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깊이와 인내심으로 사람을 바라보다 -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도서]

글 입력 2020.01.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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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김금희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하면서 먼저 든 감정은 ‘어렵고, 모호하고, 복잡하다’ 였다. 한 편, 두 편 모든 이야기가 무언가 강렬한 반전을 줄 듯하다가 꼭 그렇지만은 않게 마무리되었다. 명확하지 않고 여지를 남기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아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책을 차분히 읽어나가면서, 초반에 느꼈던 거리감의 실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무심결에 내가 품고 있었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무언가 분명한 교훈이 있어야 하고 아니면 적어도 뚜렷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내 의식의 바닥에 깔려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단편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그러한 ‘판단’보다는 ‘응시’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것이 이질감이든 호기심이든, 일어나는 감정의 풍파를 감추려 하지 않으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고 그저 가만히 대상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나오는 어떤 애정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조금씩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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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이 작품집의 가장 진하고 아련한 순간은 ≪문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이 책 전반에 깔려 있는, 연민과 애정, 이질감과 동질감을 미묘하게 저울질하는 시린 감정이 최고조를 이루는 작품이 아닐까.


희극배우인 송을 위해 대구까지 문상을 떠난 주인공이 송과 내키지 않는 산책을 하고, 오해 끝에 격분해 헤어져 다시 대전으로 향하고, 전 애인과의 전화통화 끝에 진실을 알아내기까지의 그 감정선은 자연히 여러가지를 느끼고 떠올리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나의 개인적인 여러 가지 기억들도 함께 엮여서 수면 위로 떠올려지는 느낌이었다. 그다지 부끄러워 할 만큼 묻어둬야 할 기억도 아니지만 정말 별 것도 아닌 순간들이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라 구태여 되새겨볼 엄두가 나지 않던 파편들. 초등학생 때 같은 반에 있었던, 감정 조절을 못 하고 분노를 토해내곤 하던 아이. 지금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지나치게 조용한 성격 탓에 일 년 내내 혼자 다녔던 동기. 간단히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어 인간 관계의 변방에서 맴돌다가 머릿속에서 잊혀지곤 했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그에게 느꼈던 이질감과 약간의 호기심, 그리고 부끄럽지만 혐오감까지도 함께 끌어올려졌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고, 평범한 듯 이상한 대화를 나누다가 이내 남남이 되곤 했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이런 별 것 아닌 기억들을 자연스레 끄집어낼 수 있게 하는 마력이 있는 작품집이다.

 

비슷한 감성이 《새 보러 간다》의 윤, 《모리와 무라》의 숙부, 《오직 한 사람의 차지》의 낸내 등에게 모두 느껴진다. 어딘가 세상의 변방에 있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이 뒤틀린 삶을 살고 있지만 그를 응시하는 화자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도 그들을 첫 인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런 통찰력 있는 서술을 통해서 작가가 세상을 얼마나 깊은 인내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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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를 새롭게 접한다는 건 그 작가의 가치관이 만들어 낸 세계에 처음 발을 디디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나 김금희 작가처럼, 궁금하기만 했던 작가를 마주했을 때의 감각은 더더군다나 설렘과 가깝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만나고 싶은 작가를 한명 만난 것 같아 기쁘다.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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