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파바로티는 목소리를 남겼다 [영화]

역사상 최초로 음악 차트 클래식 올킬 신화를 만들다!
글 입력 2020.01.01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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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삶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가 죽어서도 기록 속에 남아 화자된다. 2020년 1월 1일에 개봉되는 영화의 주인공은 오페라 천재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다.

역사상 최초로 음악 차트에서 클래식으로 올킬을 만든, 20세기 최고의 테너로 불리며, 오페라 곡에 등장하는 9번의 하이 C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하이 C의 제왕,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미공개 영상이 공개된다.
 
내가 오페라를 관람한 것은 2019년 가을쯤,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본 것이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정말 엄청난 재능과 노력의 세계로, 하나의 호흡 안에 음을 담아 여러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문외한인 내가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되는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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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바로티>에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모습, 그리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굉장히 사생활적인 면까지 숨김없이 담고있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오페라 실력과, 관람객들의 엄청난 환호를 보다보니, 과연 그가 살았을 때 그의 오페라를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상상했다.
 
영화 <파바로티>의 주인공은 실제 루치아노 파바로티이다. 생전 유명 오페라 가수였던 파바로티라, 동영상과 사진 자료가 아주 많이 남아있어서인지, 새로운 배우를 써서 영화를 찍는대신, 파바로티의 동영상과 주변인들이 파바로티에 대해 말하는 형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라 화질이나 음향 면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바로티의 실제 삶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었지만, 충분히 좋은 기술력을 활용해 영상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해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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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히 배우가 대본대로 진행하다보면 열정적인 파바로티의 모습보다는 잘생기고 멋있는 유명인만을 보여주었을 것이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오페라 가수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변인들의 진심어린 파바로티에 대한 기억들과 녹음기가 채 담지 못하는 파바로티의 오페라는 투박하지만 분명 그의 삶을 담는데 조금 더 정확한 기록이 될 것이다.
 
영화 <파바로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세가지 정도 있다. (아래부터는 영화 <파바로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천재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외로움과 고독함이라는 감정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늘 외로워했고, 어린 시절부터 누나들에게 둘러싸여 자라서 그런지 여성과 특히 친밀한 경향을 보였다. 공연이 끝나면 같이 공연을 한 단원들에게 요리를 해주었고, 다같이 파티를 벌였다. 파바로티는 정말로 혼자 있는 순간을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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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두 번째 장면으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쓰리 테너의 공연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세 명의 테너가 1990년 로마 월드컵에서 기네스 기록을 세운 라이브 앨범인데, 정말 인상적이었던 게 세 명의 가수가 싸움 하나 없이 일사천리로 파트를 나누어 공연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한번도 다투지 않고 파트를 분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라이브 공연 때 갑작스럽게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애드리브로 고개를 좌우로 막 흔들며 음을 아주 길게 늘리자,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도 눈치를 주고받더니 바로 다음 장면에서 파바로티를 똑같이 따라하는 장면이 나왔다.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자, 나도 너만큼 할 수 있다는 라이벌 의식, 그러면서도 함께 공연을 하는, 하나의 노래를 만드는 모습이 멋있었다. 얼마나 즉홍적으로 진행이 된 건지, 파바로티를 따라하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를 보며 오페라 단원들도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웃음 포인트였다.
 
분명 쓰리 테너의 공연을 스포일러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값어치를 충분히 할 것이라 생각한다. 쓰리 테너에 대한 열광적인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클래식의 가치를 인정하는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아쉬움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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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세 번째로 놀라운 것은, 당시 오페라 가수의 인기다.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유명한 영화배우의 인기, 탑급 아이돌의 인기와 비슷하다고 할 만큼 많은 예능에서 그를 초청하고,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 넬슨 만넬라 등 유명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주어지며,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파바로티를 좋아했다. 사회자와 둘이서 진행하는 토크쇼, 파바로티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 쇼 등 많은 예능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유명한 오페라 작품으로만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영화로 본 파바로티의 삶은 더욱 다양하고 재밌었다. 삶의 결과물 정도로만 그 이름을 알기에는 너무나 많은 기쁨과 사랑과, 즐거움과 또 한편으로는 비극이 차지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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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생애를 2시간짜리 영상에 담아, 파바로티에 대한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가수로서의 면모, 주변인들로부터 평판 등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또 어딘가는 결여되어있을 그의 이야기가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위인전으로 읽어온 수많은 인물의 삶을, 화려한 연예인들의 삶을 나는 그동안 얼마나 쉽게 평가해왔는가. 왜 한번도 책에 적힌, 영화가 보여주는 그 삶이 내가 아는 그 인물의 전부일 거라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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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파바로티는 그 시대 가장 사랑받았던 오페라 가수지만, 정작 앨범 속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다. 마지막에 병실에서, 딸이 틀어주는 자신의 오페라 앨범을 들으며, “내가 노래를 잘했구나”라고 말하는 모습은 어쩌면 천재 오페라 가수 파바로티에 대한 편견을 깼다고 할 수 있다. 노력하는 천재든, 어떤 분야의 정상에 오르는 이들은 자기 검열을 끝없이 할 줄 알았는데, 천재마다 또 방식이 다른 모양이다.
 
파바로티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했던 “죽으러 간다”는 말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로 파바로티는 자기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을 몰랐고, 그래서 자신의 노래를 듣는 것이 싫었던 걸까. 자기에게 절대적인 능력이 없이, 그저 운에 따라 공연이 진행된다고 생각해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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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어쩌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들은 생각만큼 용감한 사람들이 아닐 뿐더러, 그냥 우리랑 비슷한 겁쟁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업적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참 역설적인 일이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사람의 이름'도 사실은 호랑이의 가죽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닌가.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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