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결핍과 대립 속에서 바라본 청소년기 -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공연]

과도한 입시경쟁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성의 이야기들
글 입력 2020.01.3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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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1.jpg

 

 

“A가 너와 같은 과를 원하는데,

넌 사학과를 지원하는 게 어떨까?”


내 6개의 대입 수시 원서에서 하나의 오점이 있다면, 딱 하나 사학과를 지원한 원서이다. 5개의 수시 원서는 모두 같은 학과를 지원했지만 하나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생각지도 않은 사학과를 지원했다.

   

발단은 학교장 추천으로 내려온 소수의 수시지원 인원에 거의 마지막으로 내가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에 뽑힌 학생들은 그동안의 쌓여온 모의고사의 종합성적대로 원하는 과를 선점했다. 나보다 성적이 높았던 A는 나와 같은 과를 선택했고 담임선생님은 부드러운 압력을 가하며 나에게 다른 학과를 선택하도록 권유했다. 전국에서 2명 뽑는 경쟁에 같은 학교 학생이 뛰어들기엔 아쉽다, 평소 모의고사가 좋지 않기에 차선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등의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남은 것 중에 그나마 흥미 있는’ 학과인 사학과에 수시 지원서 하나를 할애했다.

   

다행히도 난 원하는 학과와 학교에 입학했지만, 어느덧 4학년을 바라보는 현재에 와서 당시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무거운 입시 분위기 속에서 난 내가 선택한 학과에 올곧은 확신이 있었는지, 혹여 좋아하는 것이 뚜렷한 학생이더라도 상대적 등수에 밀려 혹은 사회적인 시선에 따라 차선을 강요받진 않았을까. 날이 갈수록 과열되는 입시경쟁 속에서 과연 청소년들의 문화는 건강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나의 일화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사진제공_대전예술의전당 (4).jpg

  

 

이런 ‘나’의 취향보다 ‘사회적’ 취향을 강요받으며 자라온 청소년기를 배경으로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연극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 있다. 해당 연극의 키워드는 ‘입시’와 ‘다름’으로, 과도한 입시 경쟁과 불완전한 청소년기 시절을 다루며 지금껏 이어온 입시 문화의 병폐에 대해 꼬집어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청소년기에 가장 민감한 분야인 소속감과 보편성을 조명하면서 그에 벗어난 취향을 가진 미성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심리를 관객과 함께 공유할 것으로 그려진다.

 

 

<시놉시스>

   

“다른 애들 하는 거 보면 누가 밑에서 잡아 주는 거 같고. 누가 옆에서 응원해주는 거 같거든. 나도 그러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너는 그거 안 입고 버틸 수 있어?”

 

준호는 입시경쟁의 불안과 초조함을 여성용 레오타드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독특한 취향으로 심적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과외 모임 엄마들의 과도한 통제와 친구들의 선입견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비밀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레오타드를 입은 준호의 사진이 얼굴이 모자이크 된 채로 올라오고 준호는 그것을 올린 사람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희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체육 수행평가에서 짝을 구하지 못했던 희주가 준호의 사진을 빌미로 체육 수행평가 과제를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준호와 희주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의심과 의혹을 받게 된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사진제공_대전예술의전당 (5).jpg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시간표에 맞추어 수업을 들으며 공동의 목표, 대입을 위해 수많은 수험생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세상엔 수많은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정규과정을 밟는 청소년기의 학생에겐 대학 입시만이 청소년기의 올바른 길이며 정답처럼 여겨진다.

   

경직된 사고방식만이 통용되는 입시 경쟁에서 탈선한 준호에겐 이런 상황이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누구처럼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처음부터 자신은 남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결핍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여성용 레오타드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독특한 행위를 통해 해소한다. 다름이 곧 또 다른 다름을 낳은 극단적인 극적 장치인 셈이다.

 

연극에서는 준호가 보편성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틀에서 완벽히 벗어난 희주를 투입해 ‘청소년기의 다름이란’에 대해 더 깊게 다룰 것으로 여겨진다. 나아가 ‘다름’이라는 주제는 청소년기를 벗어나 현 사회에서 강요되는 보편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 부모의 세계에 갇힌 아이들 -



일자 : 2020.02.06 ~ 2020.02.09


시간

목요일 오후 8시

금, 토, 일 오후 4시, 7시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기획

극단 돌파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80분

 

 

[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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