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로트렉전 전시를 보고 왔다. 꽤 기대를 했던 전시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미술관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넉넉하게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처음 전시장을 딱 들어갔는데, 빨간 커튼이 쳐져 있어서 물랑루즈의 공연 무대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공연장 같은 전시장 분위기와 빨간색 계열의 벽지가 눈에 띄었다.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당시 파리 밤 문화의 상징인 물랑루즈의 무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며 당시 무대가 재현되어 있었는데, 마치 내가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로트렉이 활발한 활동을 했을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라고 불리는 몽마르트와 밤 문화의 상징인 물랑 루즈.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무대의 화려함과 생동감이 느껴졌다.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섹션의 매 주제와 작품들의 구성이 매우 탄탄하고 개연성 있어서 정말 알차고 좋았다.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생애와 시대적인 배경, 그리고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보는 것과 그냥 작품만 감상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 섹션과 작품마다 설명이 잘 적혀 있어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품성과 예술성뿐만 아니라, 그의 가치관과 작가로서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섹션 2는 ‘상류사회를 조롱하다’하는 주제로 진행이 되었는데, 로트렉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로트렉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당시 스타들을 그만의 시선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제인 아브릴’, ‘아리스티드 브뤼앙’. 등 당시 유명한 스타들을 모델로 한 작품이 많았다. 색의 조화로움과 단순하지만 강렬한 표현이 포스터에 잘 드러나서 지금 봐도 세련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섹션 4에서는 ‘추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했는데, 그는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을 지닌 스타들의 이면을 보는 사람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모든 이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빛나는 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추하고 평범한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은 빛나고 아름다운 모습을 추구하지만, 로트렉은 소탈하고 평범하고 추한 것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그가 사고로 인해 장애를 얻고, 삶의 고됨을 맛보았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알아채지 못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섹션 5에서 ‘이상보다는 진실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진실되고 실재하는 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작품을 꾸미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표현하였다. 사람들은 점점 그의 솔직함에 매료되었고, 점점 과감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그의 삽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섹션 7까지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에필로그가 남아 있었다. 그의 일생을 짧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보았는데,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신체적 결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 세심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통해 여러 멋진 작품들을 탄생시킨 그가 너무 멋있었다.

너무 알차고 아름다운 전시였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