악하고, 누군가는 돌아가는 팽이로 현실을 확인한다. 자신이 현실임을 인지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자신이 자신의 토템을 만지는 그 순간에. 그 토템이 자신이 알던 무게가 아니고, 돌아가는 팽이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깨어나 장벽을 넘어야 한다.


만약 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달콤한 허구 속에서 자신의 생애를 보내야 한다. 달콤한 허구를 누군가는 더 행복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저 꿈, 환상, 거짓에 불과한 것이다. 자신이 그 공간에서 행복했다는 것도 결국 거짓일 뿐이다. 감독은 씁쓸한 현실을 추구한다. 자신의 아내를 잃고, 자신을 잃어버린 순간들이지만, 허구가 아닌 진실을 추구함으로 현재의 시간의 귀중함을 알리고, 돌아가는 팽이가 멈추는 순간만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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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순간은 정리해보자면 결국 현실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메멘토’에선 현실을 보지 못해서 거짓된 삶을 산다. 영화 ‘인셉션’에선 더 이상 허구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씁쓸한 현실을 찬양한다. 씁쓸하고 쌉쌀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만이 진정한 삶이라고 칭한다. 그 순간을 마주해야 방안이 생기고 한 줄기의 희망이 생긴다.  99% 고난과 1%의 행복이더라도 기꺼이 1%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겠다고 할 수 있는 희망찬 메시지를 담아낸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할리우드 시장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다. 매번 영화를 만들 때마다 상상하는 것 이상의 영화를 만들고,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놀란 감독이 관객의 순간을 존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관객의 순간 선택으로 자신의 작품을 보러 왔다는 것을 알고 있어 최상의 작품을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겠는가.


관객의 순간 선택으로 자신의 작품을 보러온 이들에게 최상의 작품을 선사하는 것은 감독으로서는 99%의 고난과 고통이 되겠지만, 1%의 관객의 칭찬을 위해서 기꺼이 그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매번 만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는 시간과 반복되는 일상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그러한 시간이 모여서 지금의 우리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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