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에 정답은 없어.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연극]

글 입력 2020.03.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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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연극을 보고 난 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세상에 정답은 없다. 인생도, 사랑도, 그 어느 것도.”


프리뷰를 쓸 당시는 이렇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헤라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집착이다.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한낱 가벼운 엔조이에 불과하다. 아르테미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런 건 순진한 소설, 바보 같은 사랑이다. 라고.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이었나. 집착은 아닌, 엔조이도 아닌, 순진한 것도 아닌 그 어딘가, 그래도 따지자면 아르테미스 쪽이 괜찮겠다 싶더랬다. 하지만, 세 명의 여신은 모두 사랑을 하고 있었다.

 

 

 

헤라



헤라는 제우스를 사랑했다. 한 사람을 사랑한 그것 뿐이었다. 제우스는 바람을 피웠고, 도리어 헤라를 향해 화를 낸다. 헤라를 향해 말했다. “너, 그거 사랑 아니야.” “이혼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냐?” 제우스와 같이 있는 것만을 원했던 헤라였는데, 이혼한 여자라는 타이틀을 갖기 싫어하는 사람으로만 치부해 버렸다.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까지가 집착이란 말인가. 기준이란 건 없다. 정답도 없다.


과하면 집착이라는데, 그 기준은 애매모호하기만 하다. 나에겐 사랑이, 남에겐 집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니까’ 알고 싶고,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감정을 공유하고 싶을 수 있다. 누군가에겐 그게 부담이 되고 집착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법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서 어느 누가, 그 어느 누가 동일한 감정의 양을 한시도 끊임없이 쌍방으로 주고받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의 말을 듣고 한 대 맞은 듯이 멍했다. “여러 사람을 사귀더라도, 하룻밤을 위한 것이라도, ‘그 순간’에 난 ‘진짜 사랑’을 한 거야. 진심으로 말이야. 이건 사랑이 아니야?”


그의 눈빛과 행동, 목소리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이리라. 그의 말마따나 사랑의 모양은 다양하니까. 아프로디테의 이야기를 들은 아르테미스는 그건 아니라며 감정을 길게 공유하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쿨병에 걸렸냐고 소리친다. 그들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하니,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내 기준대로 사는 게 맞는 거다 싶었다.


‘남자가 하면 능력 좋다, 의자왕 타이틀을 주고, 왜 여자가 하면 걸레가 되는 거야?’는 대사, 아프로디테에게 감정적인 배신감을 느낀 남자가 데이트 폭력을 한 일화 등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듦과 동시에, 여전히 지금의 이야기였다. 의례 것 넘기기보단, 인지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연극이었다.

 

 

 

아르테미스



한 번의 상처로 굳게 마음을 닫은 그였다. 신중하고, 독립적인 그의 태도가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가볍게 보진 않는다는 면에서 말이다. 그러니 상처는 크고 깊게 파인다. 그를 향한 헤라와 아프로디테의 말은 나 역시 아르테미스에게(그리고 스스로에게) 해 주고 싶은 멋진 말이었다. “아르테미스, 인생이란 건, 사랑이란 건, 원래 휘청거리고 혼란스러운 거야. 그렇게 독립적으로 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백번 맞는 말이다. 나를 타자화해놓고 볼 수 있던 장면이라 더 머릿속에 남았다. 삶이란 타인과 필히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자, 상처는 당연하며 그럴 수도 있는 거다. 때론 그게 사랑 또는 우정이었던 거고,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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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대로.



재미있었다. 세 여신은 여전히 그대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본인들의 인생을 말이다. 관객으로서 헤라와 아프로디테가 조금 변할 것 같았고, 아르테미스가 조금 더 변화하길 바랐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단지 인식했을 뿐이다. 그것부터가 시작 아닐까.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서도 그들은 똑같이, 어쩜 한결같이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흩어진다. 헤라는 제우스를 찾아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남자와 함께했으며 아르테미스는 사냥을 하러 떠난다. 극이 끝나고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나름의 사랑을 하며 산다. 어쩌고저쩌고해도 결국 본인들의 삶이다. 참, 웃긴 것도 같다.


그래서 나름의 내가 내린, 세 여신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의 사랑을 정의하자면.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며, 세상에 정답은 없으니 남에게 맞추기보다는 내 있는 모습대로 사랑하리라. 사람은 다양하고, 사랑의 모양이 다르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이 옆에 함께하고 싶다. 사랑 참 아름답다.

 

연극은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멋진 작품이었다. 명랑하고 명쾌함 속에서도 현실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엄지 척.Emotion 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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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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