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해학의 민족 [문화 전반]

감염증의 유행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글 입력 2020.04.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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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도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은 현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검사법과 예방수칙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흐르는 물에 비누로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 가리기 등 정부가 내놓은 많은 예방 수칙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켜야 할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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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권고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자택근무 혹은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하는 경지에 이르렀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집에서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강제 집콕족 (집에만 머무르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 이 된 사람들이 하는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1000번 젓는 게 유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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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잠깐만 둘러보고 있어도 달고나 커피, 계란 프라이를 주제로 한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둘의 공통점은 ‘1000번을 저어 만드는 음식’이라는 것인데, 달고나 커피는 커피 가루와 설탕, 물을 섞어 달고나 재질이 나올 때까지 약 천 번을 저어 만드는 것이고, 계란 프라이는 계란 흰자를 머랭의 상태가 될 때까지 힘껏 저은 다음 노른자와 섞어 굽는 것을 말한다.


처음 천 번 젓기 영상을 제작한 이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된 사람들에게 하나의 시간 때우기용 오락 활동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힘들 것 같은 천 번 젓기 활동을 하는 이유로 그냥 재밌어 보여서, 집에서 가만히 있기 심심해서, 도전 정신이 생겨서 등을 말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노동인 듯 노동 아닌 천 번 젓기 활동을 통해 암울한 현실을 재미로 승화시켰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천 번 젓기라는 활동 자체에도 사람들의 흥미를 집중시키는 요소가 있지만, 이와 관련된 영상의 댓글 속 ‘드립’에서 해학성을 더욱 잘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천 번 젓기를 주제로 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에는 ‘일할 때는 제발 쉬고 싶다고 하면서 막상 쉬면 자기 혼자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한국인’, ‘나태지옥에 한국인의 자리는 없다’ 등의 유머를 볼 수 있고, 아래 사진과 같이 현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쓴 글도 종종 보인다. 자칭 드립력 세계 1위 한국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어떤 드립으로 표현했는지 더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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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력으로 이겨내는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답답함과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하는 두려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SNS에 짧은 문장으로 게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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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2020년을 없애자는 등 주로 현실을 부정하는 글이 많은데, 이러한 글이 조금은 터무니없어 보일지라도 사람들이 한 번쯤 해 본 상상을 시원하게 드러내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개학이나 개강이 한 달 이상 미뤄지고, 수능까지 연기된 상황에서 일상의 크고 작은 계획들에 차질을 빚게 된 사람들이 속된 말로 미쳐감에 따라 미침의 정도에 비례하여 드립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유머도 생겨났다.


두세 줄 남짓 되는 짧은 글이 전하는 울림은 의외로 크다. 우울한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피식하며 웃을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멀어진 것 같았던 관계망을 공감이라는 감정으로 결속 시켜 여전히 사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처음은 가벼운 우스갯소리로 시작됐을지 모르지만 지친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주는 유쾌한 드립이야말로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이 아닐까.


*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강제 칩거 생활 중인 외국인들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는데, 그들은 각자의 집 베란다에 나와 음악 파티를 열거나 실내에서 방호복을 입고 완전무장을 한 채 파티를 즐기고 있다. 전 세계적인 감염증에 대응하는 해학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잠깐이나마 바이러스로 인해 생긴 불안감과 답답함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유머에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들이의 계절인 봄이 왔음에도 칩거해야 하는 침울한 현실과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 생기는 경계심과 예민함 등을 생각하면 천 번 젓기의 유행도, 베란다 음악 파티도 모두 웃프게 느껴진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고 전 세계가 안정되어 마음 편히 웃고, 외출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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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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