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녕, 나의 정체성 -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나는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 이었다
글 입력 2020.03.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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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에세이는 물론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았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고 하는 건, 앞다퉈 나온 감정을 다루는 유명하다는 에세이집과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도 나에겐 어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고민을 저자가 이야기하면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란 사람은 그들이 행동하는 것보다 더 심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꼬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해결책이 애매한 위로는 잠시뿐이었다.

 
그랬는데 이 책의 출판사 서평과 부제를 보고는 너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걸 당장 볼 기회가 없다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봐야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늘 궁금했다. 책의 부제처럼 ‘왜 나는 사람들 반응에 신경 쓰고 상처받을까?’의 이유를. 그리고 내가 출판사 서평에 쓰여 있던 ‘예민한 사람들의 열한 가지 특징’에 과반수 들어맞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때 이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 다시쓰기

 

저자는 나를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예민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선택, 결과를 정확히 짚어낸다. 나 혼자만 느낀다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묶어낸 것이다. 마음에도 소속감이 생겼다는 생각에 읽으면서 안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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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의 특징 -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하다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낸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다른 사람이 당신의 감정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확대해석하고,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의심하고 걱정한다.
 

 

난 옛날부터 내가 싫었다. 나 자신을 판단할 뿐 아니라 남들까지 멋대로 판단하고 단정 지었다. 그리곤 스스로 인간관계를 끊었고 스스로 외로워졌고 스스로 비난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런가 수없이 생각해왔다. 진심으로 정신병인지 평생 해보지 않은 검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곤 이내 나의 못된 천성인 것 같으니 고쳐질 수 없다 단정하고 좋지 않은 성격이라 탓했다.
 
그래서 누군가 이런 성격을 알아채지 못 하도록 가짜 정체성 가면을 썼다. 어쩌다 “넌 너무 예민해, 소심해, 답답해”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그런 단어를 듣지 않기 위해 애써왔다. 쿨하고 밝고 재밌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쿨한 사람은 좋고, 소심한 사람은 좋지 않은 성격이라 생각한 나에게 저자는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자기 판단과 타인에게 평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삶을 옭아매기 십상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다른 사람들 눈에 타당해 보이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당신에게 맞지 않는 틀 안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p. 202
 

 

남들에 맞춰 나를 변화하며 나는 자주 생각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이 좋아할 모습으로 맞춰 변하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원인을 찾으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잘해보려 했던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는 건 결국 나에 대한 미움이었다.
 
저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이 맡은 역할은 ‘배려심 깊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일 것이라 말했다. 사실이었다. 나는 주변에서 그런 평을 많이 들었고, 더 그런 평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
 
 
정체성의 부재로 인해 살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적이 많았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당신을 이끌어줄 지도 하나 없이 낯선 곳에 던져진 듯한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굳건한 정체성을 확립하면 감정에 휘둘리는 일이 적어진다. 타인의 평가나 반응을 위협으로 느끼거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일도 줄어든다.
 
p.262
 
 
위의 문장을 읽고 내 행동이 생각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무언가를 선택할 때 “네가 먹고 싶은 거”라거나 “네가 하고 싶은 거”를 물었고, 따라가는 편이었다. 그건 아무렴 상관없던 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신경 쓰던 것이 오랜 시간 지나며 “나는 딱히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어”라고 인지하게 만든 걸까.

그래서 이제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하면 가장 행복한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를 위한 “마음챙김” 기억하기


*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겠다는 마음이 들 때 현재의 순간에 의식을 더욱 집중하기(있는 그대로 직시한다는 것은 머릿속 판단을 지우고 칫솔질을 하는 모습 그 자체를 관찰하는 것)


* 강렬한 감정이 찾아올 땐, 그저 감정일 뿐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기

* 나만은 스스로를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실제로 저자는 자기 판단을 하지 않고 마음챙김을 수행하라 조언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잘되진 않았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이 특히 책을 덮고 싶을 거라는 걸 알아챈 저자의 말에 뜨끔하며 덮지 않고 연습하고 있다. 달라지고 싶다 생각했을 거라는 말에도 공감했기 때문이다.
 
 
 
안녕, 나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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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계속 위로가 된 건, 나 같은 사람을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은”이라고 불러준다는 거였다. ‘그냥 그런 사람’. 때론 누군가에게 때론 자기 자신에게 비정상적이라 들어온 성격을 그저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이야’라고 받아들이게 해줬다.
 
마음이 편안했다. “응 맞아. 나는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이야.”라고 인정하는 법을 배우니 편안했다. 그리고 나를 비난하고 싶은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아직도 어렵지만, 나를 더 미워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기로 했다. 저자의 말대로 나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로. 그리고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싶다.
 
 
마당에 잔디가 듬성듬성 빈 곳처럼
외로움을 그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풍성한 잔디밭을 꾸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조금 빈 곳이 있다고 해서
멋진 정원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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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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