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세미누드 촬영기 1편

The Bucket List
글 입력 2020.04.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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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죽기 전, 이건 꼭 하고 말겠다는 ‘The Bucket List’. 매년 다이어리 앞 장에 항상 있던 것 중 하나인 ‘세미누드 화보 촬영하기’를 드디어 했다!

 

때는 고등학생. 자퇴 전이었나, 후였나, 가물가물하다. 사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19세 딱지가 붙은 드라마지만, 재밌게 즐겨봤다. 바로, Sex And The City.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자주 해줘서 굳이 챙겨보지 않았지만, 나중엔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거의 다 봤던 거로 기억한다.

 

그냥 평범한 날이었다. 그날도 Sex And The City를 보고 있었는데, 4명의 주인공 중 메인 주인공인 ‘캐리 브래드쇼’가 자신의 칼럼 표지 사진을 촬영하는 에피소드였다. 그걸 보는데 너무 멋지단 생각이 들었다. 당당하고 쿨해보였다. 그래서 ‘언젠간 나도 꼭! 저렇게 찍어야지! 저런 느낌과 콘셉트로!’라고 생각했다.

 

*


난 항상 통통했다. 미용 기준으로. 그러다 최근 몇 년간 살을 뺐고, 요요는 1년 넘게 오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유지어터가 돼서 그런 것 같은데, 아무튼, 살이 빠지다 보니 세미 누드 촬영을 해야겠단 생각이 조금씩 싹텄다.


항상 생각했던 콘셉트가 있었다. 모노톤에, 살짝 긴 재킷만 입은 채 힐을 신고 찍는 세미누드. 매년 다이어리를 쓰지만, 세미누드는 사실상 전년도 리스트 중 이루지 못한 것들을 옮겨 적는 것에 불과했다.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살이 더 빠졌다. 그래서 조금씩 세미누드 화보 촬영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2월에 스튜디오를 알아봤는데, 혹시 몰라서 4월 말에 잡았던 일정이 이렇게 나이스 타이밍이 되다니! 4월 25일 촬영이라 사진 찍기가 가능했다.

 

내가 생각한 콘셉트에서 살짝 의상이 다르긴 하지만, 거의 흡사하게 준비해 갔다. 스튜디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생전 처음이라 너무 긴장됐다. 그, 연예인들이 샵에서 한다는 작은 전구 달린 거울에 앉고, 눈앞엔 갖가지 화장품들이 가득-!


평소에 화장을 안 해서 일상 화장은 3분 내외로 끝나고, 풀메이크업을 한다고 해도 10분 안에 끝나는 나였기에 도대체 어떻게 화장을 하길래 1시간씩 하는지 의문이었는데 이번에 이 의문이 풀렸다.


와- 엄청 무언가를 계속하는데, 난 뭐가 바뀐 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눈떠보면 다른 내가 있고, 또 한참 뭔가를 얼굴에 바르고 눈 떠보면 또 다른 내가 있었다. 특히 현대 의학으로 없앨 수 없단 얘기를 들은 내 다크서클(유전)을 완벽히 없애는 과정은 감동이었다. 이래서 샵을 가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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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는 또 어떻고? 근래에 화보 생각 안 하고, 머리 다듬으러 갔다가 숏컷을 해버렸다. 평소엔 그냥 아무렇게나 하고 다닌 머리. 근데 이 머리를 시크하면서도 여성미 있는 헤어로 완성시킨 헤어 실장님. 대단하다. 문제는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

 

첫 테스트 컷. 내가 볼 수 있는 모니터링 화면이 있는데 너무 어정쩡한 자세와 세미누드답지 않은(?) 굵게 보이는 다리 포즈. 헤어와 메이크업 실장님들이 같이 모니터링하면서 중간중간 내게 와서 수정해 주고, 조언해 줘서 그때서야 그나마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세미누드. 내 몸을, 그것도 당당하게, 남성인 사진작가 앞에서 보이기가 살짝 부담스러웠다. 예상하고 간 거지만, 어깨를 쭉 펼 수 없었다. 가슴 내밀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과연 내가 상상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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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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