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머시브 공연 - 위대한 개츠비 [공연예술]

토요일 밤 게츠비 멘션에서 열리는 성대한 파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글 입력 2020.03.14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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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없는 극, 이머시브 공연


 

아직까지는 공연을 상상하면 배우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관객은 무대 아래에서 숨죽여 지켜보는 그림이 익숙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오감을 이용해 직접 체험하고 그것을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성향이 짙은 2030 Z세대들은 앉아서 무대 위를 올려다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관객보다는 무대 위 사건에 핵심적인 인물로서 상호작용에 직접 참여하며 스스로 주체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기를 원한다. 이러한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나타난 것이 이머시브 공연이다.


이머시브 공연은 기존의 프로시니엄 공연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관객과 배우가 직접 소통하며 현장성과 즉흥성을 추구하는 관객 참여형 공간이다. 이러한 이머시브 형식으로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둔 공연은 영국 공연단체 펀치 드렁크가 2013년 올린 Sleep No More이다. 이 공연에서 배우들은 전통적인 무대가 아닌 5층짜리 멕키 트릭 호텔 안 100여개의 방에서 움직이며 연기를 펼쳤다. 관객들은 배우들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나 스킨십을 할 수는 없었지만, 배우들과 동선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넘나들며 직접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갔다. 이러한 이머시브 공연은 영국과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어 공연계를 변화 시키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 한국의 이머시브 공연을 선도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머시브 공연의 선두를 이끌고 있는 공연은 무엇일까? 필자는 단연코 <위대한 개츠비>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여러 형태의 공연과 수차례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작품이다. 영국에서는 최장수 이머시브 공연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 더블린, 브뤼셀 등에서 순회 공헌을 돌다가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에도 라이선스가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필자가 직접 보고 들은 개츠비 맨션에서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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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개츠비 맨션은 보통의 극장이 아니라, 그레뱅 뮤지엄에 위치하고 있다. 실제 개츠비의 파티가 열릴 것만 같은 입구를 지나면, 호텔처럼 잘 꾸며진 로비와 기념품 숍이 있다. 이러한 디테일한 공간들이 정말 개츠비의 토요일 밤 파티에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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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받고 입장을 하면 이렇게 손등에 도장을 찍어준다. 개츠비의 파티장에 들어갈 때 확인하는 초대 손님이라는 인증 도장인데, 개인적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이 파티원이라는 인식과 소속감이 들게 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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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이 열리는 시간 전에 온 손님들은 이 칵테일 바에서 머무를 수 있다. 티켓과 함께 음료 교환권 1장을 받았는데, 여기서 알콜/무알콜 음료를 선택할 수 있었고, 받은 음료는 파티장 안에 반입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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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를 마시며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마치 실제로 금주령이 내려진 그 시대, 밀주업자 개츠비의 맨션에서 몰래 맛볼 수 있었던 술과 함께하는 질펀한 파티에 초대된 기분이 들었다.

 

칵테일바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배우들이 파티장까지 직접 안내를 해준다. 여기서부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배우와 관객 사이에 존재해 왔던 보이지 않던 벽이 이 공간에서만큼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배우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주의 사항을 들으며 함께 파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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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은 약간의 턱으로 구분된 라이브 카페에 존재하는 것 같은 무대 외에 어떤 공간도 보통의 극장 같지 않았다. 실제로 파티를 벌일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에서 관객들은 곳곳에서 돌아다니고 대화를 하는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개츠비 맨션의 대표적 명물인 찰스턴 댄스를 함께 추고, 구석진 곳에 위치한 바에서 칵테일을 주문하고, 원하는 곳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즐기고 있노라면, 공연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정말 파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든 관객이 동일한 이야기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간중간 ‘파티원’의 역할을 하는 루실, 혹은 배우들이 몇몇 관객들만을 데리고 파티장 뒤 응접실과 같은 또 다른 공간으로 향한다. 그 공간에서 데이지와 개츠비, 혹은 톰과 머틀의 비밀스러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파티장에서 찰스턴 댄스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떤 배우를 따라갈지, 어떤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있을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관객들이 핵심적인 스토리는 공유하되, 각각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불어 관객이 데이지를 위로해 준다거나, 배우들에게 의견을 낸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이 이면에는 타이밍과 동선을 맞추고, 곳곳에 존재하는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수많은 연습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점에서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는 <위대한 개츠비>가 매우 인상 깊었다.

 


 

신의 아들, 위대한 개츠비


 

이머시브 공연이라는 형식적인 외에도 <위대한 개츠비>는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하는 주제의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도 인상 깊었다.

 
제이 개츠비는 마피아와 손을 잡은 밀주업자이자 토요일마다 질펀한 파티를 여는 인물이다. 하지만 도덕성이나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그를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르며 제이(J=Jesus) 개츠비(God’s be)의 이름 속에는 신의 아들이라는 언어유희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첫 번째는 비록 도덕과 순수에서 벗어나는 그이지만, 그 목적이 순수했다는 것이다. 개츠비의 토요일 밤 파티의 이유는 옛 연인 데이지를 찾기 위함이었고 부귀만을 추구하는 다른 백만장자와 달리 개츠비는 순수한 사랑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위대한 신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역설이라는 것이다. 개츠비는 당시 미국의 시대 상황과 닮아 있다. 최소한의 정부를 주창한 쿨리지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분야가 성공적으로 굴어가는 황금시대였지만, 그 이면에는 도덕과 가치관이 상실되어 있었던 미국의 당시 시대 상황은 겉은 번지르르한 백만장자지만 실속은 밀주업자였던 개츠비와 닮아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위대한 개츠비>의 주제의식은 후자의 해석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호기롭고 성공적인 미국과 개츠비의 이면은 그렇지 못했다. 개츠비의 파티에서도 필자가 느낄 수 있었던 점이었다. 파티 초반의 분위기는 매우 호화스럽고 즐거웠으나, 점차 인물들은 각자의 검은 속내를 드러냈고,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모두가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필자는 이렇게 거대한 시대적인 흐름을 파티장 안의 사건 속에 함축적, 은유적으로 표현해낸 공연 <위대한 개츠비>의 주제의식과 표현 방식이 높게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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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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