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스러운 소년의 성장 - 조조 래빗 [영화]

글 입력 2020.03.03 14: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조조_래빗.jpg

 

 

조조 래빗

Jojo Rabbit, 2019

 


마주 보고 기억해야 하는 역사이지만 전쟁 영화는 너무나도 많은 데다 잔인하고 어두워서 보는 내가 지쳐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조 래빗은 달랐다. 전쟁 영화가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다니.

 


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 놀림 받을 뿐이다. 상심한 ‘조조’에게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는 유일한 위안이 된다.

 

‘조조’는 어느 날 우연히 집에 몰래 숨어 있던 미스터리한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왜 여기에?!

 

당신을 웃긴 만큼 따뜻하게 안아줄 이야기가 펼쳐진다!



wosi31mqlcuwem4x66tc.jpg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 나치에 흠뻑 빠져 상상 속 친구로 히틀러까지 가지고 있는 조조는 그토록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고 군사 캠프를 가게 된다. 당시 히틀러가 독일 청소년들에게 나치즘을 세뇌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그곳에서 어린아이들은 성차별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교육을 받고 책을 태우며 즐거워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폭력성을 주입받고 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모조리 빼앗기는 모습들이 상당히 잔인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주인공 조조는 히틀러의 개인 경호원을 꿈꾸지만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 군사 캠프에서 토끼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지만 죽이지 못하고 되레 토끼를 놓아주려 하는데 이로 인해 ‘조조 레빗’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멋지게 수류탄을 투척해 만회해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해서 얼굴에는 흉터가 생기고 다리도 다치게 되어 결국 군사 캠프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연스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조조는 죽은 누나의 벽장 속에 숨어 살고 있던 유대인 엘사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군인이 되지 못하고 엘사를 발견하는 이 두 가지 사건을 시작으로 조조는 인생의 변화를 겪게 된다.



[크기변환]MV5BNjQ0YjY1Y2MtMDVhNC00NmU4LTkwNmUtZjQzMWMzMTJmODQwXkEyXkFqcGdeQXVyMjQ3NDc5MzY._V1_.jpg

 

 


어머니의 사랑


 

영화는 전체적으로 조조의 성장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단순히 주변의 환경에만 휘둘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찾아가고 옳은 일을 위해 용기를 내기까지. 조조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그중 엄마인 로지의 아들을 향한 사랑이 돋보인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로지는 조조가 정말 나치가 될까 봐 걱정하지만 강요하거나 반강제로 교육하려 하지 않는다. 자유와 삶의 가치를 조조의 눈높이에 맞추어 언제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차분하고 센스 있게 보여주며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한다.


특히 조조가 엄마와 다툴 때 전쟁에 참전한 뒤 소식이 없는 아빠를 보고 싶다고 하자 로지가 벽난로의 재를 턱에 묻혀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연기하면서 조조와 화해해 나가는 장면은 그 따뜻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따뜻한 캡틴



벽장에서 유대인 엘사를 발견한 조조는 신고하지는 못하겠으니 그녀에게서 유대인에 대한 정보라도 빼보려 하지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유대인에 대한 편견도 깨지게 되고 오히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평화도 잠시 엘사의 존재를 게슈타포 요원들에게 들킬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그들은 독일 소년단의 캡틴인 클렌젠도프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클렌젠도프는 처음에 전쟁광으로 묘사된 것과는 달리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일반적인 사명감으로 인해 그 자리를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나게 되고 영화 곳곳에서는 사소한 연출들로 그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한다. 당시 나치는 동성애자들과 유태인을 탄압했었는데 이 부분이 캡틴이 왜 조조의 가족을 도왔는지 나름의 이유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사소한 연출들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유머를 가득담은 날카로운 비판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에 나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도 간간이 비추곤 한다. 게슈타포 요원이 조조 집에 찾아와 유대인의 흔적을 찾고자 하지만 정작 엘사가 조조의 죽은 누나 잉거인 척 당당하게 나오자 요원은 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유대인을 그렇게 핍박하면서 정작 두 눈으로 마주하고도 그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 바보 같고 어이없는 순간이다.


그리고 후에 마지막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조조의 귀여운 친구 요키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 편은 일본밖에 없어. 근데 아리아인처럼 안 생겼어.’ 이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조조 래빗은 당시의 민족 우월주의, 인종 우월주의를 유머스러우면서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유대인 감독의 히틀러 연기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영화 속에서 상상 속 친구 히틀러로 등장하는 부분도 상당히 인상 깊다.


감독이 배우로 출현하는 경우는 다분하지만 더 특별했던 이유는 감독의 어머니께서 유대인이었다는 점이다. 히틀러 역에 대한 배우들의 부담을 접하고 자신이 직접 연기하기로 결심했으며 유대인인 자신이 직접 그를 연기하는 것이 히틀러에게는 가장 큰 모욕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MV5BZTdkZGEzNDItMjk3ZS00ZjFiLTkwYTAtMWE0ZDIyYjk1MTliXkEyXkFqcGdeQXVyNzg0ODMw.jpg

 


영화는 전쟁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없이 어린아이들에게 무기를 쥐여주며 전장으로 뛰어들길 강요하고 강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으면 창피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게다가 유대인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접한 아이들은 유대인을 혐오·악마화하며 나치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 외에도 군사훈련에 똑같이 지원했지만 소년들은 전투 훈련을 받는 반면 소녀들은 소독이나 침구 정리, 임신하는 법과 같은 훈련을 받는 모습으로 당시의 성차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크기변환]IMG_5579.jpg

 

 

하지만 감독은 우스꽝스러움을 극대화할 슬로 모션, 독일 특유의 정서를 살린 미장센, 영화에 걸맞은 아름다운 음악, 화려한 색감의 당시 의상과 가구들, 유럽 특유의 아름다운 거리와 건물들을 프레임에 담아 가며 감각적인 연출로 영화를 풀어나간다.


게다가 영화는 전쟁을 귀여운 소년 조조의 시점으로 바라보며 진행되는데 어린 조조는 처음부터 소년단에서의 활동을 즐기기보다는 같은 군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소속감을 위해 나치즘에 몰두하는 모습임을 간간이 보여주고, 엄마 로지의 따뜻한 사랑과 엘사와의 꾸준한 대화로 무엇이 옳은지를 점차 찾아간다. 그렇게 신발 끈을 묶지 못하던 어린아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신발 끈까지 대신 묶어줄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이 모든 게 어우러지다 보니 전쟁을 배경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신선함과 유쾌함,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건네주며 관객을 기분 좋게 한다. 그렇게 광기의 시기를 아름다운 색들로 덧칠해버린 후, 마지막엔 관객들에게 조심스러운 권유를 건넨다. 우리 함께 춤을 추지 않겠냐고-

 


Let everything happen to you

Beauty and terror

Just keep going

No feeling is final

 

-RAINER MARIA RILKE-


 

[신유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