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솟아오르는 휴식의 기쁨 [사람]

글 입력 2020.03.15 13: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relax-sunday-weekend-bedsheets-beautiful-autumn-girl-Favim.com-6557219.jpg

 

 


나에게 휴식이 생겼다.


  

주말이다. 어떤 이에게 주말이란 일의 절정일지도 모르겠다만, 우리 회사에서 주말이란 오롯이 쉴 수 있는 날이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씻지 않고 이불에 파묻혀있는 일, 밀린 드라마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낮을 보내는 일, 밀린 빨래를 널며 상쾌함을 느끼는 일… 신입사원인 나에게는 주말, 그리고 휴식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내려지고 있다.

  

회사에 입사를 하고 꽤 낯설었지만 행복한 감정을 발견했다. 바로 ‘푹 쉬는 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가 26살이니 벌써 고등학교를 다닌 지가 꽤 지났다. 나의 고등학생 시절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주말을 늘 만족스럽게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평일에 조금씩 남겨두었던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고, 독서실에 앉아 14시간은 스톱워치에 쌓아야 할 것만 같았고, 어쩌면 평일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아무런 제약도 없는 온전한 나의 48시간이니까.

 

하지만 그것은 늘 이상으로만 머물렀다. 아무런 일정의 제약이 없더라도, 사람은 늘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사람은 늘 같은 에너지로 무언가를 지속할 수 없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철의 인간 같은 사람이 바로 나여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고등학생 시절의 나를 더욱 힘들게 한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주말이란 늘 쉬어도 쉬지 못했고, 안 쉬어도 쉬는 것 같은 모순적인 감정이 오가는 날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주말에 늘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말의 일정 시간을 내어주면 학생으로서는 충분한 용돈이 생겼고, 어차피 하루종일 공부를 하지는 않았으니 굳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베이커리나 카페에 일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아르바이트 가게를 옮기며 몇 개월을 쉬어보니 낮에 일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가 흘러가곤 했다. 그런 하루를 목격한 이후론 나에게 대학생 시절 주말이란 늘 시간을 돈으로 치환하는 날, 알바 후 나머지는 자유 시간이라는 정의가 생겨났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규칙적인 휴식 없이 지내왔다. 어쩌다 생겨난 공휴일이나 쉼 없이 달린 일정 끝의 휴식을 제외하고는 내가 스스로 나를 놓아둔 적이 별로 없는 것이다. 휴학 시기가 2년이나 있었지만 한 번도 나를 온전히 내버려 둔 적이 없었다. 몸은 쉬어도 정신은 바빴으니 말이다. 늘 무언가를 배워야 하고, 무언가를 깨달아야 하고,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상태 속에 놓여있어야만 잘 사는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20대가 할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휴식하는 방법과 휴식으로 누리는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쉬는 것은 잘못이 아니야


 

쉬고 있으면 늘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언제나 많았다. 그렇지 못할 거라면 ‘교양 있게’ 쉬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도 있었다. 그냥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게으른 것이라 생각했고 영화라도 한 편 보면서 나의 하루를 채워야만 멋진 삶을 사는 것 같았다. 그러다 20대의 어느 순간 결국은 지쳐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철인이 아니다. 체력도 사실 약하다.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은 참 많지만 나아감을 위하여 멈추는 순간이 필요했다. 이상적인 나를 위해 달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놓아버리고 침대에 파묻혀 있는 날이 꼭 생겨버렸다. 정신을 차려 다시 일어서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쉼의 순간에서 스스로의 나약함을 찾아버렸다.

 

인생의 지혜를 간과한 것이다. 해야 할 때 하고, 쉴 때 쉴 줄 아는 것. 나의 에너지를 현명하게 분배하는 것. 휴식이란 마음까지 여유를 되찾는 작업이라는 것. 그런 것들을 어린 나는 알지 못했다. 취준 시기가 다가오면서는 하루하루가 ‘취업 준비’라는 일정 하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더욱이 쉴 수 없었다. 영어라도, 글쓰기라도, 책이라도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날들의 지속이었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고 나는 규칙적인 일상을 맞이했다.

  

월요일의 시작, 수요일의 절정, 금요일의 쾌감…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감정적 패턴을 나 역시 경험해보고 있다. 일이 워낙 재미있고 잘 맞아 일주일의 패턴에 어려움은 없지만 어쨌든 주말이 다가온다는 사실은 기쁨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주말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부터는 온전히 내 몸이 하고 싶은 대로 쉬어도 될 것. 평일에 달릴 나를 위해 심리적/체력적 소모를 하지 않을 것. 월요일에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일주일 동안 쌓아둔 고된 감정과 일을 정리할 것. 이렇게 나만의 주말 규칙이 생겨난 것이다. 매주 휴식을 해보면서 내가 어떻게 휴일을 보내야만 다음 주가 더 즐겁게 시작되는지, 어느 정도 쉬어야 내가 충전이 되는지 나에 대해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늘 숨차 오르게 달려오는 지난 10년간의 생활… 업에 대해 고민하다 둥지를 틀었다는 사실, 규칙적인 패턴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 온전한 휴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지난 20대와 너무나 달라져서 새롭고도 감사하다. 앞으로 또 이렇게 나를 새로이 발견하는 날들의 연속이겠지.

  

어쨌든 나는 나를 내버려 두고 싶다. 휴식은 휴식으로 온전히.

 

 

 

 

장경림.jpg

 


[장경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