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소의 집 [문화 전반]

조그맣게 살아도 괜찮아
글 입력 2020.03.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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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처럼만 살고 싶다는 것이 욕심인 걸까. 갈수록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평범한 삶에 대한 최소 장벽이 높아지는 것만 같다. 바쁜 일상과 팍팍한 사회생활 속에서 남들처럼 살기 위해 우리는 매일 나름의 희생과 노력을 다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평범하게 사는 것마저도 쉽지 않은 요즘, 좋은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끔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꿈꾸는 좋은 삶의 최정점에는 '좋은 집'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집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좋은 집'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단편적이고 평균적 형태로 나타난다.


주로 비싸고 넓은 집, 그리고 멋들어진 가구들과 깔끔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집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집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다. 도리어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집을 갖기 위해서 현재의 고된 삶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갖기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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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aran O'Brien

 


'좋은 집'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최근에는 천편일률적 아파트 구조가 아닌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 물질문명과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작은 것들'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대형 평수의 아파트가 외면받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단순히 주거 형태에 대한 선호도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대' 사회에서 '최소'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좀 더 넓은 범주의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최소의 집 《좋은 집에 대한 고민》



좋은 집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건축가 정영한은 2013년부터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최소의 집'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동일한 아파트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 작은 집의 가능성을 실험함과 동시에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좋은 집'에 대한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집의 다양한 가치들은 고려하지 않고 크기와 비용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그는 '최소'의 개념을 단순히 크기나 형태에 관한 것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땅콩주택이나 마이크로 하우징과 같은 소규모 주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적정공간으로서의 '최소'의 의미를 질문한다. 모든 사람의 공간적, 경제적 관념이 다르기에 각자가 만족하는 '좋은 집'에 대한 이미지도 모두 상대적일 것이다.


이에 대해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공간에 대한 적정한 기준을 '최소'의 것으로 개념 지어 설명해보자는 것이다. 좋은 삶을 꾸리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해봄으로써 주거 공간에 대한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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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집을 소유하기 위한 방식에 어떤 의심도 없이 획일적인 평수에 심지어 방 개수까지 똑같은 복제 공간 안에서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은 외면당한 채 깊이 병들어 오고 있었다."

 

 

우리나라 주거시장의 경우 대형 건설사 분양 아파트를 소유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규모와 맞지 않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무리해서 대출을 받게 된다. 기존의 소유 방식의 개념에서 벗어나서 이 시대에 맞는 다양한 집의 형태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영한은 '최소'라는 가치를 통해 각자 삶의 방식에 맞는 집의 유형에 대한 고민을 건축가와 대중이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좋은 집에 대한 다양한 형태와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최소의 집' 프로젝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가치일 것이다.

 



스몰 하우스 《작은 집을 권하다》


 

사람들은 남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항상 불만족해한다. 언제나 더 크고, 더 멋진 집을 통해 나의 욕망이 충족되길 바라는 것이다. 책 <작은 집을 권하다>에서는 현재 많은 사람들의 집에 대한 욕구가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와 교육에 의해 은연중에 심어진 잘못된 가치관이라고 말한다. 필요 이상의 주거 공간을 원하는 것은 사치적인 강박에 불과하다. 그것은 우리가 더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목적을 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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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 완벽함에 도달한다." 생택쥐페리의 명언은 현시대 우리 삶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주택 소유를 권장하는 사회 풍조가 마치 그런 소유물 없이는 절대 만족할 수 없도록 우리의 삶을 조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한 방법으로 책에서는 '스몰 하우스'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최저한의 생활 체계는 확보하면서도 거주자의 취향에 의해 설계된 가장 작은 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진정으로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은 넓은 집, 좋은 아파트, 비싼 아파트가 아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편리함을 높여줄 수는 있지만 내 삶의 행복을 반드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나와 나의 가족의 삶을 영위하는지가 중요해지는 시대이다.


 

 

지금, 좋은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


 

개인 용품부터 가정 내 가전·가구들까지 점점 많은 사물들이 콤팩트해지는 추세이다. 아직 집의 영역에서는 '최소'의 개념이 많이 반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경제적·실용적·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상당한 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최소'의 개념이 이 사회를 더 똑똑하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리는 여태껏 '좋은 집'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너무나 많은 자유와 행복을 희생하며 살고 있다. 집에 대한 선택지가 더 넓어지고 좋은 공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갈 때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행복을 일궈나갈 집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더할 것도, 더 뺄 것도 없는 '최소의 집'을 통해 좋은 집에 대한 사고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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