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란, 작가인 나에게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다. 나와 상관이 있는 듯 하면서도 아예 다른 부류 같이 느껴진다. 아무쪼록 디자인은 나에게 필요하고 흥미로운 주제임은 틀림없다.

매거진을 받아 처음 한 장씩 넘겨보았을 때, 여느 잡지가 그렇듯 빳빳한 유광 종이재질이 아니라, 부드러운 무광 재질인 덕분에 밑줄을 치고 메모를 적기에도 좋았다.

잡지 소개부터 목차, 본문 한 자 한 자까지 빠짐없이 읽었다. 읽을수록 이 매거진에 담겨진 디자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았다. 현직 디자이너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통해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좋은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디자인엔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느낀 것은, 지구 곳곳에는 놀라운 작품들과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무척 많고, 그들은 생각지 못한 것들에서 창의적 통찰을 얻는다는 것에 대한 감탄이었다.

매거진 초반에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 정보를 전해준다. 특히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이나, <서울 아트북 페어>는 한국에서 디자인의 세계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포트폴리오 오픈 콜 프로젝트는 새로운 디자인의 ‘발굴, 발견’에 대한 열정과 ‘디자인’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알리려 하는 시도가 보여서 좋았다.

매거진의 중반, 후반에는 국내 국외의 다양한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나와는 다른 계열이지만,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창작물로 프로가 되는 과정에 대한 힌트를 희미하게 마나 엿볼 수 있었다.

프로 디자이너들의 열정을 보며 무슨 일을 하든 쉬운 길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사실은 나를 조급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는 현실적이었다. 각자만의 다양한 노하우와 의견들이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큰 틀이 있었다.

아이디어의 중요성, 부지런한 고민과 조사와 꾸준함이 뒷받침 되지 않고 번쩍 떠오르는 영감은 없다는 것, 꾸준히 발전하고 PR해야 한다는 것, 동료와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 등. 이러한 것들은 어느 분야든 창작자들이 가져야 할 공통된 마음가짐이어서 배움이 되었다.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힘을 지녔습니다. 뛰어난 아이디어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요. 그게 브랜드를 창조하는 일이든, 누군가의 의견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든 말이죠.”

- 로지 아놀드

 

디자인이란 다분히, 정치 사회적이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디자이너들이 이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반가웠다. 일상의 곳곳에, 눈에 보이고 손과 발이 닿는 곳이라면, 거의 모두 디자이너의 고민이 숨어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공동창업자이자 시각화 디자이너 연구자 소원영은 시민들이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상향식 데이터 운동’에 관심이 많고, 도시의 이슈를 드러내어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그는 더불어 여성 디자이너들의 페미니즘 활동을 지지하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활동이 드러날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하려 한다.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페미니즘 활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업다. 왜냐하면 내가 그려내고자 했던 네트워크 지도가 실은 남성 중심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 준 활동이기 때문이다.”

- 소원영

 

이 매거진은 막연했던 디자인이란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해준다. 그 세계의 아주 일부를 아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가 아닌 일러스트 작가인 나에게도 앞으로의 작품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었으니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도움과 열정을 심어줄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는 어떤 종류의 디자인 작업물이든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하나의 멋진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을 거쳤을지, 어떤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있을지에 대해서. 그 중 특별히 감명을 주는 디자인이 있다면 감탄과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