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분리, 분열, 분란 : 장벽의 시대 [도서]

상징성에 매몰된 진실
글 입력 2020.04.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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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국가 간 교류 및 무역이 막대한 수준에 다다른 요즘. 특히 SNS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이 같은 시간에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는 친밀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세상에도 장벽이 존재한다. 언어 장벽, 문화 장벽, 기술 장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물리적 실체, '장벽'. 발전에 박차를 가한 2000년대 이후 많은 장벽이 쌓였다. 저자는 바로 이 장벽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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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팀 마샬은 30년 이상 세계의 분쟁지역을 실제로 방문하여 문제 상황과 실태를 추적해 온 국제 문제 전문 기자이다. 이 경험이 녹아든 《지리의 힘》에 이어, '장벽'을 키워드로 장벽을 기준으로 분리된 지역의 역사와 사회심리학적 현상을 풀어냈다.


책은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시작하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 북아일랜드-아일랜드공화국 장벽, 미국-멕시코 장벽, 지금은 부서진 베를린 장벽까지 분열과 분노, 불안과 환희가 뒤섞인 장벽의 세계를 탐색한다. 약 350페이지에 축약된 방대한 이야기 중 일부를 꺼내 본다.

 

 

 

다른 이유, 같은 선택



장벽의 첫 장은 중국의 만리장성이다. 문명과 비문명, 중국인과 비중국인을 나누는 6,352km의 장대한 장벽. 그 안에 사는 여러 소수 민족도 중국에 묶여 있다. 내부의 분열은 국가 존립에 큰 위협이다. 작고 사소한 반란이라고 한들 몸집이 커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자라난다. 중국은 공산주의와 중화사상을 이용하여 이 분열을 막고자 한다.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자부심. 이 자부심을 중국 영토 내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주입하여 하나의 형태로, 하나의 마음으로 뭉치게 한다.


동시에 외부와의 단절을 만든다. 적극적으로 4차 산업을 주도해 가며, SNS로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세상과 선을 긋는 것은 중국 하나이지 않을까. 위챗, 웨이보 등 중국 자체 시스템을 만들어 그들만의 SNS 공간을 만들고,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 주소는 막는다. 이렇게나 기술이 발전한 세상에서 접속할 방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어진 접속 권한 내에서 대체로 삶을 영위한다.


중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라가 있다. 인도. 마찬가지로 고도로 발달한 산업을 가진 나라이고, 국민들을 하나로 묶으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위해 인민들의 분열을 없애고 통치자 아래에 하나로 모이게 했다면, 인도는 반대로 분열로 통합시킨다. 말도 안 되는 말처럼 보인다. 분열을 방법으로 삼아 하나로 만든다니. 인도의 신분 제도, 즉 카스트 제도를 떠올리면 불가능하지 않음을 금세 느낄 것이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그리고 하리잔으로 나뉘는데 다른 카스트 간의 결합은 '눈살 찌푸리는 일'로 치부된다. 카스트마다 할 수 있는 일도, 그에 따라 받는 처우나 혜택도 다르다. 탄생과 동시에 삶의 방향이 정해지고, 한 번 정해진 것은 절대 바뀌지 않은 채 죽음에 닿는다.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내부의 장벽이 깨지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다고 본다. 평화 시위로 마하드라 간디는 '높은' 카스트 신분인데, 그는 카스트 제도를 옹호한다. 질서와 체계,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계급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며. 물론 수드라나 하리잔을 향한 폭력이나 갈취 등은 사회적 문제가 있음을 덧붙였다. 이처럼 불합리함을 인지하는 '높은' 사람도 제도 자체를 없애려는 마음이 없기에, 여태 살아오며 받은 혜택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기에, 불평등과 박해는 존속된다.


장벽이 있는 나라의 정치•경제 환경, 문화, 역사가 다르고 각 상황에 맞게 다른 의도를 가졌지만, 결론은 하나다. 장벽을 세움으로써 '우리'에게 발생하는 '우리 외'의 존재들의 위협을 제거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생긴다. 그럼 장벽은 의도대로 기능할까? '우리'는 장벽에 의해 보호받는가?

 

 

 

장벽의 의미



언젠가 반려견 행동 교정 프로그램에서 이런 사연을 보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실외 생활에 적합한 큰 개였다. 견주는 개가 공격적이고 적대심이 강해서 산책할 때마다 애를 먹는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밖에 두면 유난히 저돌적인 성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목줄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 넓은 환경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눈앞에 보이는 자유를 얻지 못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쌓인다. 그래서 목줄 밖을 자유로이 누비는 사람, 혹은 동물을 보았을 때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조치는 간단했다. 개의 활동 반경을 획정하여 가시적인 방어벽을 만들었다. 놀랍게도 그 안에 있던 개는 차분해졌다. 전처럼 사납게 짖지도, 사람을 위협하지도 않았다. 전문가와 견주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았기에 이 조치가 약간 잔인하게 느껴진 것이지, 동물에게는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은 조치가 동물이 아닌 인간에게 취해졌다면 어떨까.


여전히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동. 그중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뉴스나 기사로 어렴풋이나마 전해 들었을 것이다. 두 국가의 상태는 지도를 보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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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노란색은 이스라엘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양쪽에 살짝 주황빛을 띠는 서안지구(WEST BANK)와 가자지구(GAZA), 그러니까 팔레스타인이 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 안에 속해있고, 그 안에서 둘로 나뉘어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


약 8m의 장벽이 두 나라 같은 한 나라,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가두고 있다. 장벽 곳곳에서 이스라엘 군인이 양쪽을 주시하고, 장벽을 오가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억압과 핍박, 분열, 고통으로 들끓는 장벽에 사는 사람들은 종교와 문화를 근거로 다른 관점을 내세운다. 물리적인 충돌로 인해 더 황폐해지는 삶까지 감내하면서.



이스라엘이 장벽들 덕분에 폭력이 감소했다고 확신한다면, 그 장벽들은 영구히 존재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분열을 초래하는 사안이지만, 많은 사람은 장벽이 단지 지속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 해당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할 지속적인 방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장벽이 단순히 임시방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_ 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장벽을 둘러싼 여러 사정 117쪽



싸움과 다툼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장벽은 책에서 나오듯 훌륭한 방안은 아니다. '나'와 '너'가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다고 느낄 뿐이다.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물리적 장벽만이 아니라 그 장벽에 내재한 종교, 문화, 언어, 가치관의 벽까지 부수어야 한다. 중동의 문제니까 조금은 멀찍이 서서 지켜볼 수 있을까?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면



서두에도 말했다시피 좋든 싫든 세계는 연결되어있다. 유럽의 문제도, 미국의 문제도, 한국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비슷하다. '분열'이라는 같은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나 자신은, 나의 공동체, 나의 국가에서 벗어나 '우리'의 개념을 깨는 눈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본질적인 변화 앞에서 인간은 결국 하나로 묶인다.


물론 앞가림하기도 어려운 팍팍한 지금, 훨씬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기란 어렵다. '나'만 바뀌면 나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따른다. 그러나 시간 싸움이다. 인간 전체를 위협하는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코로나19'처럼 생태계 변화로 인해 인간이 받게 될 영향은 막대할 것이다. 변화를 지혜롭게 해결할 존재, 그게 바로 인간이 아닐까.

 


*

장벽의 시대
- 장벽, 나누고 가르고 가두다 -


지은이
팀 마샬
 
옮긴이 : 이병철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 교양
사회학일반

규격
152x224mm

쪽 수 : 360쪽

발행일
2020년 03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89932-49-7 (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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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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