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전시를 다시 보러가기까지
"어.. 내가 전시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더라?"
전시회라는 이름이 아득해질 정도로, 나는 전시와 잠시 벽을 쌓고 살았다. 그래, 가장 최근 본 전시가 작년 9월이라면 잠시 벽을 쌓았다고 할 만도 하다.
사실 벽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항상 당장이라도 허물어지길 바랐던 벽이었다. 지난해 무지 더웠던 여름부터 무지 추웠던 겨울까지 회사에서 일을 했더니, 나에게 여유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마냥 자취를 감추었다. 매주 찾아오는 꿀같은 주말은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집에서 하루 종일 잠을 청하기 바빴다. 틈이 나면 자격증 공부까지 병행했으니 시간적 여유는 물론 마음의 여유 또한 없었던 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유럽여행을 가게 되고, 파리에서 미술관 5곳을 돌면서, 한국에 돌아간다면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전시회를 많이 보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점차 심각해졌고, 감기와 같은 가벼운 전염병이길 바랐던 나의 바람은 무산되었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전시장을 방문할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를 뚫고 집 밖으로 발걸음을 뗄 만큼 전시회가 보고 싶진 않았던 것인지, 우울하고 무기력한 일상에 압도되어버렸는지 그렇게 또 봄을 떠나보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점차 한자리 단위로 줄어든 확진자 수를 보며, 이제는 평상시대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시를 보는 것마저 어색하게 느껴질 무렵, 르네 마그리트 전을 신청하게 된다.
02 인사동에서 열리는 전시
동양화 화구를 사러 인사동을 밥 먹듯이 가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사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나에게 인사동은 뒤처진 트렌드를 가지고 젊은 세대의 감성을 미련하게 붙잡으려 하는 그런 느낌이다.
게다가 전시라고 하면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미술관 등을 떠올리곤 하는데, 상업성 짙은 갤러리만 떠오르는 인사동에서 마그리트 전시를 한다니 뭔가 다르게 다가왔다. 인사동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동'이라서 망설였지만, 결국 '인사동'이라서 향유하게 되었다.
03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나의 생각을 알고있었던 걸까? 사실 인사동에는 파릇파릇한 숨결을 불어넣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작년에 설립한 '안녕 인사동'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 대표적인데, 다양한 먹거리와 놀 거리를 통해 데이트 추천 장소로도 꼽히고 있다.
인사동의 활기찬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안녕 인사동'의 지하 1층에 위치한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개최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AR 증강현실, 모노 크로매틱 라이트 등 디지털 세대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참여형 콘텐츠도 함께한다.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이기도 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을 통해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재해석 된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
1) 마그리트의 연대기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어바웃 르네 마그리트」2) 멀티미디어와 더불어 안면 자동인식 포토존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미스터리 룸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껏 체험해볼 수 있는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3) 회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영상 필름 및 사진 작업이 담긴 「마그리트와 시네마」4) 마그리트 작품 특유의 부드러운 색채와 현대적 감각이 함께해 색다른 공간감을 선사하는 라이트룸과 미러룸이 있는 「인사이트 마그리트」5) 동시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는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