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출판저널" 514호 [도서]

글 입력 2020.01.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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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지만 책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이 생각을 하는 독서인과 출판인들의 수는 계속 늘어날 뿐, 줄어들지 않고 있다. 책의 미래에 대해 나의 생각과 <출판저널> 2019년 송년호인 514호를 토대로 정리해보았다.

 


사람들은 읽을 거리가 많다.

나홀로 출판, 1인 출판사

동네서점과 대형서점

-서점의 도서관화


 

 


사람들은 읽을 거리가 많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책만이 줄 수 있는 효용과는 별개로, 지식을 전달하고 당대 문화를 전파하는 책의 주요기능은 이미 다른 미디어에서 더 쉽고 확산성 높은 방식으로 점유했다. 현재 가장 영향력 높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미디어의 콘텐츠는 오직 ‘영상’만 담지 않는다. 썸네일을 비롯하여 영상 중간마다 항상 ‘자막’이 들어있다. 시청자는 보고 듣고 ‘읽는다.’ 더불어 실시간으로 쌓이는 댓글은 책이 줄 수 없었던 독자들 사이의 의견교류를 가능하게 했다. 독자는 영상을 보는 동시에 댓글을 쓰고 읽으며 동의하고, 묻고, 답을 얻는다.


지식을 얻고 문화를 즐기는 수단으로서의 미디어 외에도, 현대인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을 때까지 항상 무언가를 읽고 있다. 아침 뉴스, 아침 공부, 참고서, 교과서, 보고서, 기획서, 저녁 뉴스 등 시민으로서, 학생으로서, 노동자로서, 그 외 다른 역할 속에서 하루의 상당량을 읽는 데 쓴다. 이미 질릴 정도로 읽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또 피로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은호 칼럼니스트는 ‘2019년 출판산업 주요 이슈’에서 역사·인문·에세이 도서의 강세, 영상과 오디오로 진화중인 책, 디지털콘텐츠의 구독 서비스 확산 등을 지적했다. 독자들의 흐름은 정직했다. 그들은 지친 나를 위로하는 에세이, 살아갈 방향키를 제시하는 인문도서, 정치이슈에 따른 역사도서를 찾았다. 보고 듣는 영상/오디오 책이 점점 주목받는 것 역시 독자들의 변화에 따른 책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밀리의 서재 같은 도서 구독 서비스는 오리지널 도서를 기획하거나 책의 전달 형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며 관심을 모았다. 교보문고, Yes24와 같은 대형서점 역시 뒤따라 도서 구독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다.

 



나홀로 출판, 1인 출판사



출판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출판사의 매출이나 인구 독서율과는 별개로 출판사의 수와 출판 관련 서비스는 늘어나고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출판사 증가 추이를 보면 4만 4148곳이 5만 3574곳으로 늘었고 그 중 소규모 출판사(연간 1~5종 책 발행)는 3730곳에서 4938곳으로 약 32% 증가했다.



출판사 증가.jpg

 


물론 이는 산업이 부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전혀 아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발표한 2015~2016년 간 22개 단행본 출판사의 영업이익을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의 영업이익 증가율 부분만 보면 감소세거나 흑자전환에 들어온 경우가 대다수이다.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들어봤을 법한 창비,문학동네, 김영사, 웅진씽크빅, 다산북스, 민음사 등이 이에 속한다. 다행히 영업이익 자체가 적자인 곳은 거의 없지만 대형 출판사조차도 흐름을 선도하기는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변환]주요 출판사 매출액.jpg



그럼에도 내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은 나홀로 출판을 한다. 제작부터 배포까지 도와주는 서비스를 활용하여 독립서점에 보급하거나 아예 1인 출판사를 차려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한다. 나름의 틈새시장이 있어 큰 출판사들이 쉽게 도전해보지 못하거나 정말 소소한 니즈를 노려 성공하는 사례가 있다. 작가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150만 부 넘게 팔린 대형 베스트셀러지만 자가출판 도서였다.

 



동네 서점과 대형서점



동네 서점, 혹은 독립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고 다양해졌다. 그냥 책을 파는 곳이 아닌 나름의 차별화된 공간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형서점의 매대와는 다른 방식의 북큐레이션은 물론이고 서점주인의 특색에 따라 상담, 다과, 강연, 모임 등이 부가적으로 제공된다. 이 중 서점 내 모임운영과 강연 진행은 독립 서점이라면 거의 다 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퍼니플랜의 2018 독립서점 현황조사를 보면 지역과 취향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독립서점은 같은 취향을 가진 이웃 간의 커뮤니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서모임(43.4%)을 가장 활발하게 열고 있었으며, 북토크(31.9%), 워크숍(26.4%), 공간대여(26.1%), 전시(23.2%), 공연(16%), 낭독회(14.0%), 마켓(11.8%) 순으로 정기적인 인문활동이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심야책방(7.6%), 책추천(3.4%), 영화·음악 감상모임(3.1%), 정기간행물 발행(2.2%)이 적극적으로 독서 활동을 돕거나 다양한 문화를 함께 즐기고 알리는 역할에 나서고 있다.


 

[변환]서점운영방식.jpg

 


가장 많은 독립 서점이 있는 곳은 아무래도 합정~홍대 일대이다. 출판사가 밀집되어 있기도 하고 비슷한 분야 종사자들이 많이 살아서라고 추측해보다. 당장 구글에 독립 서점을 쳐보면 그 일대가 지도로 뜬다. 색다른 서점들을 순회하며 노는 즐거움도 있지만, 독립서점의 매력은 여행에 있다. 서울 시내, 혹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각 지역마다 있는 서점을 하나씩 찾아가며 그곳의 향취를 즐길 수 있다.


반면 대형서점은 마치 맥도날드처럼, 어느 곳을 가든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당장 책을 살펴봐야 할 때 이곳을 이용한다. 2018년 기준 대기업 서점은 105개로 늘었고 이중 교보문고가 42개로 40%를 차지한다. 누구나 광화문에 갔을 때 책을 사지 않더라도 들리는 그 교보문고 지점은 가장 대표적인 대형서점이다.


다만 앞으로 새로운 지점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서점업이 1호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대형서점의 신규출점이 제한되었다. 기존의 대형서점 외 대기업은 2024년 10월17일까지 예외로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서점사업 인수·개시·확장을 원칙적으로 할 수 없다. 이미 진출한 대형서점은 연 1개씩 출점을 허용하고, 기존 서점 폐점 뒤 인근 지역(동일 시·군 또는 반경 2㎞ 이내)으로 출점하는 경우 신규출점으로 보지 않는다.


이 법이 독립서점을 지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다른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고 기존 대형서점을 보호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출판저널>이 지적했던 서점의 도서관화가 진행되어도 대형서점이 독립서점보다 타격이 덜하다. 도서 공급률(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납품하는 가격의 정가 대비 비율)도 대형서점이 독립서점보다 더 낮게 가져간다. 그저 출점만 제한하는 것이 서점업을 지키는 것에 도움이 될까?


애초에,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서점업을 지키는 것을 넘어 출판업이 사양산업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책이 읽을 거리, 지식 전달, 문화 전파의 기능에서 점점 비주류로 밀려나고 있는 지금 책이 가야하는 방향, 출판업이 가야하는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책의 힘을 믿고 있는 독서인으로서 관련 종사자들의 혁신과 시민들의 호응을 기대해본다.




아트인사이트_리뷰단 명함.jpg

 


[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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