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관의 HIDDEN CARD [영화]

인생 띵작(명작) 재상영
글 입력 2020.04.0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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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알려드립니다. 본 글에서 영화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은 컨셉입니다. 영화 산업 아니, 거의 모든 산업과 사람들이 힘듦을 겪고 있죠. 극장 안은 썰렁합니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좋아서 재상영 마케팅을 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부정적이고 저음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그나마 밝은 부분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고음의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현 극장 상황에서 찾은 좋은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극장가가 한산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봄이 오는 3월.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이 줄줄이 연기됐다. 타이밍 안 좋게 이미 개봉한 영화는 안타깝게도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러한 상황에 영화 배급 및 제작과 관련된 대형 회사들이 나름의 대안을 냈다.


 

메인.jpg

 

 

HIDDEN CARD! 바로, 재상영이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등 각 회사가 가지고 있는 배급 영화를 재상영하고 있다. 재상영은 영화 마니아에겐 기쁜 소식이다. 약 10여 년 전, 아직 학생일 시절, 영화 <타이타닉>이 재개봉했다. DVD 방에서 보기엔 너무 오래된 영상이라 안 보고 있었는데 영화관에서 볼 줄이야! 부리나케 영화관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DVD 방에서 보는 것도 많이 아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운드와 큰 스크린을 원하는 나였기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보면 답답했으니까. 그렇다고 집에 좋은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예전 명작뿐만 아니라 몇 년 전에 봤던 재미있는 영화도 DVD 방에서 보곤 했다.

 

요즘 내가 본 재상영 영화는 2개다. 영화 <메멘토><비긴어게인>. <살인의 추억>과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리고 <꾸뻬씨의 행복여행>도 보고 싶었지만, 기간을 놓쳤다. 그래도 내가 한때 정말 좋아했던 <비긴어게인>을 넓은 공간에서 울리는 사운드 속에서 다시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

 

영화와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 그 감상이 달라진다. 배움이 달라지고, 보는 시야도 다르다. 봤던 거라도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면 또 다르고. 물론 어디서 누구와 보는지 그리고 당시 내 기분에 따라서도 매우 다르다.

 

특히 영화는 누구와 함께인지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다. <비긴어게인>이 상영 중일 당시, 나 혼자 봤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비긴어게인>을 애인과 함께 보지 못한 탓에 꼭 같이 보고 싶었다. 내가 느낀 감정을 교류하고, 해당 영화를 대화 소재 삼아 카페에서 쫑알쫑알 수다 떨고 싶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DVD 방에서 봤었다. 당시 애인은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지루해했다. 그러나 이번에 영화관에서 다시 볼 땐, 몰입하면서 보길래 끝나고 물어봤다. 2번째인데 지루하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예상외의 대답을 들었다. 오히려 몰랐던 부분과 놓쳤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더 재밌게 봤단다. 몰입해서 보는 그 덕분에 나도 새롭게 봤다. DVD 방에서는 지루해하는 그의 모습에 내심 서운해서 나도 지루하게 봤는데 말이다.

 

그리고 감독의 연출력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한 <메멘토>. 사실 이건 재밌다는 말만 들었지, 어떤 내용인지, 장르인지, 아예 모르고 봤다. 그래서 첫 장면을 집중해서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영화가 다 끝나고 잠시 벙쪘지만, 다행히 이해했다. 그리고 같이 본 친구에게 “이거 엄청난 명작이잖아?!”란 말을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는 내내 계속했다. ‘와-!’란 감탄사와 함께.

 

<메멘토>는 연출과 촬영 기법이 대단하다. 그리고 스토리텔링 자체도 훌륭하지만, 교차 편집이 시나리오를 더 잘 살린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몇 년도에 나온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2010 작품), DVD 방에서 봤으면 화질이 너무 깨져서 이렇게 재밌게 보지 못했을 거라고. 물론 영화관에서 본다고 해서 완벽한 화질과 음질을 느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몰입할 수 있다. 이거면 됐다.

 

<메멘토>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때 그 상황이 이해가 가더라. 5~6년 전, 아르바이트할 때 일이다. 계산을 마치고, 손님께 빵과 카드를 내미는데, 손님이 내 손을 보고는 메모한 건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타투라고 했더니 영화 <메멘토> 얘기를 하면서 "그 영화 보고 따라 한 줄 알았어요"라고 했다. 전혀 이해 가지 않았다. ‘아니, 영화를 보고 낙서를 왜 따라 해?’라고 생각했지만, 웃음으로 대답했다. 근데 영화를 보니, 신기하게도 영화 속 손등에 있는 타투와 내 타투 위치가 정확히 같았다. 하물며 대충 보면 모양까지도..!

 

내 딴에는 타투를 '남들에겐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내겐 잘 보이는 곳+의미있는 내용'으로 새기는데, 손등에 있는 타투는 1년째 지우는 중이다. 너무 잘 보이는 위치기 때문. 다른 곳은 잘 알아보지 못하는데 손등은 너무도 쉽게 알아본다. 그리고 무슨 뜻이냐고 묻는데, 이럴 때 너무 난감했기에 지우고 있다. 타투는 대부분 내가 만든 문장과 문양이라서 뜻을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지고 복잡해진다. 근데 묻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별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듯 묻기 때문에 이런 긴 설명을 들을 여유가 없다. 나도 친한 지인 외에는 에너지 써가며 설명할 마음도 없고. 중요한 건, 시험을 볼 때, 시험관이나 교수님들이 오해하신다.

 

웃프게도 영화가 너무 명작이라 영화를 보고 나니까 지우고 있는 타투가 아까웠다. 이미 많이 지워진 상태라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영화라면 타투 새기는 위치 정도는 따라 할 수도 있겠다-싶으면서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메멘토.jpg

(사진 2번째 칸에 있는 타투)

 

 

아직 20대인 내가, 너무 예전이라 보지 못했던 명작을, 그것도 한국과 외국 모두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건 흔치 않다. 특히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는 더욱더.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지금이 만족스럽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취미생활을 즐겨보려 한다. 물론, 안전히! 최대한 사람 없는 타이밍에 맞춰서, 조심히!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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